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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슨 Feb 11. 2024

사변 - 이준석의 선택에 대한 약간의 쉴드

+이준석 강성 지지층들이 이준석을 욕할 자격이 없는 이유

https://youtu.be/0saw1cGIl1A?si=BZUiY0OYIM9VINrl

최근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이낙연의 새로운미래, 조응천과 이원욱의 원칙과 상식, 금태섭의 새로운선택과 기습적으로 합당하는 안을 발표했다. 워낙 갑작스럽게 합당이 된 것이라 개혁신당 지지층에서는 이준석에게 통수 맞았다며 아주 강하게 비난하고 있는 중이고 특히 통합한 세력 중에 민주당 출신들이나 진보정당 출신들도 같이 껴있다는 이유로 그에게 아주 강하게 실망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사실 이 의견은 일리가 아예 없지는 않은 게 당장 2018년에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이 합당하여 창당한 바른미래당이 초기 예상 지지율이 자유한국당을 넘어서 17%에 근접했음에도 창당 직후부터 순식간에 거품이 빠지며 5%대에서 못 벗어나다가 내분으로 망한 것만 봐도 그런 우려는 일정 부분 타당하다.


일단 미리 밝히고 가자면 내 개인적으로 이준석이라는 정치인에 대한 평가는 뛰어난 선거공학 능력이나 일부 신선한 아젠다에 대한 흥미와는 별개로 행보 자체는 보면 볼수록 한동안은 비호감에 가까워졌었다. 물론 윤핵관 쪽에서 이준석을 작정하고 찍어내리는 악의적인 공작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일단 이준석 특유의 과격하고 싸가지 없게 들리는 말투도 본인 스스로 당내에서 몰락하는 것에 크게 일조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징계를 받은 상황에서 국민의힘도 제3자인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하고 양두구육이라는 표현을 쓰면서 대통령을 직격한 것은 너무 지나치게 감정적이었던 나머지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너게 만들었다. 오세훈이나 홍준표 같이 일정 부분 이준석하고 타협이 가능한 정치인들조차도 감정적으로 싸우려 들지 말고 일단은 쉬다 오는 것을 조언해 줬는데 그걸 무시하고 아무런 기반도 없는 상태에서 국민의힘 전체를 상대로 전방위적으로 공격해 대니 그래도 전직 대표였음에도 당내에서 입지를 완전히 잃게 되어버린 것이다. 그러니 1차적으로는 이준석을 어떻게든 죽이려고 드는 윤핵관들의 책임도 크지만 대응으로 국한해서 보면 이준석의 업보도 있다는 뜻이다.


그런 의미에서 난 이준석이라는 정치인에 대해서 무조건 대깨처럼 호평한 적이 없었고 오히려 비판도 많이 했었던 사람이다. 그리고 엄밀히 얘기하자면 이번 통합도 과정에서 까일 점이 많긴 하다. 당원들, 심지어는 자기 측근들하고도 아무런 상의조차 하지 않은 상태로 이낙연, 조응천, 금태섭 등과 손잡고 통합을 멋대로 진행시킨 것은 반박의 여지가 없이 자기를 지지해 온 사람들에게 싸가지 없게 행동한 것이었다. 그것도 아주 심하게 말이다. 차라리 굳이 합당을 할 거면 간접적으로라도 언질을 주든가 했으면 부정적으로 인식되더라도 상황을 납득이라도 할 텐데 독단으로 저렇게 한 것은 이준석을 그동안 믿어온 지지자들에 대한 중대한 통수였음은 솔직히 사실이라고 본다. 만약 이런 일이 또 반복된다면 도대체 누가 이준석을 또 믿어주겠으며, 양두구육을 파는 쪽이 어디라고 보겠는가?


