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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드림그릿 박종숙 Apr 05. 2024

오디오 포토북 제작 수업

3월에 한글사랑세종책문화센터에서 하고 있는 '오디오 포토북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 처음 해보는 작업이라 은근 기대가 되었다. 세종시에서 이런 좋은 강의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다른 데서 이런 강의를 신청하려면 강의비가 많이 나오겠지만, 여기선 모든 것이 무료다. 자신의 시간과 열의만 있다면 가능한 일이다. 많은 분들이 신청해서 어쩔 수 없이 추첨을 하게 되었고, 운 좋게 난 붙었다.


지역에 이런 좋은 강의가 많아도 직장인들은 시간을 내기 쉽지 않다. 돈은 벌지만 시간이 없으니 자기 역량을 키우지 못한다. 사실 돈을 번다고 자기계발에 돈을 그리 쓰기가 쉽지 않다. 자녀의 학원비에는 돈을 많이 투자하면서도 나에 대한 투자는 인색하다. 오히려 직장 일에 치이고 힘들수록 자신의 성장을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보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된다. 직장 일에만 몰입되어 있으면 삶이 주는 기쁨을 놓칠 때가 많다. 


직장 내에서 북클럽 모임을 하고 있다. 지금은 두 달에 한 번씩하고 있지만 작년만 해도 한 달에 한 번씩 책을 읽고 모여서 토론을 했다. 토론에 참여하면 좋은 점은 책과 식사, 상시학습까지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점심시간을 이용해서 하는지라 외부 일정이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얼마든지 시간을 낼 수 있는데도 도통 관심이 없다. 어떤 남직원에게 북클모임에 대해 말했더니, 자기는 책을 안 본다며 너무 당당하게 말을 하는 것이다. 사는 것도 바쁜데 책 읽을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책 읽고 있는 사람은 직장에서 일은 안 하고 놀고 있는 사람으로 보이기도 한다. 물론 직원들과 만나 토론하는 것이 부담스러워 책만 받고 오지 않는 분도 있다. 바깥에서 북클럽 모임을 인도하고 있고 어떤 때는 돈을 지불하면서 책 모임에 참석하기에 이런 모습들이 안타까워 보인다. 


하반기에 공로연수로 인해  휴가가 많이 남아있어  이 프로그램에 용감하게 신청했다. 예전 같으면 엄두도 못 냈을 일이다. 뭐든지 새로운 것을 배울 때는 기대감과 떨림이 동시에 온다. 역시 도전은 아름답다. 직장 내에서  비슷한 유형의 사람들만 보다가 매개점이 없는 다른 분들을 만나는 것만으로도 신선하다. 그분들의 삶이 어떠한지는 알 수 없지만 수업에 대한 열의, 감각을 보면서 다들 처음이 아닌듯해 보인다. 



강사님은 오디오 포토북에 제작에 앞서 2주 동안 발음 연습, 글쓰기 연습을 함께 했고, 3주째에는 오디오 녹음하는 법을 가르쳐 주셨다. 새롭게 접근해서 가르쳐 주시는 수업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참석하신 분 중에는 점자 봉사를 꾸준히 해오신 분이 계신데, 이 분은 오디오로 녹음을 여러 번 해보셨던 것 같다. 목소리가 완전 성우처럼 빛났다. 내 옆에 계신 분은 부부가 함께 참석했다. 남자분은 연세가 지긋해 보였는데, 강사님의 강의 내용을 빠르게 컴퓨터에 작성하고 계셨다. 손놀림이 빠른 것으로 보아 혹시 공직생활을 마치고 쉬시는 분인가 싶어 물어보고 싶었지만, 옆에 사모님도 계시고 수업이 빡세서 물어보지 못했다. 오디오 녹음 전 어찌나 두 분이 열심히 반복연습을 하는지 자꾸 보게 된다. 당연히 녹음도 잘 마치시고 나오신 것 같다. 


