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와 경제적 자유는 어떤 관련이 있을까?
제 나이 스물 중반 무렵이었습니다. 당시 저는 아마도 사회생활을 시작했거나 혹은 막 시작하려던, 여느 청년들과 다를 바 없는 평범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어린 시절, '10억만 있으면 평생 놀고먹을 수 있겠다'는 막연하고도 순진한 꿈을 꾸었던 기억은 있었지만, 그 꿈을 어떻게 현실로 만들어야 할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생각도, 구체적인 계획도 없던 시절이었죠.
그날 새벽, 저는 왜 하필 맥도날드에 있었는지, 그리고 그곳에서 정확히 어떤 책을 손에 들고 있었는지는 이제 기억 저 너머로 아스라이 사라졌습니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 책의 어느 한 구절이 제 안에 잠자고 있던 무언가를 건드렸다는 사실입니다. 그 책은 '원하는 것을 얻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고, 그중에서도 "맥도날드 같은 프랜차이즈 매장에서도 정중하게 요청하면 커피 한 잔 정도는 무료로 얻을 수 있다"는, 다소 황당하게 들리는 내용이 유독 제 시선을 사로잡았습니다.
솔직히 말해, 처음 그 구절을 읽었을 때 저는 코웃음을 쳤습니다. '에이, 말도 안 돼. 그런 건 운이 좋거나, 아니면 미국 같은 특정 문화권에서나 통하는 이야기겠지. 내가 사는 이 현실에서는 어림도 없을 거야.' 하지만 그곳, 맥도날드 한구석에서 책을 읽던 저는 마음 한구석에서 스멀스멀 다른 생각이 피어오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정말 그럴까? 밑져야 본전인데, 한번 해볼까?'
낯부끄러움과 약간의 두려움을 안고, 저는 책에서 시키는 대로 (혹은 책에서 제시한 요건을 갖추고) 그 자리에서 두어 번 연습까지 한 뒤, 마침내 용기를 내어 카운터 점원에게 말을 건넸습니다. 결과는 예상대로였습니다. 점원은 잠시 당황한 듯하더니, 이내 사무적인 미소와 함께 정중히 거절했습니다. "죄송하지만, 저희 매장에서는 그렇게는 어렵습니다." 그 순간, 너무나 긴장했던 탓에 왼쪽 입술 끝이 파르르 떨렸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저는 속으로 '역시나 그렇지. 책은 책일 뿐이야. 현실은 이렇게 냉정한 거라고!' 하며 약간의 실망감과 함께 자리로 돌아와 읽던 책을 마저 펼쳤습니다.
그런데 몇 분이나 지났을까요. 이제 그만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찰나,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아까 그 점원이 커피 한 잔을 들고 제게 다가와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손님, 원래는 안 되는데요... 그냥 제가 개인적으로 한 잔 사드리고 싶어서요. 맛있게 드세요."
저는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멍해졌습니다. 어안이 벙벙해서 제대로 된 감사 인사도 하지 못하고 커피를 받아들고는, 마치 도망치듯 매장을 빠져나왔습니다. 동이 터오는 새벽 거리, 차가운 공기 속에서 따뜻한 커피가 담긴 컵을 내려다보며 한참을 서 있었습니다.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들이 제 가슴속에서 소용돌이쳤습니다. '될 리가 없다'고 생각했던 일이, 그것도 가장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이루어진 것입니다.
이 커피 한 잔은 단순한 음료가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제 삶의 태도를 송두리째 바꿔놓은 하나의 '사건'이었습니다. 이전까지 저는 세상의 많은 '뻔한 성공 공식'이나 '교과서적인 조언'들에 대해 냉소적이었습니다. 수능 만점자의 "교과서 위주로 공부했어요"라는 말 뒤에는 분명 엄청난 무언가가 숨겨져 있을 것이라 지레짐작했고,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속담은 "티끌 모아봐야 좀 더 큰 티끌일 뿐"이라며 비웃었습니다. 세상의 지혜라는 것들이 마치 너무 오래되어 버려 이제는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현대에는 더 이상 적용할 수 없는, 낡고 색 바랜 이야기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그날 새벽, 어쩌면, 그 뻔한 말이 정답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말이 얼마나 평범하고 진부하게 들리느냐가 아니라, 내가 그것을 '실행' 하느냐, 하지 않느냐의 문제라는 것을 말입니다. 아무리 위대한 산이라도, 그 정상을 향한 첫걸음을 내딛지 않고서는 결코 오를 수 없다는 너무나도 단순한 진리. 이 '실행'이라는 두 글자가 제 인생의 나침반 바늘을 새로운 방향으로 돌려놓았습니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에게도 마음속에 품고만 있는, '해볼까, 말까' 망설이는 아주 작은 생각이나 계획이 있을 겁니다. 그것이 무엇이든 좋습니다. 책꽂이에서 오랫동안 잊혔던 책을 한 권 꺼내 드는 것도 좋고, '언젠가 해야지' 마음만 먹었던 다이어트 식단을 오늘 저녁부터 시작해보는 것도 좋으며, '한번 연락해봐야지' 하고 차일피일 미루던 친구에게 짧은 메시지 하나를 보내는 것도 좋습니다. 정말 무엇이든 좋습니다. 오늘, 이 글을 읽고 난 후 당장 딱 하나만 골라 속는 셈 치고 한 번 해보는 건 어떨까요? 어차피 그 행동 하나가 당장 큰 손실이나 후회를 가져오지는 않을 테지만 모든 변화의 시작일 순 있으니까요.
그 당시에는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모를 겁니다. 저도 그랬으니까요. 저 역시 그 순간에는 몰랐지만, 돌이켜보면 그날 새벽의 커피 한 잔이 제 인생의 많은 것들을 바꾸는 작은 시작점이었던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