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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진상 Apr 11. 2023

대한민국의 안락사 찬성률이 얼마나 되는지 아세요?

올해 의대 자소서가 남아 있었다면 아마 제가 많은 학생들에게 이 책을 권했을 겁니다. 프랑스에서 의료인류학을 전공한 송병기 박가가 쓴 ‘각자 도사 사회’입니다. 각자 알아서 죽는 사회라는 뜻으로 전영수 한양대 교수의 책 ‘각자도생 사회’를 패러디한 제목이죠. 이 책은 국가가 자신의 생존 즉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없으니 각자 알아서 살라는 우파적인 메시지를 들려준다면 각자 도사 사회는 정반대입니다. 각자 알아서 죽는 사회는 끔찍한 디스토피아니까 모든 죽음은 사회적이며 그 사회가 좋은 죽음을 위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진보적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의사는 특히 개업의일수록 정치적으로 좌파보다는 우파에 가까운 전형적인 보수적인 집단이지만 저는 적어도 의사가 되려는 단계에서는 너무 현실적인 이야기, 계산적인 이야기보다 이렇게 따뜻하게 사회의 음지와 약자를 비쳐주는 책들을 꼭 읽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사회적 약자는 누가 보아도 노인입니다. 

노인 빈곤율은 세계 최고이며 노인 자살률도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동방예의지국은 이미 옛말이고 노인들은 가장 외롭고 힘들고 아픕니다. 저자는 발로 뛰면서 국내 요양병원과 요양 시설 독거노인의 집을 방문했는데 독거노인의 경우 일부 고독사한 시체가 썩고 있는 방에도 TVᅟ근 항상 켜져 있음을 발견하고 그 이유를 생각해 봅니다. 그 이유는 외롭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세상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고 싶어서일 것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입니다. 

사실 저도 노모가 계셔서 노인 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잘 알고 있습니다. 길거리에서 폐지를 줍는 노인들을 볼 때마다 “저 모습이 우리 부부의 미래 모습이 되면 어쩌지”라며 연민과 미래에 대한 불안 때문에 고민이 되기도 하죠. 

책에도 소개하고 있지만 좋은 죽음에 대한 관심도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사실 좋은 죽음이란 말 자체가 형용모순이라는 생각이 들지만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희망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는 안락사 혹은 의사 조력 자살을 허용해 달라는 국민의 여론 또한 크게 늘고 있습니다. 저도 놀랐습니다.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너무 높았습니다. 2022년 서울대병원의 설문조사 결과였는데 76%가 찬성하고 있었습니다. 국민 4명 중 3명은 스위스 네덜란드 벨기에 등에서 시행되고 있으며 프랑스 이탈리아도 도입을 검토 중인 안락사를 찬성한다는 게 너무 놀라웠습니다. 이러고도 눈 떠보니 선진국이라면서 여야를 떠나 정차권은 자화자찬하고 있으니 정말 기가 막힌 현실이죠. 이 숫자는 이미 국민들이 죽음보다 끔찍한 삶과 친숙해진 지 꽤 오래됐다는 이야기죠. 

저자는 92년까지만 해도 3명 중 2명이 집에서 죽었지만 지금은 70%가 병원에서 죽는 병원 객사의 시대입니다. 삶에 대한 태도가 바뀌듯이 죽음에 대한 태도도 해마다 바뀌고 있지요. 그런데 저는 이 책을 읽으면서 안락사에 찬성하는 비율이 더 늘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생존 욕망을 이겨낼 정도로 삶의 고통지수는 나날이 높아지기 때문에 한국은 죽음과 친한 사회로 거듭나고 있다는 사실을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지나친 경쟁과 패배자들의 부활을 가로막는 시스템이 한국을 각자도사사회이면서 각자도살 사회로 만들고 있는 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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