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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오브듀티 모던워페어 리부트 시리즈, 이것이 문제다

콜오브듀티라는 AAA급 게임의 추락

by 제이슨

https://youtu.be/knS5BRg8hi4?si=7J2F1KPmxOeCt7fF

(이게 그 유명한 모던 2 오리지널의 "노 러시안" 미션)


최근 들어 유명한 AAA급 게임 프랜차이즈인 콜오브듀티 시리즈가 계속 추락 중이다. 작년에 나온 모던워 2 리부트에 이어 올해에 얼마 전 나온 모던워 3 리부트까지 그대로 나락행을 탄 것인데 비디오 게임 매출 순위를 씹어먹던 그 콜옵이 그 지경이 되어버린 것이다. 예전부터 망가진 것도 아니었고 최소한 모던워 1 리부트 때까지는 그래도 나름대로 순항을 했었고 후속작인 블랙옵스 콜드워도 멀티는 비판받을지언정 켐페인 스토리는 매우 호평을 받았는데 그 이후로 뱅가드를 개판치면서 저렇게 된 것이었다. 나 역시 콜오브듀티 시리즈의 오랜 팬이었던 만큼 참 씁쓸했다.


특히 올해 11월에 스팀, 배틀넷으로 출시된 모던워 3 리부트는 역대 최악의 콜옵이라 할 만큼의 망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는데 멀티플레이는 그럭저럭 모던워 2나 뱅가드보다 나은 모습을 보였지만 콜오브듀티 시리즈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켐페인을 조지다 못해 스스로 다 박살내버렸기 때문이다. 콜오브듀티 시리즈의 20주년 기념작인 만큼 꽤 큰 기대를 받고 나온 작품이었던 모던워 3 리부트는, 그 중에서도 시리즈의 상징 켐페인이 왜 저렇게 평가가 매우 심각한 수준으로 좋지 않을까? 그 의문에 대해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자 이 글을 쓰게 되었다.


그리고 미리 말하고 가자면 이 글의 주제는 모던워페어 리부트 시리즈의 켐페인과 스토리에 대한 것이고, 멀티플레이나 워존에 관한 평가는 일부러 전혀 넣지 않았다. 멀티 얘기를 하면 너무 글이 길어질 것 같고 솔직히 워존은 칼데라, 멀티는 모던 2 리부트까지만 해봤고 3나 워존 2.0의 경우에는 제대로 안 해봐서 잘 모르기에 뺐다.

콜오브듀티 시리즈의 역대 최종보스들

1. 역대 콜옵 시리즈 악역에 미치지 못하는 빌런들


콜오브듀티 시리즈가 돋보이게 된 것은 모던워페어 세계관의 프라이스, 소프, 고스트, 블랙옵스 세계관의 레즈노프, 메이슨, 우즈 같은 주인공 측 진영의 등장인물들의 활약 탓도 있지만 그에 대적하는 악역들의 포스가 워낙 강렬하게 묘사 되었기에 가능했던 부분이 크다. 안티테제로서 악역은 미디어 매체에서 매우 중요한데 가령 다크나이트에서 배트맨이 멋있게 보일 수 있던 것은 빌런이자 배우 히스 레저가 연기했었던 조커의 광기가 작품에 몰입할 수 있게 하였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의 경우 데스노트의 야가미 라이토가 그러한 예시일 것이고 타 게임에서는 스타크래프트의 브루드 워의 케리건, 자유의 날개와 군단의 심장의 멩스크 같은 존재가 대표적일 것이다.


콜오브듀티 시리즈는 악역의 매력을 이때까지 잘 살려왔었다. 모던워페어 1 구판의 최종보스인 이므란 자카예프는 옛 영광을 꿈꾸는 러시아의 국수주의자로 강렬한 포스를 내뿜으며 자기 자식이 프라이스 대위와의 추격전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자 미국 인구 4천만 이상이 죽어나가는 걸 감수하면서까지 핵 미사일을 발사하는 행보를 보였다. 그는 결국 사망했지만 그 후 국수주의파가 집권해 자신의 동상이 세워지고 국수주의의 이상이 실현되었는데 아무튼 모던워페어 1을 했던 사람이라면 다리 추격전 끝에 사살 당할 위기에 처한 소프와 프라이스가 카마로프의 지원이 도착하면서 한숨을 돌리고 자카예프를 처단하는 장면의 긴장감과 전율을 도저히 잊지 못할 것이고 자카예프도 기억에 남을 수 밖에 없다.


