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리 소동

술이 큰아버지의 분노

by 강쌍용



개구리 소동




동도 트기 전이다. 지게 작대기를 휘두르며 술이 큰아버지가 들이닥쳤다.

거칠게 차고 들어온 대문에서 녹슨 양철 쪼가리가 우수수 떨어졌다. 들어오며 밀쳤는지 담 부랑에 기댄 지게가 균형을 잃고 까닥거리다 맥없이 자빠졌다. 반쯤 기운 대문짝을 넘어지던 지게가 호되게 쳤다. 간신히 버티고 있던 정 첩이 동시에 떨어져 나갔다. 안 그래도 찌그러진 양철 대문이 한쪽으로 폭삭 기울었다.


“이~노옴의 자~식 ** 어디 있나?”


먹이를 물고 날아들던 제비가 다시 날아올랐다. 삐딱하게 기운 대문이 이상했는지 지붕 위를 몇 바퀴 선회했다. 처마 밑 둥지에서 갓 부화한 새끼 제비들이 어미를 보고 요란스럽게 지저 겼다. 소동을 예견한 듯 묏등 쪽으로 날아간 제비는 아직 돌아올 기미가 없다.

뜻밖의 고함에 영문을 모르는 어머니가 마루로 뛰쳐나왔다. 뒤뜰에서 어장을 챙기던 아버지도 무슨 일인가 놀란 표정이다.

아직 잠에서 덜 깬 녀석이 비몽사몽간에 술이 큰아버지 벼락같은 호통을 들었다. 대책이 있을 리 없다. 삼십육계 내빼야 했다.



점프력이 가히 일품이었다. 단번에 2~3m를 훌쩍 뛰었다. 거기에 날래기까지 했다. 눈치가 약삭빨라서 가까이 접근하기가 쉽지 않았다.

주로 논둑이나 밭두렁 풀밭에 숨어 있다가 사람들 인기척 소리가 나면 도망을 쳤다. 이놈을 잡으려면 녀석보다 더 빨리 움직이거나 기습을 해야 했다.

물속에 있는 놈을 노리면 좀 유리했지만, 잠수가 가능하지 않은 얕은 물이어야 했다. 제 다리로 튀어서 빠르게 달아날 수 있는 땅에 비해 물은 그러지 못했다. 주야장천 헤엄 쳐도 뛰는 속도에 비하면 새 발의 피다. 그래서 잡을 수 있는 확률이 훨씬 높았다.

풀밭에서 개구리가 튀어 오르면 아이들은 필사적으로 뒤를 쫓았다. 사정거리에 들었다 싶으면 온몸을 날렸다. 패트리엇 미사일이 날아가는 것보다 더 빠르고 정확하게 덮쳐야 했다.

다행히 걸려드는 놈도 있지만 대부분 날쌔게 빠져나갔다. 약이 오른 아이들이 씩씩거리며 쫓아가는 밭이나 논은 온통 쑥대밭이 되었다. 인정사정없이 개구리로 달려드는 아이들의 눈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때로는 합동작전을 펼쳤다. 서너 명이 둘러싸고 있다가 동시에 몸을 날려 일격을 가했다. 서로 머리가 부딪치기도 했지만, 개구리 잡을 욕심에 아픈 줄도 몰랐다. 자꾸 놓치다 보면 힘이 빠졌다. 더러 중간에 포기하는 녀석도 있었다. 그래도 독을 품은 녀석은 끝까지 따라가서 잡아 왔다. 한 마리라도 수월하게 잡히는 놈이 없었다.



작은 섬이라 무논이 귀했다. 마을을 넘어가면 먼저 큰 웅덩이가 있고 그 아래 작은 웅덩이가 하나 더 있었다. 두 곳은 크고 작고의 차이지 수심은 별반 차이가 없었다. 모내기가 시작되면 이곳에 수문을 트고 논에 물을 댔다.

댓 마지기나 될까? 섬에서 유일하게 논을 가졌던 술이 큰아버지는 주로 농사를 지었다. 소도 한 마리 있었다. 밭에 쟁기질할 때는 소를 빌리기 위해 사람들은 애가 닳도록 굽신거렸다. 소가 큰 재산이던 시절이었다.

부지런해서 지게를 한시도 내려놓는 법이 없었다. 늘 밭일과 논일을 번갈아 하느라 가만히 앉아 있는 것을 보지 못했다. 엊그제까지 보리타작이 끝난 논에 연이어 물을 대고 모를 심느라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랄 지경이었다.

그토록 힘들게 심어놓은 모가 하루아침에 엉망진창이 되었으니 단단히 화가 날 만했다. 그 주모자를 찾아 새벽같이 쫓아온 것이다.




지금도 약재로 쓰는 개구리 뒷다리는 당시 최고의 별미였다. 머거리라 불리는 일종의 산개구리였다. 황갈색 피부에 검은 줄이 군데군데 그어져 있는, 제법 덩치가 큰 놈이었다. 자갈밭에 불을 피우고 구우면 지글지글한 냄새가 소쿠리섬까지 날아갔다.

긴 봄날 부황이 던 듯 녀석들의 대가리에 허연 버짐이 피면 개구리 잡기가 시작되었다. 몇 마리만 잡아먹어도 버짐이 없어진다고 어른들이 말했다. 학교 선생님도 개구리를 잡아서는 안 된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런 개구리를 잡으러 나선 것이다.

그날 개구리를 쫓는다고 논으로 뛰어든 것이 큰 화근이었다. 연동 작전에 실패하고 멀리 달아난 개구리에 골이 바짝 올랐다. 더군다나 중간에 그만둔 녀석의 한마디에 부아가 더 치밀었다.


“봐라! 내가 못 잡는다고 안 하더나?”


속을 확 긁었다. 뒷일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술이 큰아버지 논으로 그냥 뛰어들었다. 가지런히 심어진 모를 밟고 다니며 개구리 잡는다고 생 난리를 쳤다. 난장판이었다. 거기다 아이들까지 합세했으니 모가 성할 리 없었다. 개구리 한 마리 잡는다고 논바닥을 결딴내 버렸다.



아버지의 사과가 오랫동안 이어졌다. 덩달아 엄마도 미안하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이미 뒷문으로 탈출한 녀석은 닭장 뒤에 숨어서 빨리 사태가 진정되기를 기다렸다.

아버지의 노발대발은 나중에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우선 술이 큰아버지 지게 작대기만은 피해야 했다.

철커덩! 대문 닫히는 소리가 나더니 이내 사방이 조용했다. 묏등으로 날아갔던 제비가 다시 돌아왔는지 지지배배 지지배배 귀가 따가웠다. 아침 내내 배회하던 까마귀 한 마리가 술이 큰아버지 무논 쪽으로 날아갔다. 어디선가 개구리울음소리가 또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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