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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의날개 Dec 06. 2022

결혼 후 연락이 끊긴 친구들

서운함, 섭섭함, 그리고 미안함

결혼하면서 인간관계가 정리된다는 말을 익히 들어왔다. 단순히 별로 안 친했던 친구들과는 멀어지고, 친했던 친구들과는 더 끈끈해지면서 친구의 '숫자'가 줄어드는 줄만 알았는 데, 제일 친하다고 생각했던 친구들 5명 중 3명이 나를 떠났다. 몇 달 전 나의 결혼 소식에 누구보다도 가장 응원해줄 줄 알았던 친구들이 연락을 끊었다.


5명 중 나를 떠나지 않은 2명은 기혼자 친구들이다. 한 명은 1년, 한 명은 3년 전 결혼을 했다. 내가 결혼을 결심하고 준비해 가는 과정부터 결혼 후 겪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 (시댁.. )에 대해서도 온 마음을 다해 공감해주는 소중한 사람들이다. 내 결혼 소식에 대해서도 누구보다도 가장 기뻐해 주고 응원해주었다. 한 명은 서울에, 한 명은 뉴욕에 있지만 마음은 항상 옆에 있는 것 같다.


하지만 나머지 세 친구는 달랐다. 그렇게 오랫동안 시간을 함께 보냈던 사이였음에도 불구하고, 내가 결혼 소식을 전하면서 연락이 뜸해졌고 그렇게 사이가 멀어졌다. 반가워 내가 먼저 연락을 하는 일은 있어도, 먼저 연락을 받는 일은 거의 없었다. 그 흔한 생일날 축하메시지도, 심심한데 뭐하냐는 말들도 뜸해졌다. 섭섭했다. 이러한 일에 대해서도 두 기혼자 친구들은 공감해주었다. 자기도 그랬다며.. 왜 그런 걸까? 왜 결혼이라는 사건 때문에 우리는 친구를 잃게 되는 걸까?










1.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나는 그들에게 그렇게 소중한 사람은 아니었다

마음 아프지만 이게 사실일지도 모르겠다. 유학 시절 함께 살았다고, 내 자취방에 자주 놀러 왔었다고, 일주일에 2-3번씩 전화를 했었다고, 10년이 넘게 친했다고, '베스트 프랜드'는 아녔을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마음은 하루에도 12번씩 바뀌고 인간의 감정은 하루에 120번씩 바뀐다. 오늘 좋았던 사람이 내일은 싫을 수도 있는 것. 그 당시에는 죽고 못 사는 친구였어도, 내가 결혼 소식을 전했던 그 타이밍에는 나는 그 사람에게 좋은 사람이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나에게는 그들이 여전히 베스트 프랜드였지만, 그들에게 나는 옛날 친구였을 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2. 사람들은 '남'의 기쁜 소식에 쉽게 기뻐해주지 못한다

뉴욕에 살고 있는 친구와 함께 전화를 하며 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친구가 하는 말은, "they might be jealous of you, seriously (아마 걔네가 너 부러워서 그러는 걸 거야. 진짜로)"였다. '내가 남이야?'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지만, 그렇다 나도 남이다. 미국 드라마 sex and the city 섹스 앤 더 시티를 보며, 임신을 간절히 원했던 샬롯은 병원에서 '난임' 진단을 받아 속상했는 데, 베프 중 하나였던 미란다는 구남친과의 하룻밤으로 원치 않은 임신을 하게 된다. 그 소식을 알리고 낙태를 고민하니 샬롯은 크게 화를 낸다. 내 앞에서 그게 할 말이냐며.. 인간의 질투는 어쩔 수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더 친하기 때문에, 약점을 더 잘 알아서, '쟤가 나보다 그렇게 더 낫지는 않은데'라는 생각이 쉽게 들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를 떠난 세명의 친구들 중 2명은 아픈 이별 후 아주 진심으로 결혼을 (진지한 연애를) 원했던 친구들이었다.