모던워페어 2의 셰퍼드 장군도 매력이 확실했다. 셰퍼드는 미군 장성 악역이라는 독특한 특징을 가졌는데 지난날 중동에서 핵폭발에 휘말려 부하 4만 명을 잃고 복수귀가 되었다는 납득이 가는 설정이 있었다. 셰퍼드 장군의 사병이나 다름 없다고 볼 수 있는 그림자 중대는 시리즈 최초이자 유일 미군 악역 부대로 나오는데 흑복에서 나오는 간지와 사막색 군복, 사제 장비 등의 요소들로 인해 모던워 2 코스프레를 할 때면 지금까지도 항상 그림자 중대도 빠지지 않는다. 또 셰퍼드 장군이 배신으로 고스트와 로치를 사살하고 시신을 불태우며 떠나는 장면에서 많은 유저들은 큰 충격과 배신감을 느꼈을텐데 바로 다다음 미션에서 혈투 끝에 소프가 칼을 던져 셰퍼드의 얼굴에 명중시켜 죽이는 장면이 나오니 이것도 잊지 못할 악역이 될 것이다.


마카로프는 그냥 말이 필요 없는 콜오브듀티 시리즈 역사상 최고의 매력을 가진 악역이다. 노 러시안 미션에서는 미국인 테러리스트로 위장하고 공항에서 도망가는 민간인들 향해 직접 총기 난사를 하고 마카로프의 부하의 시점을 보는 플레이어도 민간인을 살해할 수 있었는데 이 부분은 굉장한 논란거리가 되었으면서도 반대로 유저에게 있어서 마카로프라는 빌런을 반드시 죽여야 할 당위성을 잘 보여주는 장치가 되기도 했다. 모던워 3에서 마카로프가 미러전쟁을 3차세계대전 급으로 확장하고 소프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다가 복수심에 불탄 프라이스 대위에게 마지막에 가서 처참하게 살해당하는 장면은 모던워 시리즈의 결말을 화려하게 장식하였다.


블랙옵스 시리즈의 경우에는 드라고비치, 크라브첸코 등의 악역도 있지만 라울 메넨데즈와 페르세우스라는 악역이 가장 매력적이었다고 생각한다. 블랙옵스 2의 라울 메넨데즈는 미국이 남미에서 벌인 만행으로 가족을 잃고 복수심에 불타 파멸시키기 위해 자신의 인생을 바친 악역으로 비참한 인생을 살아왔었다. 그래서 동정심도 들면서 동시에 악역들이 가지고 있는 냉혈하고 무자비함까지 갖추고 있어서 미화되지 않는 선에서 카리스마와 인간적인 매력을 모두 가지고 있다. 즉 단순한 악역이 아닌 과거 사연에 대한 안타까움과 복수심에 미쳐 인간성이 망가지며 괴물이 되어가는 모습에 대한 쇼킹함이 공존하고 있는데 이는 콜오브듀티 역대 빌런 중에서도 가장 복합적이고 차별화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블랙옵스 콜드워의 악역 페르세우스 역시 매우 매력적이다. 서방 세계를 향해 대규모 테러를 하여 붕괴시킨다는 강경파적인 행보는 블랙옵스 1의 드라고비치와 유사해보이지만 드라고비치의 행동이 소련의 자멸을 불러올 게 너무 뻔한 미친짓이었다면 페르세우스는 그린라이트 역이용이라는 더 체계적이고 확실한 방법으로 접근한 더 발전된 캐릭터였다. 게다가 블랙옵스 콜드워의 진실이 밝혀지는 부분에서 동료인 줄 알았던 CIA 요원 애들러가 소련 요원이자 주인공인 벨을 불법적으로 세뇌시켜 이용했다는 진실이 드러나고 미국이 페르세우스의 계획을 저지하는 굿엔딩에서 목적을 달성한 애들러가 벨을 따로 불러내 토사구팽하는 장면이 나오는지라 국제정치에서의 선악 구분의 모호함 묘사는 물론이고 결코 주인공 측도 선이 될 수 없다는 걸 페르세우스와 애들러를 통해 잘 표현해냈다.


