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대하는 자세(중편)

역사가 어렵다고 호소하는 분들에게

by 헨리 월터

1. 원래 어려운 영역이 맞다.

한 치도 의심할 여지가 없다. 개인적인 경험상 한자어로 대표되는 전문 용어들이 어려움을 느끼게 하는 요인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종종 보였는데, 여기서 한 가지를 가정해 보았다. 과연 (혀가 꼬여들어갈 정도로) 전문적인 한자어의 상당수를 순 우리말 혹은 현재 쓰는 단어들로 대체하면 사람들은 조금 더 이해하기 쉽다고 할 수 있을까? 애석하게도 그렇지만은 않았다. 오히려 무슨 말인지 더 이해하기 어렵다는 경우가 종종 보였고 이 지점을 현실에 대입해 주었을 때 그제야 납득하는 눈치를 보였다. 그와 같은 결과가 나온 결정적인 이유는 과거의 살아가던 방식 및 가치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점이 컸다.

단순히 지식에 대해 어려움을 느끼는 상황을 해결할 방법은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는 것", 즉 스스로 찾아서 공부해 보는 것 외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 전문가로 인정을 받은 사람들의 글을 골고루 읽어보고 어떤 방식으로든 반복적으로 지식을 접하는 쪽이 어려움을 줄이는 데 가장 도움이 된다. 만약 어린아이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면 만화나 삽화가 많은 책 등을 이용하여 흥미를 끄는 쪽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이 좋다. 물론 이것 또한 어디까지나 조건이 붙는데, 반복적으로 접하며 기초를 다져야 하고 무엇보다 본인이 흥미를 느껴야 하고, 이 지점은 어느 영역에서든 다 똑같다. 그렇다. 역시 결론은 역사라는 영역 자체가 쉽지 않다는 첫 명제로 돌아갈 수밖에 없게 된다.


2. 입에 맞는 코스 요리를 3분 만에 차리기?

근래에 수많은 요소들이 온라인 콘텐츠로 다루어지고 있고, 역사 지식도 예외로 볼 수 없다. 그렇지만 온라인 콘텐츠로 재정리된 역사 지식은 흐름이 끊어진 채 파편으로 흩어지거나 뭇매를 맞는 상황을 종종 마주한다. 특히 익명성이라는 장막 뒤에서 튀어나오는 무수한 손가락에 의해 두들겨 맞고 피멍이 들기 일쑤다. 이유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대상의 진실여부보다는 오히려 자신들의 입맛에 안 맞는다는 이유로 혹은 소위 '국뽕'이란 이유가 압도적인 경우가 있다.

그렇지만 명백하게 밝히자면 역사는 판타지가 아니다. 동시에 절대 누군가의 희망사항을 들어주고 실현되게 하는 영역도 아니다. 물론 역사 지식이 종종 사람들의 희망사항을 충족시키고 소속감과 자긍심을 높이게 하는 매개가 되지만, 때로는 냉정히 다수의 사회 구성원들의 뒤통수를 때릴 수 있는 학문이기도 하다. 그리고 오늘날의 역사 지식은 수많은 사료들을 종합한 끝에 압축된 산물로 보는 것이 옳다. 좁게는 국내, 넓게는 전 세계에 흩어진 사료를 수집하고 이를 연구하면서 이해하기 비교적 쉽게 재정리를 하는 작업은 지금도 학자들 사이에서 진행 중이다. 특히 외국의 역사 영역을 건드릴 경우, 당시의 상황 이해는 물론이고 외국어 구사 능력이 불가피하므로 더 높은 난이도가 요구되곤 한다. 이와 같은 이유에서 역사 연구 영역은 필연적으로 결과물을 내는 데 많은 시간과 자금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그 상황에서 3분 만에 즉석에서 원하는 부분을 자신의 입맛에 맞게 조리해서 떼라는 태도는 과욕이 아닐까?


3. 우리부터 외면하지만 외부 주목을 구걸하는 모순

최근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었고, 한국만의 콘텐츠가 애니메이션 속에 잘 녹아들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렇지만 그것과 별도로 어떤 문화적 유산이 얼마나 남아 있는지 아는 사람은 드물다. 심지어 전문가라도 자신이 전공한 분야가 아니면 그 구체적인 범주를 알지 못하니 예외가 아니다. 무관심한 이유를 가만히 들어보면 "나도 바쁘고 내 시간이 아까운데 그것이 나랑 무슨 상관이 있느냐?" 식의 반문이 대부분이다. 심지어 전번에 언급하였던 사극을 다시 예로 든다면 "찍어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지 무슨 고증 오류를 지적하고 있느냐? 어차피 남들 관심도 없다." 식의 반응으로 찬물을 끼얹는 경우도 종종 나온다.

그렇지만 나는 감히 말하고 싶다. 지식은 다양한 매체를 통해 우리의 몸과 정신에 각인되고, 잘못된 내용이 한 번 박힌 순간, 바른 길로 인도되는 데는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을 필요로 하게 됨을. 우리부터 잘못 알고 있는 순간 왜곡이 시작되고, 심하면 그렇게 많은 분들이 바라는 국제적 위상 증대는 요원해지거나 예기치 못한 부정적인 변수를 불러오기 쉽다. 혹자는 "재미가 보장되지 않을 텐데 세계인들의 입맛을 자극할 수 있겠느냐?" 라고 반문할 것이고, 일각에서는 해외의 다른 사례를 들먹일 것이다. 당연히 고증에 치중한 순간 재미를 잃게 되니 흥미와 고증 양자 간의 줄타기가 어려운 것은 맞다. 그렇지만 현존하는 유관 자료를 정면으로 외면하고 재미에만 치중하는 태도는 어리석은 것이 맞다. 그리고 그것이 불러올 비극은 상상 이상일 것임은 확실하다.

작가의 이전글역사를 대하는 자세(전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