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지난여름
비가 내리면 창문은 5cm 정도 열어 두기로 한다. 젖은 아스팔트 냄새가 들어오도록.
테라스 구석에 있는 토마토는 비를 맞게 난간으로 꺼내놓기로 한다.
이 분위기를 깨뜨리 않을 어울리는 음악을 틀어놓기로 한다.
그리고 손바닥을 타고 흐르는 빗물을 느끼기로 한다.
13 당신이 빛이라면
영악한 나는 죽고 싶다고 할 때 살으라고 하는 무심함보다
'같이 죽을까, 그럴래?'라고 묻는 다정함이 더 좋아서
가끔 없는 계절을 데려왔다.
백가희_당신이 빛이라면
14 지난가을
산 위에서 듣는 고속도로 소리는 이상하게도 마음을 차분하게 만든다.
그것은 마치 먼바다에서 밀려오는 끊임없는 파도 소리 같다.
보이진 않지만 저 산등성이 어딘가든 저 아랫 골짜기 끝자락에 오래된 절이 하나 있어,
바람이 불 때마다 소리 내지 않는 풍경소리가 들리고
바위틈에서 새 한 마리가 '삑-'하고 울고 나면,
산등에 파여 있는 길 사이로 소리가 재빠르게 퍼져간다.
15. 겨울
사실 모두가 정답엔 쉽게 도달한다.
하지만 사실 모두가 정답을 행하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