그러나 오늘날 모던워 리부트 시리즈는 도대체 빌런이 왜 그 모양인가? 리부트 첫 작품의 악역인 바르코프는 그냥 찌질하고 민간인 죽이는 걸 즐기는 싸이코 쓰레기로만 묘사되었으며 모던워 2 리부트에서 다시 나온 평행세계의 셰퍼드 장군은 오리지널의 과감하고 화끈한 매력은 커녕 자신의 실책을 덮으려고 테스크 포스 141을 악용하는 그냥 전형적인 똥별로만 묘사되었다. 적어도 오리지널 모던 2에서 셰퍼드는 부하들을 이끌고 앞장서서 직접 총을 쏘는 모습을 보이거나 자기 밑에 있는 부하들 만큼은 잘 챙겼다는게 나오는데 이번 모던 2 리부트의 셰퍼드는 지가 삽질한 것 때문에 국가적인 위기가 온 걸 덮을려고 하면서도 테스크 포스 141을 이용하는 주제 협박하기만 하는 한심한 행태만 나왔으니 당연히 오리지널 만큼의 매력은 1도 없다.


그리고 모던워 3 리부트에서 다시 나온 평행세계의 마카로프도 마찬가지로 원작의 조커급 싸이코스러운 광기는 찾아볼 수 없고 그냥 찌질하고 졸렬한 이유 때문에 테러하는 몰입도가 없는 평면적인 쓰레기로만 묘사되었다. 외모도 날카로운 인상이 사라지고 뭔가 벤 샤피로처럼 그려졌고. 오리지널에서 마카로프는 노 러시안 미션 같이 자국민에 대한 테러까지 거리낌 없이 하면서 미국과 러시아의 전쟁, 더 나아가 러시아의 유럽 침공이라는 전 지구급 대규모 스케일의 대전을 일으키는 악역으로서의 포스가 확실했다면 이번 작의 마카로프가 일으킨 노 러시안 모티브 미션은 오리지널의 과격한 요소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고 미션의 결과 또한 대규모 무력충돌은 커녕 러시아와 우르지크스탄의 전쟁 수준까지도 내지 않았다. 그냥 프라이스 대위랑 파라가 마카로프의 음모를 막은 게 끝.


결국 이렇다 보니 콜오브듀티 모던워페어 리부트 시리즈의 악역 중에서 독보적인 매력을 갖춰서 반드시 죽여야겠다고 느낄 당위성이 생기는 악역은 찾기 힘들다. 구 모던 시리즈는 마카로프나 자카예프, 셰퍼드 같은 인물이 주가 되었으나 최소한 거대한 세계관속에서 싸우고 있는 플레이어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시켜주는 충실한 악당 캐릭터였지만 이번 리부트 시리즈는 그래서 왜 죽여야 하는지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다.

필립 그레이브즈, 로만 바르코프, 핫산 자야니

1-1. 바르코프, 핫산, 그레이브즈의 캐릭터성의 문제


악역에 대한 보론적인 얘기를 하자면 모던워페어 리부트 시리즈 1, 2 편의 빌런인 바르코프와 핫산 역시 문제가 너무 많다. 둘 다 카리스마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밋밋한 캐릭터인데 특별한 임팩트, 매력을 도저히 찾을 수 없었다. 원래 콜오브듀티의 악역들은 치밀한 계획을 바탕으로 악랄한 행보를 보여오며 주인공들을 괴롭게 만드는 등 캐릭터성이 확고한 면이 있어왔다. 예를 들자면 라울 메넨데즈와 페르세우스가 대표적인 예시라고 할 수 있겠는데 이들은 개성이 확실했던 나머지 악역에 대한 저항 동기는 물론이고 대립 관계를 통해 스토리에 몰입이 가능해졌다.