3. 나도 그들에게 서운한 존재였을 수 있다

비밀 연애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로서는 (다른 사람들 입에 오르락내리락하기 싫어서..) 결혼을 결심하기 전까지는 가족, 친구에게도 연애에 대한 이야기를 잘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친구들도 나에게 본인들의 연애에 대해 처음부터 말하지는 않는다. ‘사실.. 나 6개월전부터..’ 라는 서프라이즈가 종종 오기도 한다. 그래서.. 서로 말을 안하니까 섭섭한 것도 없다. 어쩌면 내가 어느 날 "나.. 결혼할 것 같아.." 라고 이야기 했을 때, 친구들은 섭섭했을지도 모르겠다. 왜 그동안은 말하지 않았냐며.. 게다가 나는 직계가족들만 초대해 아주 작게 결혼을 했다. 어렸을 적부터 여기저기 나는 작게 결혼식을 하고 다닐거라 말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초대받지 못한 친구들이 섭섭했으려나 싶다. 근데 초대했어도 오지 않았을 것 같다. 어떻게 결혼을 한다고 말하지도 않았는 데 외국에 있는 두 친구는 ‘헐 나 꼭 가고싶었는 데 왜 지금하는 거야~ 섭섭해~’ 라고 말했으니 말이다.


4. 공통분모가 사라졌다

여자들이 모이면 남자 얘기하는 건 국 룰이다(물론 안 그런 사람도 있겠지만..). 그리고 남자 얘기의 80%는 남자 찾기이다. 연애 중이라 할 지라도 대부분은 현 남자 친구에 대해 온전히 만족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고 그러다 보면 옛날 남자들 이름까지 나오면서 불만을 토로하기 쉽다. 연애 중이 아니라면 당연히 '연애하고 싶다'부터 해서 이야기가 끝이 없다. 연애 얘기뿐인가? 친구 이야기, 학교 이야기, 가족 이야기 등 미혼들이 자주 하는 이야기는 기혼의 이야기와는 점점 달라진다. 나만 해도 미혼인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는 '나는 관심이 별로 없는' 그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추어 대화를 나누는 대신 (그들의 연애 이야기는 여전히 재밌다), 기혼 친구들과 이야기할 때는 남편, 자녀 계획, 집안일, 직장, 시댁관계 등 새로운 흥미롭고 복잡한 주제들로 이야기 꽃을 피워나간다. 내 관심사는 이제 달라진 것이다. 그래서 이제 그들도 나를 피하고, 나도 그들을 피하게 된다.


5. 그냥 그저 그런 인연이었던 것이다

간이고 쓸개고 다 빼줄 것 같았던 연인과도 헤어지는 마당에, 친했던 친구라고 영원히 친해야 한다는 법이 있을까. 그냥 인연이 아니었던 거다. 18살에 잠시 만난 남자 친구를 38살이 되어 직장에서 만나게 되고는 다시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가 종종 등장하는 것처럼, 20대에 친구였던 내 친구들이랑은 잠시 인연을 마무리하는 것이다. 이대로 끝나거나 혹은 미래에 시간이 더 흘러 또다시 소중해질 수 있는 친구들인 거로 놔두어야 한다. 그냥 인연이 여기서 끝인 거다.





결혼을 하는 동시에 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그 전과는 아예 달라지게 되어 그럴까.. 다른 세상에 사는 것 같아서 그럴까.. 나의 이런 복잡한 친구관계에 대한 마음 또한, 오직 기혼 친구들만이 이해를 해주는 것 같다. 한 때 나도 결혼하기 전 '미혼'친구의 입장이 되어봐서, 더 그런 것 같다. 


어린 시절 엄마와 아빠에게 자주 장난을 쳤다. "엄마 아빠는 왜 친구가 없어요?" 놀리듯 물으면 "엄마는 아빠랑 놀고 아빠는 엄마랑 놀면 되니깐"이라는 재미난 답변이 항상 왔다. 그리고는 덧붙였다. "그리고 엄마 아빠는 너희랑 같이 시간 보내는 게 제일 좋아".


어쩌면 이러한 과정도 모두 어른이 되어 가는 중인가 보다. 엄마 아빠가 내 세상이었던 시절을 지나, 친구가 한참 좋았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내 남편과 내가 만드는 이 새로운 가정이 전부인 시간을 사는 것이다. 오는 인연은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떠나는 인연은 붙잡지 않으며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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