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워닝싸인
B 이사님 진짜 개쩌는 분이거든?
이제 주 1회 회사에 오실 거야.
그때 모든 걸 물어보도록!
주요 주주 몇 명과 회사의 초기 임직원 전원이 B 이사가 우리 회사로 합류 하는 것을 결사반대했지만,
썩은 스타트업(이하 좋소)의 냄새를 기가 막히게 맡는피라냐 같은 B 이사는 결국 금쪽이 대표이사와 쿵짝쿵짝하여 "이사님"으로 회사에 들어오게 되었다.
본래 사외이사의 사전적 뜻은 다음과 같다.
"최대 주주나 다른 임원들로부터 영향력을 받지 않는 외견을 지닌 사람을 선임하도록 강제하여, 대주주나 경영진의 독단적 경영을 방지하고, 경영 투명성을 확보, 기업의 내부거래를 감시하고, 소액주주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
하지만 좋소에서 사외이사는 다른 의미로 쓰인다.
몇 개이던지 겸업 및 경업이 가능하여
추가적인 소득을 발생하여도 되며,
주 1회 3시간 정도 출근하여
회의만 참석하면 되고,
법인 등기부 등본에 이름이 오르지 않으므로
본인이 발언한 것은 물론,
그 직책에서 책임져야 하는 것에 대한
어떠한 법적 책임도 면제받는 제도"
이게 좋소의 사외이사다.
이런 사외이사의 공통적인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정리 및 나열해 보겠다.
1. 사외이사는 쓰리 잡 (Three Job)
대부분 3개 이상의 회사에 발을 걸치고 있으며, 본인이 메인으로 근무하는 회사에는 좋소의 사외이사라는 사실을 대부분 알리지 않았거나, 타인에 의해 발각되어 본의 아니게 알리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계약 만기 후(1년 혹은 2년) 이사로서 재계약이 안 되었던 것도 공통적인 특징이다.
2. 사외이사 경력은 200만 개
대부분 이런 사외이사의 이력서를 보면, 경력이 200만 개 정도 된다. 각종 강연, 팟캐스트 출연, 집필, 정부지원사업 심사 등의 자질구레한 이력이 미친 듯이 많다.
3. 사외이사는 업계 좋문가
대부분 특정 분야에 "좋문가"로 활동한다. 좋도 모르면서 나이만 어느정도 들어, 아는 척을 오지게 하는 무늬만 전문가이다. 어떤 영역에 대해서 최근까지 대외적으로 이렇다 할 성과를 낸 것이 없으며, 있어봤자 먼 옛날에 있던 일이다. 특히 바이오, 헬스케어 쪽에서 이런 사람들이 많고, 소프트웨어 개발 쪽에서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이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바이오나 헬스케어 쪽은 현직 의사, 생명공학자보다도 많이 알고 있으며, 현직 저명한 개발자보다도 위대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
4. 사외이사는 말 잘해
이런 종류의 사외이사는 말을 잘한다. 어쩌고저쩌고하면서 블라블라 잘 떠든다. 자세히 들어보면 앞, 뒤 논리가 맞지 않는다. 그런데도 그 세 치 혀로 먹고 살아왔기 때문에 아무것도 모르는 좋소 대표들은 사탕발림이 적절히 된 그 얕은 지식을 듣고 홀딱 반하기 마련이다.
5. 사외이사는 주 3시간~5시간 근무
사외이사는 말 그대로 회사에 상주하지 않는다. 알게, 그리고 모르게 쓰리 잡을 뛰는데 어떻게 상주하겠는가? 주 1회 정도 회사에 방문하여 실무진, 경영진과 회의하는데, 이마저도 특이사항이 없으면 3시간 이내로 끝난다. 경영진 간의 싸움이라도 일어야 3시간, 초과 근무하면 5시간 정도 근무한다.
6. 사외이사는 쿨해
사외이사는 본인이 뱉은 말에 절대 책임지지 않는다. 설령 본인이 그렇게 해주겠다고 약속한 것이 있는데, 그렇게 해주지 않아서 직원이 따져 든다 해도 상관없다. 그래도 직원이 계속 따져 들면 "So What?" 철학을 시전 한다. 그래서 뭐 어쩌라고? 이게 결론이야. 받아들여. 라는 식의 무책임한 태도를 보인다. 진짜 쿨내가 더럽게 난다. 그리고 본인의 잘못된 조언 및 방관으로 인하여 경영진 간의 어떤 싸움이 발생한다 해도, 본인은 "사외이사"로서 법적으로 책임이 없기 때문에 그냥 대충 어르고 달래고 하면서 자신의 밥줄 안위에만 신경 쓴다. 밥줄을 쥐고 있는 좋소 대표에게 달라붙어 그를 화나게 하는 모든 이를 함께 욕해준다.
7. 사외이사 연봉은 억대
이렇게 주 1회 3시간 출근을 하고, 실무는 전혀 하지 않으며, 혀만 나불거리다가 가는데도, 좋소 대표의 간택을 받아 들어왔으므로, 연봉은 보통 1억 원 이상이다. 그 이하로 받는 사외이사는 못 보았다. 대단한 능력이지 않은가?
위의 일곱 가지가 좋소 "사외이사"들의 큰 특징이다.
이런 사외이사가 회사에 있는지 한번 잘 살펴보자.
그리고 그런 사외이사의 약속과 말에 속아 열심히 일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회사에서 나 밖에 그 일을 처리할 수 없을 때,
회사가 어려운 상황일 때
사외이사가 먼저 제안한
"승진" 약속에 속아
내 진심과 열성을 다하여
밤, 낮 없이 일한 대가를
"배신"으로 받게 된다.
회사가 다시 일말의 안정을 찾고, 연봉 협상 시즌이 다가오면, 그 승진 약속은 내가 언제 그런 말을 했는지? 내가 그런 말을?이라는 식의 의아한 반응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항의하면 당신은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해 빠진 사람 정도로 취급받게 된다.
토 나오지만 이게 좋소의 현실이다.
좋소의 사외이사는 믿지 마라.
그리고 그런 놈이 있다면 그냥 이직하시라.
간신배들 말을 믿고,
그 회사에 당신의 열정과 희생,
그리고 젊음을 낭비하지 마시고,
다른 일에 쏟아보시길...
그 노력으로 내가 주인인 일을 하면
그 결과는 당신을 배신하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당신이 진심으로 쏟아부은
그만큼은 되돌려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