근데 문제는 바르코프와 핫산에는 그런 게 없다. 먼저 바르코프는 철저하게 찌질한 놈으로만 나온다. 그냥 쉽게 말해 전형적인 폭군형 빌런으로만 나온다고 보여지는데 휘하의 러시아군 부대들도 평범한 악역의 특징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바르코프는 독가스를 뿌리고 우르지크스탄의 민간인들에게 공포 정치를 자행하며 걸핏 하면 민간인 학살을 벌이는 그냥 제3세계 군벌 지도자나 독재자 같은 모습을 보이는데 수준이 이 정도이다 보니 최종보스로의 포스는 전혀 없다. 즉 제작진이 작정하고 바르코프를 마치 애니 <소드 아트 온라인>에 나왔었던 스고우 노부유키와 비슷한 느낌의 삼류 악당으로 어떻게든 묘사하려고 한 티가 난다는 얘기다.


그럼에도 난 바르코프가 파라보다 더 동정이라고 해야 하나? 아무튼 더 공감이 잘 갔다. 물론 이건 파라의 서사가 너무 인위적이고 개똥 같았던 탓도 있기에 반감으로 그러는 것도 있지만 바르코프가 목적 자체가 틀린 사람은 아니다. 자카예프나 마카로프마냥 구 소련 영광에 심취한 국수주의자도 아니었고 목적이 오로지 테러리스트 박멸 뿐이었는데 알 카탈라가 어떤 집단인지 보면 강경 수단을 취하는 것도 아예 이해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실제로도 바르코프가 파라에게 죽임을 당하니까 고삐 풀린 알 카탈라가 옆 나라 카스토비아 침공한다거나 우르지크스탄이 테러리스트 소굴이 되어버렸다거나 하는 점은 적어도 바르코프의 목적만큼은 옳았다는 걸 보여줌과 더불어 그래도 최악을 막는 차악으로서의 역할은 했다는 것도 느껴졌다. 시리아 내전의 아사드 정권 같은 느낌이라고 하면 맞을 거다. 그런데 리부트 시리즈는 바르코프를 그냥 평면적인 찌질한 악역 캐릭터로만 소비해버리니 문제인 거다.


모던 2 리부트의 악역이자 이란 쿠드스군의 소령인 핫산을 보자면 악역으로서의 동기가 너무 부족하다. 자카예프나 마카로프, 페르세우스 같은 거대한 스케일은 기대조차 할 수도 없고 메넨데즈 같은 가족을 잃은 광기의 복수귀 특성도 없다. 핫산이 본작의 악역이 된 것은 고르브라니 장군이 테스크 포스 141에 의해 암살 당하면서 시작되었는데 그걸 복수하겠다는게 이유의 전부다. 당연히 큰 그림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기에 임팩트 있는 행적이 전혀 없으며 테러 계획을 제대로 성공시킨 적도 없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런 핫산이 모던 2 리부트의 최종보스라는 것. 이런 캐릭터는 모던 1 오리지널의 칼레드 알 아사드나 빅토르 자카예프처럼 쩌리 느낌나는 중간보스 정도로 넣었어야 했는데 얘를 최종보스로 만들어 스토리 전체를 관통하는 캐릭터로 설정하니 저렇게 개연성이 박살난 것이다.