녹음팀을 세 팀으로 나눠 차례차례로 들어갔다. 나는 첫 번째 녹음에 손을 들었다.  얼떨결에 손을 들었지만, 오히려 모르니까 용감하다고 할까? 녹음할 자료는 준비가 되었으니 다른 사람들 모습 보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었다. 4명이 녹음실에 들어갔는데, 첫 번째 분은 원고지에 예쁜 붓글씨 글씨로 글을 써오셨다. 돌아가신 아버님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목소리와 어울려져 감동을 주었다. 녹음 과정을 지켜보는 내내 다들 이쁜 목소리에 탄성을 질렀다.


다른 한 분은 자신의 독서와 삶에 대해 생각한 부분을 잔잔하게 낭독했는데, 경쾌한 목소리가 특색이 있어서 좋았다. 이분은 이 모임에서 처음 만났지만  오랫동안 안 것처럼 편안함을 주는 분이다. 그다음 내 순서이다. 다른 분들은 낭독할 부분을 여러 번 읽고 준비했다는데 난 사진과 글쓰기에 마음을 쓰느라 진작 낭독 연습은 하지 못했다. 


그러나 녹음은 또 다른 과정이 아닌가! USB도 준비해오라 했는데 나만 가져오지 않았다. 다행히 다른 분의 도움으로 USB에 녹음한 것을 담을 수 있었다. 내가 녹음실에 나오자 다들 글도 목소리도 따뜻해서 듣기 좋았다고 말해주었다. 그들의 칭찬이  마음에 들었다. 녹음실에  들어가기 전 계속 중얼거렸다. 

"기죽지 말고 자신 있게 하자"


다행히 떨지 않았고 담담히 읽어나갔다. 그래서인지 목소리가 생각보다 훨씬 깨끗하고 듣기 좋았다. 따뜻한 느낌은 모르겠지만, 담백한 목소리가 나름 흡족했다. 사실 좋은 녹음실이라 자신이 가진 목소리보다 더 좋게 나온다고 한다. 그러니 이런 기회가 있다면 도전해 보라고 말하고 싶다. 새로운 경험이다. 녹음을 하려면 발음도, 자신이 쓴 글도 있어야 하니 좋은 훈련이 된다. 그리고 좀 못하면 어떤가!! 담당 선생님이 최종 녹음된 것을 일일이 다듬어 주신다고 하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


마지막에 녹음하신 분은 연세가 지긋한 어르신이었는데, 처음에는 녹음을 안 하시겠다고 하시더니 우리들의 녹음 과정을 지켜보다가 결국 용기를 내어 녹음을 하셨다. 자신의 노년기의 삶을 적어놓은 글이었는데 단조로웠지만 그분 색깔이 담겨있어 좋았다. 물론 나중에 자신의 녹음된 목소리를 듣더니 약간 실망하시는 눈치였다. 사실 목소리는 변할 수 없지 않은가? 발음과 읽는 내용이 잘 전달되었다면 낭독은 잘 된 것이다. 그런데도 자기에게 엄격한 잣대를 들어대어 다른 이들과 비교한다. 


첫 번째 팀이 나오니 다음 번 녹음을 기다리시는 분들이 우리를 향해 다들 잘했다며 엄지척해 주셨다. 역시 따뜻한 분들이다. 두 번째 팀도 세 번째 팀도 무사히 또는 멋지게 녹음을 마쳤다. 긴장된 순간을 마치고 자신의 녹음된 목소리를 들으며  거기에 어울리는 음악을 찾았다. 선생님이 추천해 주신 곳에 들어가 무료 음악을 찾았다. 내 글의 제목을 '봄날의 연가'로 지었기에 약간 따뜻하고 봄 느낌이 나는 경쾌한 음악을 선택했다. 


Audacity에 들어가 내 목소리에 음악을 넣어 편집했다. 녹음 한편을 끝낼 때마다 구분을 지으려고 내가 '끝'이라고 외치는 부분이 들렸다. 굳이 말 안 해도 녹음실 바깥에 계신 선생님이 알아서 멈춰주시는데 그걸 몰랐다. 그 부분은 편집하고 음악을 넣으니 그런대로 녹음은 잘 되었다. 내 인생의 작은 점하나, 즐거운 추억하나 소장하게 된 것이다. 지나간 기억들, 최근에 내가 겪은 심정들을 담아 글을 쓰는 시간도 좋았고, 그걸 녹음해서 누군가에게 들려주는 일도 재미있고 신났다. 다시 기회가 오면 또 도전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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