숫자가 알려준 현실적인 첫 걸음
스무 살 중반, 맥도날드에서의 그 커피 한 잔은 제 삶의 많은 것을 바꾸어 놓았습니다. 어쩌면 뻔한 말이 정답일지 모른다는 생각, 그리고 무엇보다 일단 해보는 것, 즉 '실행'이라는 두 글자가 가진 엄청난 힘을 온몸으로 체감한 이후, 저는 이전과는 다른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시작했습니다. 더 이상 좋은 말이나 그럴듯한 이론을 듣고 고개만 끄덕이는 대신,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가?" 라는 구체적인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게 된 것입니다.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제가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뻔한 말이 모여있는 곳, 서점이었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다 거기서 거기인 이야기겠지" 하며 지나쳤을 법한 책들 중에서도 「월급쟁이 재테크 사전」처럼 가장 현실적이고 당장 제 삶에 적용할 수 있을 것 같은, 소위 만만한 책 서너 권을 골라 들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와 밤늦도록 책장을 넘겼습니다. 책들의 내용은 대부분 비슷했습니다. 월급을 아껴 쓰고, 꾸준히 저축하라, 불필요한 소비를 줄여라, 장기적인 목표를 세워라 등등. 어찌 보면 이전의 제가 냉소적으로 치부했던 바로 그 뻔한 말들의 연속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 저는 그 말들을 다른 무게로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그 평범한 문장들 속에 숨겨진 진의를 조금이나마 이해하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몇몇 권의 책을 읽으면서, 저는 한 가지 매우 단순하지만 강력한 현실과 마주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의미 있는 투자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그리고 그 투자가 복리의 마법을 부리기 시작하기 위해서는, 일정 규모 이상의 초기 자본, 즉 종잣돈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종잣돈을 모으는 가장 확실하고 빠른 길은, 적어도 저와 같이 가진 것이 없는 평범한 사람에게는, 투자의 수익률보다는 소득의 절대적인 크기와 꾸준한 저축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간단한 계산만 해봐도 명확했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당시 100만 원이라는 돈을 가지고 투자를 시작해서, 정말 운이 좋아 연 20%라는 높은 수익률을 올린다고 가정해 봅시다. 1년 뒤 제 손에 쥐어지는 수익은 20만 원입니다. 물론 적은 돈은 아니지만, 이것만으로는 10억이라는 아득한 목표에 도달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하지만 만약 제가 한 달에 50만 원씩 저축할 수 있다면, 1년이면 600만 원, 2년이면 1,200만 원이라는 훨씬 더 실질적인 목돈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초기 자본이 작을 때는, 투자의 수익률보다 저축과 소득 증대를 통해 늘어나는 절대 금액의 힘이 훨씬 더 강력하다는 것을 숫자가 명확히 보여주었습니다.
이 계산적인 결론은 저에게 다음 행동 지침을 내려주었습니다.
"그래,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은 어설프게 몇 푼 안 되는 돈으로 투자를 기웃거리는 것이 아니다. 나의 주된 소득원인 직장 생활에 최선을 다해 소득을 한 푼이라도 더 늘리고, 동시에 불필요한 지출은 철저히 통제하여 최대한 많은 돈을 저축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하루빨리 의미 있는 종잣돈을 만드는 것이 투자를 위한 가장 현실적이고 효율적인 첫걸음이다."
그렇게 저는 한동안 투자에 대한 직접적인 관심은 잠시 접어두고, 오직 직장인으로서의 제 역할에 충실했습니다. 단순히 현재 월급에서 아껴 저축하는 것을 넘어, 직장에서 인정받고 능력을 키워 임금 자체를 상승시키는 것이 결국 미래의 더 큰 저축과 투자를 위한 가장 확실한 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소득을 한 푼이라도 더 늘리고, 동시에 악착같이 돈을 모으는 데 집중했습니다. 동료들과의 불필요한 술자리도 줄였고, 사고 싶었던 물건들도 다음으로 미루었습니다. 매달 월급날이면 가장 먼저 저축할 금액을 떼어놓고 나머지 돈으로 생활하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화려하진 않았지만, 마치 겨울을 나기 위해 묵묵히 도토리를 모으는 다람쥐처럼, 저는 미래의 어느 날 투자의 씨앗을 뿌릴 밭을 갈고 단단한 종잣돈이라는 거름을 준비하는 데 몇 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 시기의 인내와 절제는 비록 더디고 답답하게 느껴졌지만, 돌이켜보면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재정적 기초 공사 기간이었습니다.
어쩌면 '소득을 늘리고 아껴서 종잣돈을 모은다'는 이야기가 너무나 당연하고 기초적인 원칙처럼 들리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마치 누구나 알고 있지만, 그래서 더 쉽게 간과해버리는 그런 이야기 말입니다. 하지만 때로는 가장 기본적이라고 여겨지는 것들이야말로 모든 위대한 성취의 가장 단단한 초석이 되곤 합니다.
다음 이야기에서는, 이 뻔해 보이는 선택과 그로 인해 다져진 기초가 왜 경제적 자유 또는 부자로 나아가는 길에서 그토록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지, 그리고 예상치 못한 새로운 기회이자 위기가 찾아왔을 때 이 기초가 한 사람의 판단과 행동에 얼마나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드릴 예정입니다. 여러분들도 월급의 진짜 무게를 느껴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