필립 그레이브즈에 관한 것도 사실 할 말이 좀 있는데 그레이브즈가 대체 왜 테스크 포스 141을 배신하면서까지 셰퍼드 중장을 그렇게 믿고 따르는지는 제대로 묘사된 적이 없다. 오리지널의 셰퍼드야 그만의 매력이 묘사되었고 부하들이 신뢰하는 듯한 대사도 몇번 친 지라 넘어갈 수 있는데 리부트 시리즈의 셰퍼드는 그냥 전쟁 위기가 터지던 말던 지 실책 덮는게 가장 중요한 똥별에 불과한 인간이라 뭐가 좋아서 그러는지 납득이 안 된다. 게다가 그레이브즈는 그림자 중대의 일원이면서도 테스크 포스 141 동료들과 신뢰 관계를 맺었다는 묘사가 작중에서 계속 나오는 것에 비해 배신할 거라는 복선은 딱히 없었다. 너무 뜬금 없이 배신 때리고 총 겨누고 교전 벌이는 장면이 순식간에 나오는지라 솔직히 이해가 안 간다는 생각이 들기 전에 먼저 1차적으로 벙쪘다.

파라와 알렉스의 서사가 켐페인의 가장 부정적인 평가 요인 중 하나였다.

2. 역겨운 PC질(Feat. 파라 카림 올려치기와 알렉스)


모던워페어 리부트 시리즈는 오리지널의 마초성이 완전히 사라지고 PC스러운 요소들만 가득차 있다. 대표적인 예만 들자면 파라 카림과 우르지크스탄 해방 전선이라는 조직이다. 내가 적당히 PC 요소를 버무렸으면 그래도 눈 감고 넘어갈텐데 이건 진짜 너무 심하다. 솔직히 말해 모던워페어 리부트 시리즈에서 파라 카림이라는 애가 하는 짓들을 보면서 배틀필드 5의 초창기 트레일러 만큼의 역겨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쓰레기 같은 짓할 거면 적어도 작중에서 까이게끔 하면 상관이 없는데 문제는 제작진이라는 작자들이 어떻게든 몰입이 안되는 캐릭터에게 감정이입하게 하려고 쇼를 다하는 게 티가 날 정도라는 것이다.


우르지크스탄 해방 전선의 모티브는 눈치챘겠지만 바로 자유시리아군(FSA)다. 내가 왜 그렇게 느꼈냐면 작중에서 계속 우르지크스탄 해방 전선을 알 카탈라 같은 과격파 테러리스트 집단하고 다른 민중의 자유를 위해 싸우는 대의를 가진 "온건한 반군"임을 계속 어필한다는 것인데 이게 딱 시리아 내전 때 서방 세계 정부들과 언론들이 자유시리아군을 포장할 때 쓰던 수법이다. 실제로 당시 미디어들은 시리아 반군들이 아사드 독재 정권에 맞서 싸우는 정의로운 자들인 것처럼 묘사했었고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싸우는 것처럼 얘기했는데 작중 우르지크스탄의 모티브가 시리아이고 바르코프 장군의 군대가 시리아 내전에 개입한 러시아군임을 생각해보면 딱 들어맞는다.


시리아 내전에 대한 얘기는 많이 했으니까 자세하게는 언급 안하겠지만 시리아 반군이 정의롭다는 언더도그마는 솔직히 이제 그만할 때도 되지 않았나? 아니 자기들끼리 그렇게 생각하는 건 몰라도 왜 그걸 게임에 넣어서 유저들에게 SJW 교육을 하려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미국이 시리아 온건한 반군 지원을 위해 15억 달러 이상을 지출했음에도 반군의 주도권을 가져간 것은 알 카에다와 연관된 이슬람 극단주의자들이었던 건 명백한 사실이다. 그리고 자유시리아군도 여기서 자유롭지 못한 게 연합체적 무장단체였기에 점차 지하디스트나 지역 토호들이 뭉친 군벌로 변해간 것은 물론이고 인육 섭취 자랑질한 파루크 여단도 자유시리아군 출신 부대다. 또 시리아의 반군들은 민간인을 고기방패로 쓰거나 학살 후 정부군이 한 것처럼 조작하는 짓도 저질렀고 얘네도 엄연히 독가스 사용한 적이 있었기에 아사드 정권보다 더 악질이었다. 그런 점에서 모던워페어 리부트 시리즈의 우르지크스탄 묘사는 PC주의 관점에서 시리아 내전을 왜곡한 것이기도 하다.


