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에는 좋은 사람들과의 특별한 만남을 이어가는 ‘세종굿짹방’이 있습니다. 이 모임은 코로나 시기에 '줌'으로 만나 공부하며 성장했던 사람들이 만든 오픈채팅모방인데요, 지금은 간혹 외부에서 만나기도 하지만 여전히 줌 모임이 강세입니다.
오늘은 제가 리더로 활동하고 있는 '책모임' 날입니다. 책 토론은 돌아가며 진행하는데, 각자의 성향에 맞춘 책으로 토론 준비를 해요.
오늘 토론 책은 은유 작가의 '해방의 밤', 이번에는 제가 진행해야 돼서 토론 자료를 꼼꼼히 정리했어요. 올 한 해 내내 독서 토론 논제 연습을 해 온 터라
잘 준비해 보았어요.
그런데 연말이라 그런지 다들 바빠서 참석자가 적을까 걱정이 됐죠. 이렇게 열심히 준비했는데 다음으로 책 모임을 미뤄야 할까 고민하던 순간, 샤인스톤님이 메시지를 보내왔어요.
책을 다 읽지 못했지만 참석하고 싶다는 말이었죠. 매일 새벽 줌 모임에서 보기에 얼굴은 익숙했지만, 깊이 이야기를 나눈 적은 없었던 터라 그녀와의 첫 대화가 몹시 기대됐습니다.
모임은 예상보다 훨씬 풍성했어요. 책을 다 읽지 못해도 준비된 토론 주제가 있으니 대화는 막힘이 없었죠. 특히 샤인스톤님은 평소 독서를 많이 하신 분답게 이야기의 깊이가 남달랐습니다.
'해방의 밤'은 여성들의 삶을 다룬 책인데요,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당연하게 여겨졌던 일상을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입니다.
아이를 키우며 자기만의 시간을 갖기 힘든 현실, 끝없이 이어지는 가족 돌봄의 일상이 얼마나 많은 여성의 공감을 얻는지 이야기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났습니다.
서로의 경험을 나누며 샤인스톤님과 나 사이의 공통점을 많이 발견했어요. 늦게 결혼한 것도, 아이가 하나라는 것도, 비슷한 성향도 모두 닮아 있었죠.
그래서일까요? 책과 삶이 얽히며 나누던 이야기는 어느새 감동의 순간으로 이어졌고, 저도 모르게 울컥했어요.
혼자 책을 읽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함께 나누는 즐거움은 다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습니다. 준비하고 시간을 내는 일이 가끔은 번거롭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모임에서 나눈 이야기를 통해 몇 사람의 인생 책을 함께 배우고 돌아오는 기쁨은 그 이상입니다.
그날, 저와 샤인스톤님은 정말 ‘해방의 밤’을 온전히 느꼈습니다. 책과 대화가 만든 깊은 교감 속에서 서로의 마음이 어우러졌고, 결국 우리는 함께 벅찬 감동을 나눴습니다.
책이 아니었다면 만날 수 없었던 특별한 순간이었죠. 이런 날들이 쌓여 책 모임이 제 삶에 소중한 이유가 됩니다.
제가 모임방에 올린 글입니다.
샤인스톤님이 올리신 글도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