여기까지가 과정상에서 이준석이 한 행태에 대한 비판이었는데, 근데 나는 그것과는 별개로 이준석의 이번 승부수가 적어도 그와 개혁신당 입장에서는 무조건 틀린 선택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먼저 진보 보수 비율이 3:1로 통합된 지점에서 지지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이 있다면 개혁신당을 역으로 점령당하는 것 아니냐는 거다. 실제로 당원 비율도 이낙연 측의 새로운미래가 12만 명 정도였는데 그에 비해 기존의 개혁신당은 양향자계 한국의희망 당원을 수치에서 제외한다면 약 6만 명 수준이었다. 게다가 국회의원 4명 모두 민주당 출신이니 이준석이 먹힐 것이라는 우려라는 건데 개인적으로 기우인 측면도 크다고 본다. 이준석이라는 인물 특성상 자의식이 강한 만큼 상대측에게 먹히는 통합을 받아들일 사람도 아닐뿐더러 과연 개혁신당이 새로운미래, 새로운선택, 원칙과 상식에 비해 불리한 조건에서 합당을 결정했냐는 부분에서 인식한다면 말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 제3지대 정당들은 당명 같은 걸로 싸우다가 현재는 개혁신당으로 뭉친 상태다.

이낙연은 얼핏 보기에 전직 국무총리, 민주당 대표이기에 기반이 더 강해 보이지만 실은 좀 애매하다. 민주당 탈당 과정에서 이낙연은 사실상 자신의 계파를 거의 대부분 상실하였으며 신당 창당 후로도 여론조사에서 이준석의 개혁신당에게 계속 밀리는 지지율을 받아야만 했다. 실제로 보면 제3지대론 정당 중 그나마 가장 지지율을 선두에서 달리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세력은 오직 개혁신당뿐이었고 이 점이 아마 국회 의석이 있지만 인지도가 낮은 원칙과 상식과 더불어 국무총리 출신임에도 영향력이 마이너스 삼선인 이준석만도 못한 상황인 이낙연에게 딜레마였을 것이다. 즉 이준석 입장에서는 다른 제3지대 정당에게 꿇리는 부분이 선거 자금력을 제외하면 없었다는 것인데 이게 선거 자금은 있으나 이미지가 마냥 좋지 않은 원칙과 상식, 이낙연에게 통합을 위한 공감대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정리하자면 지지율이 선두인 개혁신당의 상황을 이용해 진보 3당의 고개를 숙이게 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얘기다. 가령 통합 정당의 당명은 그대로 개혁신당으로 이어가기로 했는데 바로 얼마 전까지 이낙연 측과 개혁신당이 서로 당명 가지고 자존심 싸움을 벌였던 것을 생각하면 이낙연도 이준석한테는 당명을 양보를 해야 할 상황이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바른미래당 당시에도 그랬었지만 원래 정당끼리 통합 과정에서는 당명 같은 사소한 것도 서로 안 굽히고 눈치 싸움을 벌이는데 이번 4자 통합은 갑자기 되었기도 하고 뒤에서 무슨 합의 내용이 오간 지는 몰라도 어쨌든 표면상으로는 군말 없이 개혁신당이라는 이준석의 당명을 그대로 가기로 정했다는 점에서 이낙연이나 원칙과 상식, 금태섭이 그와의 협상에서 100% 우위에 있었다고 보긴 힘들다. 한마디로 제3지대 정당 중 가장 지지율의 선두가 개혁신당이었다는 것과 그렇게 당명 가지고 자존심 싸움하던 원칙과 상식이나 새로운미래가 개혁신당은 아무 이견 없이 당명으로 수용했다는 점에서 이준석이 협상에서 고개를 숙이는 쪽이었다는 의견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전제라고 생각한다.


또 제3지대에서 이준석 쪽으로 애초에 무게추가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면 그 외 다른 대체재가 없기 때문이다. 금태섭, 류호정은 이미지가 거의 최악 수준인 정치인들이고 원칙과 상식 소속의 조응천, 이원욱 의원과 한국의희망 출신 양향자는 현직 의원이지만 그렇게까지 존재감이 높거나 주목을 받는 사람들이 아니라서 간판으로 나설 만한 정치인이 될 수 없다. 이들을 배제하고 나면 남는 것은 이낙연이나 이준석 뿐인데 이낙연은 국무총리와 민주당 대표를 지냈던 커리어를 가지고 있는 것과 함께 과거에 대권주자급 체급으로 분류되었던 적이 있었지만 문제가 너무 "엄중"한 탓에 2021년 재보궐선거부터 물 들어올 때 노 젓기 보단 오히려 배에 구멍을 내는 듯한 실수만 반복해 왔었으며 자신만의 정책적 신념이나 아이덴티티가 너무 떨어진다. 그리고, 이제와서 이낙연이라는 정치인의 몸값은 과거와는 달리 매우 내려가 있는 처지라 2024년 1월 당시 이낙연 신당 지지율이 이준석의 개혁신당 지지율만도 못했었다. 따라서 만약 제3지대가 분열된 상태로 총선을 치뤘어도 안 그래도 자신만의 확고한 아젠다 어필이 부족한 것에다가 이미 지는 해로 분류되는 상태인 이낙연보다는 비록 어그로를 과하게 끌지라도 이준석 쪽의 선명한 캐릭터성이 훨씬 제3지대의 대표성을 가져갈 확률이 명약관화다.

