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과학은 어렵다." 우리 주변의 사람들이 흔히들 생각하는 과학에 대한 이미지이다. 어렵고 고리타분하며, 왜 배우는지에 대해서도 모르겠다고 이야기한다.
사실 나도 그랬었다. 물론 물리라는 과목이 좋아서 공부를 하고 결국에는 전공 또한 물리와 관련된 학과를 선택하게 되었지만, 좋아서 선택한 물리를 대학교에서 배우면서도 이 어렵고 실생활에서는 도무지 써먹을 수 없을 것 같은 학문이 왜 내 앞에 놓여있는지에 대한 이유를 찾지 못해서 공부하며 몇 번이고 화가 났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것 때문에 오기가 생겨 내가 이것을 배워야 하는 이유를 찾기 위해서 부단히 노력했다.
이 학문을 일궈낸 학자들의 일대기를 찾아보면서 그들의 발자취를 부족하게나마 따라가 보려고 했고, 동시에 내가 배우고 있는 과학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해서 공부했다.
그러나 뜻밖에도 내가 과학을 배우는 이유를 찾게 된 건 전혀 다른 곳에서였는데, 바로 내가 학생들에게 과학을 가르치던 학원에서 한 학생이 한 우스갯소리 때문이었다.
"선생님 이게 뭘로 보이세요?" 무슨 흐릿한 별의 모양같이 생긴 사진을 가져다 댄 학생이 내게 물었다.
과학 관련된 질문을 많이 받아주고 대답도 많이 해주던 나였고, 그때는 우주의 팽창에 대해서 가르치고 있던 참이라서 대충 눈치를 챈 나는 대답했다. "아마 별 같은데? 사진이 흐릿해서 잘은 모르겠지만 우주를 찍은 사진 같아" 그러자 질문을 한 학생과 함께 같이 있던 학생들도 단체로 웃기 시작했다. 선생님도 다른 사람들이랑 똑같다면서 말이다.
사건의 전말을 들어보니 대충 이랬다. 오래전 일이라서 기억이 잘 나지는 않지만 그 사진은 외국의 어느 과학자가 찍은 사진이고, 소시지를 크게 확대해서 찍었더니 마치 우주망원경으로 별을 찍은 것처럼 사진이 찍히게 되었는데, 이를 보고 재미 삼아서 새로운 별을 발견했다며 자신의 sns계정에 올렸고 엄청나게 많은 대중들이 그 게시글 하나에 속은 일화를 접한 학생들이 사진을 가져와 나를 시험해 본 것이다.
완벽하게 속은 나는 속으로는 멋쩍어하면서 학생들에게 이런 단순한 것들에 속지 않기 위해서 과학을 배우는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히 아이들에게 나의 부끄러움을 숨기고 공부를 하자는 의미에서 한 말이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난 지금까지 내가 찾아온 배움의 의미를 그 짧은 문장 안에서 찾아낼 수 있었다.
인류는 과학을 배우기 전까지 모든 것들에 속아오면서 살아왔다. 거대한 태풍이 몰아치면 신의 분노가 그들을 덮친다고 여겨 신을 두려워했고, 태양이 하늘에서 가려지면 그들의 우두머리가 무언가에 휩쓸려 바뀔 징조라며 덜덜 떨었다. 그러나 후에 그들이 과학을 공부하고 세상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를 자세하게 들여다보면서 그들은 더 이상 속지 않았다. 자연에 속아오던 그들은 그것이 '자연현상'이라는 지극히 일반적인 현상 중에 하나임을 그들 스스로가 증명하고 깨우치는 동시에 자신들을 지금까지 속여왔던 모든 것들의 엉뚱한 궤변을 차근차근 정리해 나가면서 편리하고 안락한 삶을 만들어냈다. 비유로 말하자면 그런 삶은 세상이라는 사기꾼과의 전쟁과 승리한 전리품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앞으로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필자와 함께 지금까지 날 속여오던 세상에 맞서기 위한 무기를 얻게 되고, 나아가 당당히 승리하게 될 것이다. 우리의 여정에 '물리'라는 조금은 어렵고 까칠해 보이는 동료가 있지만 아무렴 어떠랴! 중간에서 친해지도록 잘 도와줄 테니 부디 함께해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