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여름

by rizo

12 지난여름

비가 내리면 창문은 5cm 정도 열어 두기로 한다. 젖은 아스팔트 냄새가 들어오도록.

테라스 구석에 있는 토마토는 비를 맞게 난간으로 꺼내놓기로 한다.

이 분위기를 깨뜨리 않을 어울리는 음악을 틀어놓기로 한다.

그리고 손바닥을 타고 흐르는 빗물을 느끼기로 한다.


13 당신이 빛이라면

영악한 나는 죽고 싶다고 할 때 살으라고 하는 무심함보다
'같이 죽을까, 그럴래?'라고 묻는 다정함이 더 좋아서
가끔 없는 계절을 데려왔다.

백가희_당신이 빛이라면


14 지난가을

산 위에서 듣는 고속도로 소리는 이상하게도 마음을 차분하게 만든다.

그것은 마치 먼바다에서 밀려오는 끊임없는 파도 소리 같다.

보이진 않지만 저 산등성이 어딘가든 저 아랫 골짜기 끝자락에 오래된 절이 하나 있어,

바람이 불 때마다 소리 내지 않는 풍경소리가 들리고

바위틈에서 새 한 마리가 '삑-'하고 울고 나면,

산등에 파여 있는 길 사이로 소리가 재빠르게 퍼져간다.


15. 겨울

사실 모두가 정답엔 쉽게 도달한다.

하지만 사실 모두가 정답을 행하진 않는다.



4B7A4824_b.jpg 2018.01.18 증국, 장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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