근소한 차이지만 합당 전 개혁신당의 지지율이 이낙연 신당보다 높았다. 전직 전남지사, 국무총리, 민주당 대표를 지낸 이낙연이 국회의원 한번 못해본 이준석한테 밀렸다는 뜻.

그래서 어디까지나 나의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협상 과정에서 이준석이 다른 세력들한테 꿇릴 요소는 오로지 선거 자금 문제 뿐이었을 것이다. 그것만 빼면 지지율이든, 이준석의 발언에 대한 언론 주목도든 타 제3지대 정당에 비하면 개혁신당이 훨씬 앞서가고 있었으니 말이다. 또 이준석 입장에서 약간의 변론을 쳐주자면 딱히 별 다른 대안이라는게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었다고 본다. 자강하는 상황에서 지지율은 3%였고 이대로 정당 득표율을 얻는다면 딱 비례대표 의석 배분의 마지노선에 간당간당한 수준이었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총선을 넘어 차기 대선, 지선까지 바라보아도 기존의 개혁신당에서는 아직 청년 정치인인 이준석 정도를 제외하면 내세울 만한 간판이 없었기 때문에 이미 퇴물이 다 된 이낙연이라고 해도 플러스가 될 판이었다. 합당 당시 지지율이 10.5%에서 두 달 후에 5.7%까지 곤두박질친 바른미래당 같은 실패 사례도 있긴 한데 사실 지금 이준석은 찬물 더운물 가리면서 이리저리 품평할 처지는 못된다. 그러니 잡탕 통합이라고 해도 당장 별 다른 대안이 없으니 일단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용 승부수를 하나 던져본 것이고 현실 정치를 하는 입장에서 이런 경우는 불가피한 측면도 크다.


물론 당연히 개혁신당이 앞으로 순조로울 것이라는 보장은 전혀 없다. 실질적으로 국민의힘, 민주당, 정의당 출신 정치인들이 한 정당에서 같이 일을 해야 하는데 바른미래당 시절에 국민의당 출신 인사들하고 바른정당 출신 인사들이 밥그릇 싸움하면서 지지자들에게 남아있던 정마저 다 떨어져 나가게 한 행태를 보면 이번 4자 통합에 대한 우려도 합당한 의견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래서 나도 앞으로 개혁신당이 이번 총선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둘 것이라는 기대는 별로 안 하고 있는 중이고 비례대표 의석 몇개 정도만 건져도 성공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차후 전망을 평하자면 아마 이준석이 정치적으로 도박을 걸어서 일단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주목을 받는 것에 성공했으니 그 후속 조치로 거대 양당들이 제시하지 않는 어떠한 신선한 아젠다를 제시하느냐와 또 인재들을 어떻게 영입하여 출마시키느냐가 앞으로의 관건이라고 생각한다. 거대 양당에 비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떨어지는 제3지대가 성공하기 위한 조건이라고 보는 결정적인 요소가 바로 유권자에게 관심을 끌 만한 확실한 매력이기 때문인데 실패 사례인 바른미래당을 봐도 내부 분열도 있지만 그런 상황에서 어중간하게 탈이념 극중주의 정당이라는 말장난하다가 그 꼴 난 것이 크기 때문이다.


