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워닝싸인
스타트업 워닝싸인
<스타트업 워닝싸인>
코로나 팬데믹이 이어지며 우리는 '자가 격리'라는 말을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스타트업(이하 좋소) 업계에서는 "자가 경리"가 대유행이다.
"자가 경리"란 무엇을 뜻하는가?
자가 + 경리
= 나의 가족이 회사의 금전 출납
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참사
말 그대로 내 가족이 내가 대표이사로 재직하는 회사의 금전 출납 관리를 하는 것이다.
자, 우리는 이제 자가 경리가 무엇인지 알았다.
그럼 좋소에서는 왜 자가 경리가 대유행인가?
그리고 이게 왜 참사인가?
좋소 대표들은 돈 써야 할 일이 정말 많다.
가족이나 친구와 함께
호텔로 호캉스도 가야 하고,
미쉐린 레스토랑에서
인 당 30만 원 이상의 식사도 해야 하고,
소고기집에서 단백질 섭취도
주기적으로 해줘야 하고,
자산 100억 부자가 마신다고 했던
와인도 좀 마셔봐야 하고,
계절이 바뀌었으니
백화점에서 옷도 좀 사야 하고,
반려동물 사료도 사야 하고,
가족과 친한 친구들에게
생일 선물도 해야 하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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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이 소비할게 많은 것이 회사에 자가 경리를 두는 것과 무슨 상관관계가 있는가?
우리가 제1화에서 이미 이야기 나눴듯이, 좋소 대표의 뇌 구조는 다음과 같다.
회사 = 나, 회사 돈 = 내 돈
대표이사인 내가 생활하는데 필요한 돈은
어디서 충당해야 하는가?
당연히 회사 돈이다!
대표이사 활동비 명목으로 "사적 유용한 법카"를 야무지게 쓸 차례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이 법카 내역은 "주작"이 불가하다.
그럼 어떻게 해야겠는가?
회사 현금 출납을 담당하고,
매월 법카를 정산하는 직원인 경리를
우리 아빠(혹은 엄마)로 두면 되는 것이다!
부모에게 곳간 열쇠를 쥐어주면 나의 횡령에 대해서 과연 누가 알 수 있고, 감히 누가 뭐라고 하겠는가 말이다!
남을 경리로 두면 나의 횡령 내역이 누군가에게는 공개되는 것이니 약간 찝찝하기도 하고, 구구절절 핑계도 좀 필요하겠지만, 부모 중 한 명이 경리일 경우에는 횡령 폭로에 대한 위험을 안드로메다로 보내놓을 수 있다는 거다. 기껏해야 호텔에 너무 들락날락거리면 핀잔을 듣는 정도이니… 개꿀이다.
아래 금쪽이 상황과 별 다를 바 없는 자가 경리와 대표이사의 관계성.
난 금쪽인데 엄마나 아빠가 뭐 어쩌겠는가? 미치지 않고서야 나를 신고하거나 재무실사를 하지는 않을 테니 걱정 없다.
그래서 자가 경리로는 대표이사의 엄마, 아빠, 배우자, 이성 친구가 발탁된다. 그들은 대표이사의 그런 극악무도한 횡령을 핀잔 정도 주는 정도에서 끝내며, 자신도 회사돈으로 콩고물 좀 얻어먹으려 오히려 부추기는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자가 경리의 좋은 점은
크게 두 가지로 정리된다.
1. 회삿돈으로 착한 사람 코스프레 쌉가능
아무리 가족이어도 "경리"라는 회사 업무를 수행하는 것이니, 4대 보험은 물론 급여로 위장한 용돈 월 200만 원 정도를 주며 내 가족 및 소중한 사람을 남의 돈으로, 공식적으로 부양할 수 있다.
2. 횡령에 대해 외부에 폭로할 리스크 매우 적음
자가 경리는 내 아들, 내 딸, 내 남편, 내 아내, 내 이성친구가 소위 "빵"에 가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그리고 대표이사 개인의 재무 상황이 나의 재무적 상황과도 직접적인 연관이 있기에 외부에 폭로할 위험이 거의 없다.
위의 시스템이 실제로 동작하기 때문에, 좋소 기업은 투자사로부터 10억 원 이상의 투자금을 유치해도, 1년도 안 되는 기간에 전액 탕진하는 사례가 적지 않게 일어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계속되고 있다.
왜일까? 간단하다.
바로 그 투자를 집행한 투자자가 이런 상황에 대해 소문을 들어 어느 정도 알고 있으면서도 절대 재무실사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즉, 곤장을 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 투자자는 왜 재무실사를 하지 않고 덮어둘까?
여기엔 다음의 세 가지 정도의 이유가 주되다.
1. 그 투자사의 대표도 법카를 개카처럼 쓰고 있다.
2. 재무실사를 진행하여 자신이 투자한 회사의 대표가 횡령한 사실이 드러나면, 투자자 본인 실적과 금전에도 도움 될 일이 없다.
3. 2번의 이유로 후속 투자가 어려워지면, 내가 이번에 투자한 금액을 원금 회수조차 불가능해지기 때문 = 즉, 후속 투자자(신규 호구) 유입이 차단되어 폭탄 돌리기가 불가능해진다.
다양한 핑계로
많은 국내 초기 기업 투자자들은
좋소 스타트업에 투자한
투자금에 대해서 재무실사를 하지 않는다.
어차피 내 돈 아니고,
LP 돈이 잘못되었다는 사실을
굳이 내가 들춰내어
내 무능함을 밝히고,
원금조차 회수 못하는
손해를 감수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런 눈먼 돈이 미친 듯이 굴러다니는
국내 스타트업 업계에서
좋소 대표들은 횡령의 자유를 맛있게 만끽한다.
그리고 벤처 투자자들의 폭탄 돌리기는 계속된다.
진정 e-편한 세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