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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마약은 남 일이 아니네?

<국경 없는 조폭 맥마피아>

by 무아노


몇 년 전만 해도 마약은 먼 나라의 이야기 같았다. 뉴스에서 미국이 마약 문제로 골머리를 앓는다는 소식이 들려와도 ‘우리랑은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으니까.

이제는 뉴스에서 ‘부산항에서 마약 적발’ 같은 기사가 낯설지 않다. 얼마 전에는 여동생의 세관 번호를 사용해 해외에서 마약을 들여오려던 오빠가 적발되었고 집에서 직접 마약을 재배하다가 걸린 사례들도 심심치 않게 보인다.


영화 '범죄 도시 3'의 빌런 역시 마약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 범죄자들은 돈을 벌기 위해 마약을 빼돌리고 서로의 뒤통수를 친다. 나에게 마약은 인생을 망가뜨리는 위험한 물건이지만 그들에게는 단순한 돈벌이 수단일 뿐이다.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단기적인 사고를 가진 공급자들, 그리고 이타심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판매자들. 그들의 세계가 궁금해졌다.


마약을 이야기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마피아라는 조직과 연결된다. 영화나 드라마 속에서는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세련된 범죄 집단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들도 조폭, 양아치와 다를 바 없는 존재다.

'맥마피아'는 지역별 마피아 조직이 어떻게 형성되고 운영되는지 알려주는 책이다. 공산주의 붕괴 후 옛 CIS 지역에서는 담배, 무기 밀수가, 중동과 아프리카에서는 부동산,은행,지하자원 사업이 주를 이룬다.

미국,캐나다,콜롬비아에서는 마약이 주요 산업이며, 브라질에서는 사이버범죄가 성행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마약이 아메리카 대륙의 문제만은 아니다. 대형 범죄 조직들의 주요 수입원은 대부분 마약과 연결되어 있다.


'맥마피아'의 저자 미샤 글레니(Misha Glenny)는 영국의 저널리스트이자 작가다. 그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 그리고 그들을 쫓는 경찰·검찰·특수요원들을 직접 만나 인터뷰했다.

그런데 경찰과 검찰의 말 속에서 느껴지는 것은 '무력감'이었다. 몇 년간 인력을 쏟아부어 조직을 소탕해도 범죄는 다시 살아난다. 반면 범죄자들은 수익 구조가 좋은 사업을 운영하듯 움직인다. 그들에게 고객은 길거리에 내몰린 중독자가 아니라 중간 상인들일 뿐이다.

"이건 경쟁이 심한 시장이고, 우리 물건을 사가는 친구들은 품질을 귀신같이 알아봅니다."

책에 등장하는 어느 마약 판매상의 말인데, 진짜 ‘사업’처럼 들린다.


저자 또한 이를 지적하며 범죄 조직을 강하게 단속할수록 오히려 그들에게 더 강한 통제력을 쥐여준다고 말한다. 마약과 마피아 조직을 뿌리 뽑기란 불가능에 가까워 보이니 '아, 어쩌란 거야.' 이런 생각이 들면서 그들의 '무력감'을 잘 이해할 수 있다.


'맥마피아'는 브런치에 두 번째로 소개하지만 이 주제를 다루기에 가장 적절한 책이다. 솔직히 책이 두껍고 주제가 가볍진 않다. 게다가 20년 전 문제를 다룬 책이라 손이 쉽게 가진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마약과 범죄 조직이 현대 경제 시스템과 어떻게 얽혀 있는지 알고 싶다면 이 책만큼 강력한 이야기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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