여담으로 꼭 하고 싶었던 얘기를 해보자면 이러한 이준석의 행보를 보고 손절한다 등의 반응이 지지층, 특히 축리웹이라 불리는 에펨코리아 등에서 나오고 있는데 적어도 그런 애들은 이준석이 배신했다고 욕할 자격이 없다고 본다. 정치인이 가치가 떨어지면 손절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보지만 마찬가지로 지지층이 맛탱이가 가면 정치인이 거리를 두는 것도 난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현재 이준석이 4자 통합 문제에서 야합했다고 까이는 주장들은 대충 보면 페미 드립이 거의 70~80%는 차지하고 있는 상태인데 이는 이준석이 애초에 안티페미 원툴 정치인도 아닌데도 지지자들이 그동안 그렇게 믿음을 강요하면서 이대남 대표 투사로 만들었기에 벌어진 일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선거나 표에 1도 도움 안 되는 소위 "한줌" 코어 지지층들을 위해 방향성에 대한 평가를 떠나 기껏 총대를 매고 지들 목소리를 그나마 정치권에서 대변해준 것이 이준석이었는데 이렇게 하루 만에 현실 정치에 타협한 해프닝 단 한 가지만으로 천하의 죽일 역적 놈 취급하는 꼴을 보면 왜 이대남이 유의미한 유권자 집단이 되지 못하는지도 조금 이해가 갈 것 같다.

 축리웹의 마음은 갈대

이 말 듣고 내가 너무 과하게 비난했다고 한 사람들도 있을텐데 최소한 이번에 페미 운운하면서 이준석을 손절했다는 자칭 코어 지지층들은 욕 먹어도 싸다는 입장을 바꿀 생각이 없다. 그들은 오세훈부터 홍준표, 유승민, 하태경, 그리고 이준석까지 지지 정치인들을 바꿔가며 자기만의 환상 속의 우상으로 투영해 무지성을 옹호했었는데 그러다가 조금이라도 싫은 소리하면 삐져서 온갖 이상한 멸칭 다 붙여가며 인신공격 하다가 손절 때리는 게 일상이었다. 일례로 지금 이준석을 손절했다고 얘기하는 자칭 전 코어 지지자 분들은 2021년 국민의힘 대선 경선 때 아주 대깨문들 수준으로 홍준표를 밀었다가 윤석열이 대선 후보되고 여가부 폐지 공약 발표하니 태세 전환해서 홍준표를 홍산가리라는 멸칭으로 불렀었던 이력이 계시는데 그래놓고 그 "윤카" 윤석열조차도 대통령이 된 후 이준석을 내치니까 윤두창이라 부르면서 이재명보다 더한 악마로 취급했었다. 이쯤되면 얘들은 정치인 평가 기준이 페미냐 아니냐 여부 밖에 없나??


계속 말하지만 나는 이준석에 대해 비판한 적이 옹호한 적보다 많은 사람이다. 예전에 올린 이준석 분석글에서도 당 대표에서 쫓겨나고 야인된 것에는 본인 업보도 크다고 분명히 짚고 넘어갔었고 정책 아젠다는 신선하고, 선거 지휘 능력 또한 좋은 편이지만 너무 밈적 정치만 추구하는 것은 부메랑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었다. 정확히 얘기하자면 솔직히 당 대표 당선 직후까지 호감에다가 기대도 조금 있었고 윤핵관한테 정치적으로 짓밟힌 것은 지금까지도 친윤 세력의 악의적인 공작이었다고 보지만 본인의 강성 코어 지지층(지금은 본인들이 이준석을 손절하겠다지만)들과 필터 없이 막 나오는 언행들이 그나마의 동정심을 다 날려먹었다. 그래서 굳이 지금 이준석에 대한 입장을 결론 내리자면 차선은 못 되고 딱 차악 선택지로는 고려해볼 만한 정도 그 이상의 가치는 없다. 즉 약간 애증에 가까운 평가일 것이다.


다만 국내정치 얘기 거의 안 하다가 이 글을 꼭 쓰게 된 것은 한 50%는 이준석 코어 지지층들인 축리웹 펨붕이들이 이번 4자 통합 보고 흥분해서, 그것도 페미 운운하며 날뛰는 것을 보고 좀 뭐 같아서 그랬던 것도 있다. 이준석이 개혁신당하는 것도 성공할 가능성에 매우 회의적으로 평하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오세훈, 홍준표, 유승민, 이준석 돌려가며 안티페미 정치인으로 지들 멋대로 환상 강요하다가 조금만 수틀리면 멸칭, 밈 만들어서 "유기"하고 태세전환하는 코어 지지층이라는 것들이 경멸스럽고 혐오감 드는 것이 우선적인 감정이다.


P.S. 이준석한테 염증 느끼는 내가 이준석을 쉴드치고 있고 오히려 강성 지지층이 욕하고 있는 것 보면 상황이 좀 웃기긴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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