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G.우드하우스... 우드하우스는 얼마나 좋을까

프롤로그

by 무아노


어느 날, AI에게 영국식 유머를 느끼고 싶다고 하자 P. G. 우드하우스라는 작가를 알려주었다. P. G. 우드하우스, 펠럼 그렌빌 우드하우스... 전혀 모르는 사람이었다.

지어낸 가상의 인물은 아닌지 의심하며 검색해 보니 실존 인물이었다. 아무 생각 없이 도서관의 상호 대차 서비스를 신청했고, 내 생에 가장 두꺼운 책을 만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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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 대차가 아니라 실제로 봤다면 대출하겠단 생각을 안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이 나에게 오기 위해 이미 누군가의 노동력이 투입되었는데, 기겁하며 그냥 도서관을 나설 수 없는 노릇이었다.


집으로 가는 내내 출판사의 의도가 궁금해졌다. '단편선인데 왜 이렇게 무겁게 만들었지?' 짜증 난 건 아니었다. 진심으로 궁금했을 뿐이다.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은 그동안 단편이라는 이유만으로 우리에게 제대로 소개되지 않았던 거장들의 주옥같은 작품과, 단편소설 분야의 형성과 발전에 불가결한 대표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여 왔다." 출처: 현대문학 세계문학 단편선 세트 4 | 헨리 제임스 - 교보문고


단편은 미스터리, 호러, SF 같은 주제별로 모아서 내는 경우가 많다. 세계문학 단편선은 한 작가의 단편을 가능한 한 모아서 출판하기로 한 기획이다. 그리고 P. G. 우드하우스는 오래 살면서 굉장히 다작한 작가였기에 옮긴이의 말을 빼고 무려 1,159 페이지의 책이 한국에 나온 거였다.


기획은 좋지만 두꺼운 책을 무서워하는 나에게 이 책을 읽는다는 건 쉽지 않게 다가왔다. 그대로 반납할까 고민까지 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상호 대차하느라 이 책과 마주했을 사람들이 떠올랐다. 그분들의 수고와 노고를 무시할 수 없어서 우선 찍먹 하기로 했다.


'지브스 이야기'에는 하인 지브스와 주인 버티가 등장한다. 단편 2개를 읽었는데 두 사람이 마음에 들었다. 묘하게 기분이 좋아졌다. 읽는 내내 큰 웃음이 터지는 건 아니었으나 입꼬리가 올라갔고 좋은 표현에 감탄하기도 했다. 계속 읽고 싶어지게 하는 힘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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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에 다 읽는 건 불가능하다고 생각해 큰 챕터별로 도전할 계획이다. 아마 P. G. 우드하우스의 책을 읽는 중간중간 다른 책도 읽어야 하니 완독을 위해서는 올 한 해 동안 달려야 할 듯하다. 그러니 P. G. 우드하우스는 얼마나 좋을까?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다 읽겠다는 결심을 세운 독자가 여기 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