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 꽤 많은 사람들은 나의 겉모습, 나의 평소 행동들을 보고 말한다.
'진짜 육아 잘할 거 같아. 육아 잘하잖아? 어떻게 너처럼 해~'
나도 아기를 낳기 전, 그리고 아이 신생아 시절까지는 자신했다.
‘아 나는 육아를 잘하는 사람이다.’
그러나 아이의 유아기를 겪으며 결론을 내렸다.
‘나는 육아를 못하는 건 아닌 거 같은데… 여하튼 육아는 내 적성이 아니다.’
아이를 낳고 양가 어른들께 도움?을 받은 순간은 정말 다섯손가락 안에서 꼽을 만큼 적다.
‘조부모님들의 도움’을 한 마디로 정의하기란 참 애매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아이 출산 후 조리원 생활 2주 이후 산후조리사님을 쓰지도 않았거니와 엄마와 시엄마께서 오랜 기간 우리 집에 와서, 그리고 우리가 당신들의 댁에 머물며 돌봄을 받은 적이 없다. 그건 아이가 커서도 마찬가지이다.
양가 어른 모두 의지가 있으셨지만, 나와 남편은 어른들께서 이 작은 아이를 그저 이뻐만 하시길 바랐다.
우리 둘이서 잘 해내는 걸 보여드리려 애썼다기보다는 우리가 사랑해서 만들어낸 이 아이는 응당 우리의 몫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우린 우리의 삶을 위해 차로 3시간 반~4시간 반 거리인 고향들을, 부모님들의 곁을 떠나 있었던 상태였고 나는 항상 혼자서 잘 해낸 것처럼 육아도 자신이 있었다.
(양가 어른들께 탄탄한 도움을 받는 지인들이 사실.. 부러울 때가 있긴 하다!!!)
아이는 잘 자고 잘 먹고 잘 쌌다. 신생아가 해낼 수 있는 최고의 효를 보여준 우리 딸.
그래서 더 어렵지 않았다. 그녀의 자아가 스멀스멀 나타나기 전 까지는.
엄마아빠를 너무 사랑했고 대쪽 같은 엄마아빠의 기질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대쪽과 대쪽과 대쪽이 찐하게 만났다.
그때부터였나 보다. 내가 육아 체질이 아니라고 느꼈던 게.
아이는 쉼 없이 자라나는 중이라 시행착오가 일상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계속 충돌했다.
그냥 넘어가면 될 일을 너무 까탈스럽게 굴었다. 일을 시작하고 난 뒤 더 심해졌나 보다.
뭐든 다 잘 해내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던 나는 매일을 쫓기듯 살아야 했고 여유가 없었다. 시간도 마음도.
그 화가 아이에게 화살이 되어 날아갔다.
표현이 서툴고 아직은 완성되지 않은 아이에게, 마흔을 바라보는 중임에도 완성되지 못한 내가 뭐라고…
다짐을 하고 다짐을 해도 가슴에서 불이 났다.
카톡 메시지로 나에게 하루 다짐을 보내보기도 하고 남편과 아이에게 화를 덜 내자 프린트까지 해서 주방 곳곳에 붙여두기도 했다. 소용이 있었던가?
아이가 여섯 살이던 2025년 가을, 이제는 좀 계획적인 생활을 해야 하지 않을까?
분명히 잘할 수 있는데, 왜 내 뜻대로 되지 않을까? 큰소리가 나온다.
못하는 게 당연한데 기대하는 바가 커서 그랬을까 정답을 맞히지 못하는 거부터 자세도 발장난도 모두 마음에 들지 않는다. 그렇게 화를 내고 나면 꿈에서까지 불편한 감정이 이어지는 걸 알면서 또 졌다. 나에게.
남편은 항상 말한다. 너는 잘하고 있어. 혼낼만하니까 혼내는 거지~
아니야. 나는 잘하고 있지 않아… 나는 참을성이 없는 엄마야.. 화산 같은 사람이라고..
마케팅을 하면서 AI를 멀리할 수 없지만, 나는 AI는 여전히 도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필요한 정보를 얻고 나면 내 나름의 각색은 필수다.
그런데 그날따라 왜 그저 물어보고 싶었을까? 답을 바란 건 아니었는데, 해결책이 필요했었다.
내가 놓쳤던 부분. '너무너무 정상적인 7살 반응'
기가 막힌 챗GPT... 맹신하는 편이 아니라 무료를 쓰고 있음에도 나에게 아이랑 재미있게 할 수 있는 한글공부방법, 그리고 화가 났을 때 엄마가 화를 참는 방법 등등 내가 간지러운 부분을 열심히 긁어준다.
그리고 마지막, 그녀? 그? 는 한방을 때린다.
바보 같이 눈물이 흘렀다.
'아이 인생에서 가장 안전한 사람'
그래, 가장 큰 안식처가 피난처가 되어 주자 다짐했는데 다짐이 무색하게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산이 되고 있었네. 엄마를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나의 작은 사람에게 말이야.
위로를 받았다. 아주 차가운 존재에게 가장 따뜻하게.
너무 답답해서 찾아봤던 백만 원짜리 심리 상담 보다 한방이 컸다.
온전히 내 몫이고 내 의지만이 필요하기에, 배움을 열심히 실천 중이다. 휴화산이 아니라 사화산이 되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