순수한 사진관 주인 한석규와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라고 외쳤던 유지태를 기대한다면 오산이다. <보통의 가족>은 상당히 맵다. 그리고 아프게 후벼판다.
형 설경구는 능력있는 변호사다. 그 말은 돈이 되면 비윤리적인 사건도 해결해 준다는 뜻이다. 그래서 의사인 동생 장동건보다 잘산다. 동생은 원칙주의자이자 따뜻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다. 해외선교봉사도 하는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그의 연상 아내 김희애는 시어머니 모시랴 사춘기 아들 건사하랴 정신이 없다. 형수가 죽은 뒤 재혼으로 온 새 형수는 젊고 예쁘다. 늦둥이를 키우며 일견 눈치없고 재수없어 보이지만 의외로 정상이다. 단, 어떤 사건이 벌어진 후 눈이 뒤집힌 세 사람에 비한다면 말이다.
이야기의 흐름은 초반 비윤리적인 가해자의 변호를 맡은 형과 피해자의 치료를 맡고 있는 동생의 대결구도로 진행된다. 그러나 이른바 8학군에서 성적만 좋으면 되는 청소년들의 일탈이 벌어지면서 가족 구성원의 멘탈은 털리기 시작하고 마음의 바닥을 긁는 기괴한 쇠소리에 관객의 마음도 무너진다.
제목이 왜 <보통의 가족>일까. 그건 그 입장이 되었을 때, 즉, 바닥까지 가면 누구나 비슷한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그게 보통인간이다. 징글징글한 인간, 셀프회개하는 인간, 절대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인간, 그게 보편화되어 버린 사회 말이다. 그 죗값을 해결할 수 있는 건 오직 성공이다. 좋은 대학과 좋은 직업, 돈벌이와 좋은 차, 좋은 집이면 모든게 스무스해진다. 그 모든 것을 갖춘 설경구의 고급 펜트하우스는 그래서 방문이 스스르 열리는 미닫이 문이다. 흠결이 보이지 않는 그 집에 우환이 생긴다면 그것이야말로 심각한 문제일 것이다.
라인홀드 니버가 말했던 도덕적 인간과 비도덕적인 사회는 이제 비도덕적인 인간과 걷잡을 수 없는 사회로 전환된 듯 하다. 비단 대한민국 뿐 아니라 글로벌이다. 그렇게 신자유주의는 이제 우리의 방문앞까지 쳐들어왔다. 그 악마를 초대할 것인가 박절하게 내쫓을 것인가는 스스로의 결단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