작중에서 엄청 띄워주는 파라 카림이라는 자칭 여전사도 솔직히 너무 인위적으로 올려치기하는게 잘 보인다. 파라는 자신을 알 카탈라와는 다른 혁명가인 것처럼 주장하지만 하는 짓들을 보면 테러범이 맞다. 드론 테러로 헬기 격추시키고 기지 습격해 포로 안 남기고 다 죽일 작정으로 쳐들어가는 것은 물론이고 스토리 중에 무슨 독립운동처럼 미화하긴 하지만 폭탄테러도 벌인다. 수용소 폭동의 경우에도 블랙옵스 1의 보르구타 폭동 미션이 개연성은 부족하지만 레즈노프와 메이슨이라는 두 캐릭터의 간지라도 잘 보여준 것과 달리 재미도 없고 명분도 테러단체 수립이 끝이다. 진짜 이런 말하긴 그런데 이 지점에서 바르코프가 차라리 더 낫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또 후반부에 가서는 초반에 러시아군 기지를 습격한 미군을 공격해 독가스를 탈취하고 도주한 게 우르지크스탄 해방 전선의 부사령관이자 파라 카림의 오빠인 하디르라는 것이 드러나는데 일단 여기서 파라가 지휘관으로서 자질도 없고 설령 오빠가 테러범이 되는 것도 몰랐다고 쳐도 일단 지 조직원이 독단으로라도 저질렀으니 같이 테러 공범 혐의가 있어야 했다. 이 말하면 그래도 파라가 저지른 거 아니니까 걔 잘못이라고는 할 수 없지 않냐고 하는 사람도 있을텐데 그 논리면 자유시리아군도 하부 조직을 통제할 힘이 없어서 저 꼬라지난 거니 자유시리아군 자체는 잘못이 없는 거고 체첸 반군도 마스하도프가 통제력이 없어서 바사예프랑 하타브가 멋대로 설친 것이니 이치케리야 체첸 정부는 잘못이 없다는 궤변이랑 다를 바 없다.


근데 문제는 작중에서 파라가 우르지크스탄 해방 전선 관리 못해서 독가스가 진짜 테러에 사용될 위기에 처했는데도 그 누구도 파라에게 욕은 커녕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예 하디르가 도주한 직후에 감성팔이 목적으로 과거 회상 미션까지 줬으니 말이다. 이쯤되면 프라이스 대위도 무슨 생각으로 독가스 도둑놈의 대장하고 같이 계속 작전 계획을 짜는 건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가고 다 떠나서 파라랑 하디르랑 공범일 가능성에 대해서는 조금도 의심하지 않는 게 웃기다. 설령 취조해서 무고한 게 밝혀지더라도 사태가 국제 문제급으로 악화된 이상 위로하는 분위기에서 대화할 형편도 아닐 뿐더러 이미 파라는 테러조직의 수장으로 찍혔기에 같이 갈 수 없는 존재가 되어버렸다. 적어도 같이 가고 싶으면 당장 모던 3 오리지널에서 프라이스가 소프의 죽음으로 충격받은 상황에서 유리가 마카로프와 과거에 친구 사이였다는 걸 알자마자 바로 폭행해서 쓰러뜨리고 총 겨눈 채 취조부터 해서 진실을 안 후에 같이 움직인 걸 생각해보자.


솔직히 파라에 대한 올려치기는 진짜 억지 설정 그 자체였다. 여성에 유색인종이어서 그러는 PC질 때문인지는 내 알 바는 아니지만 얘가 작중에서 삽질해서 벌어진 일이 한 두군데가 아닌데도 그래도 어떻게든 삽질한 걸 어쩔 수 없는 비극의 주인공이라도 된 것처럼 포장해주고 자빠졌다. 가장 큰 문제가 있다면 파라 에피소드를 모던워 1 리부트에서만 써먹고 끝내는 게 아니라 바르코프 죽인 후에도 2, 3에도 꾸역꾸역 우겨넣어서 어떻게든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CIA 요원인 알렉스와 이상하게 엮어서 스토리 개연성 망가뜨리는 것도 문제다. 알렉스하고 친근한 관계가 되는 것에 납득할 만한 개연성이라도 있으면 뭐라 안 하겠지만 CIA 요원인 알렉스가 마지막에 왜 제3세계 파탄국가 반군 대장에 불과한 파라를 위해 희생한 건지 이해가 갈 만한 설정이 한 개도 없었다.


