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보는 정치 이야기
지난 9일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2주년을 맞아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향후 국정 운영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이번 기자회견은 약 1년9개월만에 이뤄졌다.
이날 윤 대통령은 국민적 관심이 쏠린 사항에 대해 이야기를 터놨다. 부인인 김건희 여사 명품백 수수 의혹을 두고 "현명치 못한 처사"라며 국민에게 사과한 점은 자세를 낮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특검을 두고 정치 공작이라고 강하게 비판한 점에서 사과가 일관적이지 않다는 비판도 받는다.
채 상병 특검, 의료 파업 등에 대한 메시지도 전달했지만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해 국민적인 공감을 이끌지 못했다. 한 설문조사 결과 62% 국민들이 이번 기자회견에 공감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구체적인 해결책이 없고 메시지가 일관적이지 않다는 점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이번 기자회견은 영화 '대외비'를 연상시켰다. 영화는 정경유착, 정치적 보복 등 정계의 어두운 면모를 다뤘지만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명확하지 않고 하고 싶은 이야기만 장황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원태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이 영화는 배우 이성민, 조진웅, 김무열 등 소위 흥행 보증 슈표 배우 셋이 출연했지만 손익분기점(195만 명)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저조한 성적(75만 명)으로 막을 내렸다.
영화는 1992년 부산 해운대구 국회의원 선거를 그린다. 이곳 유력 국회의원 후보는 전해웅(조진웅 분)으로 공천부터 당선까지 탄탄대로를 앞둔 상황이다. 하지만 정계 큰손 권순태(이성민 분)의 눈 밖에 난 전 후보는 공천에서 떨어지게 된다. 무소속으로 출마한 전 후보는 조폭과 손을 잡고 복수를 시작한다.
대외비는 권력의 부정적인 모습을 보여줌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원태 감독은 영화를 두고 "정치인과 그를 끌고 가는 숨은 권력자와 폭력적인 권력을 쥐고 있는 세 주인공을 내세워 직접적이고 원색적으로 권력의 속성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메시지 전달 방식이 관객에게 효과적인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반응이 많다. 영화 실관람평에는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 수 없다"는 반응이 이어진다. 적랄하게 그려진 권력의 민낮이 관객의 공감을 사지 못한 모양새다.
그렇다면 관객들의 공감을 사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하고 싶은 이야기를 구체적으로 그려내야 한다. 영화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많으면 관객은 혼동하기 마련이다. 이번 윤 대통령 기자회견도 마찬가지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장황하지만 구체적인 해결책이 없어 국민들은 공감하지 못했다. 향후 언론과의 소통 강화를 약속한 윤 대통령은 국민의 답답함을 해소하기 위해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