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지대라 불렀던 테두리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나는 하나의 안전지대를 만들었다.
하지만 그곳은 보호막이라기보다
조용히 나를 가두는 선에 더 가까웠다.
짙은 선 밖으로 나가는 것보다
그 선 안에 머무는 것이
나를 더 안전하게 지켜줄 거라 믿었다.
현실이 버거울 때
지쳤다는 이유로,
번아웃에서 회복 중이라는 명목으로
조금 더 쉬어도 된다고
나는 나를 설득했고
결국 방치했다.
아무것도 하기 싫었고
아무것도 보고 싶지 않았다.
사람도, 회사도,
일하는 나 자신마저도
모두가 싫은 날들이
하루하루 이어졌다.
그건 휴식처럼 보였지만
실은 정지였고,
오래 지속된 멈춤이었다.
그리고 멈춤은
서서히 습관이 되었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 테두리는 눈에 띄지 않게 좁아졌고
나는 점점 더
안쪽으로 조여 왔다.
어느 순간
시야도 마음도
같은 크기로 접혀 있었다.
이미 접혀버린 마음은
다시 펴질 수 있을 거라
상상조차 하지 못한 채
구겨진 상태로 남아 있었다.
세상은 자꾸만
삐뚤게 보였고,
스스로 만든 틀이라는 걸
알면서도
익숙함에 기대
밖으로 나올 용기를 미뤘다.
집 근처 편의점,
잠깐의 산책조차
발걸음을 무겁게 만들던 날들.
춥다면 춥고,
덥다면 덥고,
만족스러운 날씨란
존재하지 않는 것 같았다.
그러다
아주 작은 알아차림 하나.
호흡을 따라 움직이던 요가,
조용히 페이지를 넘기던 독서,
나를 마주하는 글쓰기.
사소한 반복들이
마음에 작은 틈을 냈고
그 틈은
서서히 빛이 되었다.
그 빛을 향해
한 발,
그리고 또 한 발.
천천히
스스로를 가두었던 테두리 안에서
빛을 따라 걸어 나왔다.
한참을 멀어져
뒤돌아보니
그 상자는
생각보다 너무 작았다.
나를 설명하기에도,
규정하기에도
턱없이 작은 크기였다.
시선을 더 멀리 보내자
마치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듯
나 역시
하나의 점이 되었다.
그 순간
비로소 나는
나를 평가하지 않고
관찰할 수 있었다.
잘해도, 못해도 상관없이
그저
나를 좋아해 주는 일.
거리를 두는 것은
도망이 아니라
나를 이해하기 위한
가장 부드러운 선택이었다.
지금도 나는
때때로
한 걸음 물러서
나를 바라본다.
그때의 멈춤은
분명 괴로웠고 힘들었지만
그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나 역시 존재한다.
이 시선을 잃지 않는 한
어떤 테두리도
영원히
나를 가두지는 못할 것이다.
-글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