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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선우 Oct 07. 2023

인간다움은 무엇인가?

영화 <블레이드 러너> 리뷰

1902년 조르주 멜리스가 제작한 영화 <달세계 여행>은 최초의 SF 영화로 여겨집니다. 하지만 현대 SF 영화의 시작이 어떤 작품이냐는 질문에 많은 평론가들과 영화 애호가들은 다른 영화를 꼽습니다. 바로 1982년에 개봉한 영화 <블레이드 러너>입니다. 물론, 개봉 당시에는 흥행과 평가 모든 부분에서 완벽하게 실패한 작품이었습니다. <글래디에이터>, <프로메테우스>와 같은 영화로도 잘 알려진 감독 '리들리 스콧'은 1982년 <블레이드 러너>를 막대한 제작비를 유치해 제작했지만 유명 영화 평론가 '로저 이버트'로부터 '시간 낭비'라는 평가를 받습니다.


하지만 현대 SF 영화 장르에서 <블레이드 러너>를 빼놓고 평가하기는 어렵습니다. 조금 과장을 보태면 이후 제작된 SF 영화는 <블레이드 러너>를 본뜨거나 영감을 받았다고 말해도 무관할 정도입니다. 영화는 당시 흥행과 평론에서 실패했지만 이후 비디오테이프로 배포되면서 인기를 얻은 특이한 케이스입니다. 사람들은 한 화면에 많은 것을 담아낸 이 영화를 천천히 집에서 음미하고 반복해서 보면서 진가를 알아차린 것이죠. 영화 속에 담긴 깊이 있는 메시지와 세계관은 당시 작품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입니다. 그렇게 걸작은 뒤늦게 인정받았습니다.  



<블레이드 러너>는 1980년대에 개봉한 다른 SF 영화와 다른 분위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당시 SF 장르의 대표적인 영화로는 <스타워즈> 시리즈 혹은 <E.T>가 있습니다. 동시대 SF 장르의 영화에 비해 <블레이드 러너>는 비좁고 어두운 배경으로 우울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그렇기에  관객들에게는 지루하고 우울한 영화에 불과했을 수 있습니다. 필자도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부분입니다.

 

1968년 필립 K. 딕의 소설 <안드로이드는 전자양의 꿈을 꾸는가?>을 원작으로 제작되었고 내용은 2019년을 배경으로 시작됩니다. 미래에는 복제 인간이 등장하고 이들은 인간의 필요에 의해 사용되는 노동자에 불과했습니다. 수명이 4년뿐인 복제 인간은 인간과 동일한 사고력을 지녔고 신체 능력도 동일합니다. 이들은 자신들에 대한 처우에 불만을 품고 반란을 일으켰고 결국 지구에 출입이 불가해집니다. 하지만 이들은 종종 지구에 잠입하는데 침입한 복제 인간들을 제거하기 위해 특수 경찰을 꾸렸습니다. 이들은 '블레이드 러너'라고 불립니다.


'넥서스 6'으로 제작된 6명의 복제 인간들은 자신들의 수명을 연장시키기 위한 방법을 찾기 위해 지구에 잠입합니다. 하지만 두 명은 지구로 오는 과정에서 사망하죠. 남은 4명을 제거하기 위해 은퇴한 블레이드 러너 '데커드'(해리슨 포드)는 사건에 투입됩니다. 4명의 복제 인간들은 수명을 연장시킬 방법을 찾기 위해 자신들을 제작한 타이렐 사 회장을 찾아갑니다. 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을 알게 되고 이들은 회장을 직접 죽입니다. 데커드는 이들을 계속 추격하여 한 명씩 제거하기 시작합니다. 결국, 마지막에 혼자 남은 로이 배티(룻거 하우어)는 데커드와 치열한 전투를 벌입니다. 결투 도중 데커드는 건물에서 떨어질 위기에 처하고 로이는 그를 구해줍니다. 그리고는 지난 4년 간 느낀 감정들을 말하며 죽음을 맞이합니다. 영화는 이렇게 마무리됩니다.


우리는 영화를 보면 누가 더 인간다운지에 대해서 고민하게 됩니다. 복제 인간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데커드는 잔혹하게 총으로 죽입니다. 피를 흘리는 복제 인간을 보며 주변 동료는 슬픔에 울부짖습니다. 죽지 않기 위해 발버둥 치는 복제 인간들과 이들을 죽이는 인간들. 누가 더 인간다운 것일까요? 그렇다면 인간다운 것이 무엇일까요?


영화는 복제 인간을 구별하는 방법으로 V-K 테스트를 사용합니다. 여러 복잡한 질문을 하며 홍채 반응을 확인하는 것입니다. 질문은 이러합니다. "자라가 뒤집어져 햇볕에 말라죽고 있는데 당신은 보고만 있다.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수명이 4년뿐인 복제 인간들이 인간과 사고력은 동일하지만 삶이 짧아 경험과 감정이 부족함 점을 이용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타이렐 회장이 조카의 기억을 이식해 만든 '레이철'(숀 영)은 보통 20개에서 판가름 나는데 반면 100개가 넘는 질문이 필요했습니다. 수명의 제한이 없고 기억을 통해 감정과 경험을 한 레이철은 사실 인간의 모습과 완벽하게 동일했습니다. 그렇기에 레이철은 자신이 복제 인간임을 알 수 없었죠. 그렇다면 인간과 구별하기 어려운 레이철은 인간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독자들에게 한 가지 질문을 해보려고 합니다. 만약, A라는 사람이 커다란 사고를 당했습니다. 미래 의료 기술이 전하여 기억을 전부 이식하고 기계로 A의 신체를 전부 대체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외형까지 완벽하게 복구된 A는 인간일까요? 로봇일까요? 독자들도 함께 고민해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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