무엇보다 알렉스는 초반부 러시아군 기지를 습격해 독가스를 확보하려다가 파라의 오빠인 하디르한테 공격당해 자신의 팀이 전멸당하고 혼자 살아남았다. 뭐 하디르가 미군인 걸 알고 공격한 것은 아니었고 기습 후에 미군인 걸 확인하자 재빨리 현장에서 독가스만 가지고 튀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디르를 러시아에 넘긴 프라이스 대위, 미국 정부와 대립하면서 해방 전선의 편을 드는데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처음에야 우르지크스탄 해방 전선이 아니라 알 카탈라의 소행이었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진실이 밝혀진 후에도 도대체 뭐가 미련이 남아서 지네 나라인 미국 정부하고 갈라서면서까지 해방전선에 남아있는 건지 이해가 안 간다. 사실 이건 파라와 알렉스의 스토리가 지나치게 단순화 되어서 작위적으로 변해버린 탓도 있지만.


그래도 적어도 모던워 1 리부트까지는 파라 스토리만 빼면 나름 재밌을 만한 요소들이 많았었다고 생각하고 있다. 파라-알렉스 서사만 "뺀다면" 말이다.

오리지널의 소프의 죽음과 리부트 시리즈의 소프의 죽음

3. 오리지널 최고의 명장면을 모욕한 리부트


모던워페어 시리즈 오리지널에서 유저들이 가장 슬픈 감정을 느꼈던 순간은 아마 소프의 죽음이었을 것이다. 오리지널에서 소프는 1에서는 플레이어블 시점의 캐릭터였고 2, 3에서도 프라이스 대위와 동고동락하며 같이 싸워나간, "피로 맺어진 전우"에 가까운 사이였기에 소프가 마카로프 계략에 의해 죽는 장면은 스토리를 처음부터 플레이했던 사람이라면 인상 깊지 않을 수가 없었다. 오리지널에서는 소프가 죽어가자 프라이스는 의무병을 불러대며 어떻게든 살리려 노력하지만 끝내 사망했고 프라이스가 오열하는데 이는 소프라는 모던워페어 시리즈를 함께 해온 캐릭터의 사망이라는 슬픈 분위기를 잘 묘사한 장면이었다. 그 슬픔은 결말로 이어지는 충격에 빠진 프라이스의 복수극의 결의를 다지는 용도로도 쓰이며 플레이어로 하여금 마카로프를 반드시 죽여야 할 결정적인 동기를 추가하였다.


그러나 리부트 시리즈는? 소프가 머리에 총 맞고 죽었지만 그가 받는 취급은 그냥 엑스트라나 조연 죽음 수준 밖에 되지 않았다. 오리지널에서 프라이스 대위의 어떻게든 살리기 위해 가옥까지 데려가며 고군분투하는 노력이나 절규와 같은 장면은 전혀 볼 수 없었고 저때 프라이스나 테스크 포스 141 대원들의 반응을 보면 슬프기 보다 오히려 당황한 것 같았다. 그 후 폭탄 해제하고 탈출해서 소프의 유골을 뿌려주며 넌 우리의 최고의 동료였다고 하는 게 끝이다. 즉 오리지널의 긴박감과 절규, 분노, 슬픔 이런 거를 살리기는 커녕 모던워페어의 상징이나 다름 없는 캐릭터를 이따위로 소비하며 아무런 의미도 없이 갑자기 사망 처리 만들어버린 것이다. 이걸 본 오리지널 팬들이 액티비전 쳐들어가서 점거한다 해도 할 말이 없다.


