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넘기기엔 조금 이상했던 밀크티

by 지나치지않는사람

2년 전 늦가을이었다.

약속 시간까지 여유가 조금 남아 집 근처 카페에 들어갔다.

유명 프랜차이즈였고, 나는 그날 평소 잘 마시지 않던 밀크티를 주문했다.


참고로 나는 카페 아르바이트 경험이 여러 번 있다.

그래서 메뉴를 받았을 때, 컵을 내려다보며 바로 의문이 들었다.


컵 하단에 밀크티 파우더가 그대로 가라앉아 있었다.

흑당 밀크티를 시킨 것도 아닌데, 바닥은 거의 까맸다.

가루는 전혀 녹아 있지 않았다.


일단 자리에 나와 빨대로 저어봤다.

하지만 생각보다 잘 섞이지 않았다.

결국 음료를 들고 다시 카운터로 갔다.


“이 밀크티는 원래 아래 파우더를 고객이 저어가며 마시는 건가요?”


직원은 잠시 음료를 보더니 이렇게 말했다.

“원래 그렇다. 그래도 좀 녹여드리겠다.”


뚜껑을 열고 직접 저어보던 직원도 잘 녹지 않는다는 걸 확인했고,

옆에 있던 다른 직원이 결국 새로 만들어 주겠다고 했다.

잠시 후, 처음과는 다르게 제대로 섞인 밀크티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내 궁금증은 두 가지였다.


첫째,

아이스 밀크티의 하단 파우더가 그대로 남아 있는 상태가 정말 매뉴얼상 ‘정상’이 맞는지.


둘째,

만약 고객이 직접 저어 마시는 게 맞는 레시피라면

그에 대한 안내가 먼저 있었어야 하는 건 아닐지.


그래서 그날 오전, 나는 1:1 문의를 남겼다.

감정을 드러내기보다는 상황과 질문을 정리해 전달했다.


그날 저녁, 답변이 왔다.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는 사과와 함께

해당 매장 직원들에게 업무 매뉴얼 숙지를 다시 안내하겠다는 내용이었다.


누군가는 이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느냐고 말할지도 모른다.

시간이 많아서 그런 거 아니냐고도 할 수 있겠다.


하지만 누군가는 불편함을 느끼고도 그냥 넘겼을 그 순간을 조금 바로잡은 덕분에,

그 뒤에 오는 사람들은 온전한 밀크티를 마시게 된다.


그 정도면 충분히 해볼 만한 일이었다고 생각한다.


나는 이렇게

불편하지만 그냥 넘기기엔 아까운 순간들에 대해

써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