이건 내 생각이긴 한데 소프가 오리지널과 달리 리부트 시리즈에서는 그닥 비중이 없어서 제작진들이 빨리 죽여버렸을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오리지널에서 소프는 계속 말했듯이 1편부터 3편까지 메인 스토리의 줄기를 담당하는 한 축이었고 그가 작중에서 이뤄낸 결과만 해도 자카예프 계획 저지, 수감 번호 627(프라이스 대위) 구출, 셰퍼드 사살 등 전반전인 흐름에 매우 커다란 영향을 끼치는 수준이었다. 그러나 이번 리부트 시리즈에서는 2편부터 본격적으로 출연한데다가 스토리 메인이 카일 게릭(가즈)가 메인이라 비중이 급감했다. 다른 주연들의 비중도 파라나 알렉한드로, 그레이브즈가 다 가져가 버렸고. 그러다 보니 제작진들에게 소프는 있어봤자 차기작 스토리 구성에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해 가차없이 내쳐버린 걸 수도 있다.


또 셰퍼드를 갑자기 쳐들어가서 쏴죽이는데 CIA 라스웰 정보관 도움 받아서 집무실 쳐들어가서 총질한 것부터가 웃음벨이다. 어떤 CIA 간부가 자기네 나라 군 장성 면상에다가 총질하라고 출입하게 해주나?? 그리고 참고로 오리지널에서 셰퍼드가 죽을 때는 쫓아온 소프에게 칼빵 때리고 달려온 프라이스 대위와 격렬한 몸싸움을 벌이다가 붙잡고 프라이스를 두들겨 패는 상황까지 갔을 때 소프가 칼을 던져서 얼굴에 맞고 죽었다. 근데 여기서는 다짜고짜 들어와서 총 쏴서 헤드샷 한 방 갈기고 끝났다. 복수의 개연성도 부족할 뿐 아니라 임팩트가 컸던 오리지널의 셰퍼드의 죽음과는 달리 너무 허무할 정도로 몇분 만에 끝났다. 그냥 결말을 다 봤을 때 느낀 것은 내가 3시간 동안 의자에 앉아서 플레이하면서 본 게 도대체 뭐였나라는 현타와 자괴감까지 들 정도였다.

마무리하며: 역시 구관이 명관이다


내가 오리지널 모던워페어 시리즈를 인생 게임으로 꼽을 만큼 좋아했었기 때문에 사실 리부트 시리즈에 대한 평가가 박한 것일 수도 있다. 뭐, 오리지널을 신작이 능가하기 어렵다는 것이야 나도 잘 알고 있고 그래서 그 부분도 감안하기는 했다. 그러나 그걸 감안하고 보더라도, 내 눈을 씻고 보더라도 리부트 시리즈의 켐페인은 오리지널은 커녕 비슷한 시기에 나온 블랙옵스 콜드워, 망작이라 평가받았던 2013년도판 고스트에도 못 비비는 수준이다. 굳이 비교를 해야 한다면 2편부터는 괴작급 수준의 스토리를 가진 뱅가드와 비교해야 할 판이다.


그래서 이번 모던워 3 리부트의 경우에는 나는 따로 구매하지 않았다. 단지 친구가 샀다길래 주말 하루동안 배틀넷 계정 빌려서 켐페인만 정주행 달렸을 뿐이었다. 이유는 모던 2 리부트 때의 악몽을 생각하니 8만 4천 5백원 낭비하기 싫어서였다. 그리고 앞으로도 콜오브듀티 시리즈는 웬만해선 신작을 따로 구입하진 않을 것 같은게 가격도 예전보다 많이 올랐기도 했고 그 가격에 맞는 퀄리티와 재미가 없는 것 같기 때문이다. 물론 파격 세일을 한다거나 사후지원을 잘 한다는 게 소문이라도 나면 한번 사볼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작년까지처럼 신작이 나올 때마다 사전 예약 구매를 하진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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