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정치 향방은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미국으로 떠난 시점은 지방선거를 약 50일 앞둔 때다. 이달 14일부터 2박 4일 방미 일정이 발표됐을 당시, 야당 제1당 대표가 지방선거를 사실상 포기한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정치권에서 나왔다. 그 와중에 장 대표는 일정을 사흘 앞당겨 지난 11일 갑작스레 미국으로 향했다. 5박 7일로 늘어난 방미 일정은 이후 다시 연장됐고, 미국 국무부 요청을 이유로 오는 20일 귀국할 예정이다.
장 대표의 8박 10일 미국 일정은 도피성 행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그는 지난 7일 인천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공개적으로 거센 비판에 직면했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면전에서 2선 후퇴를 언급하면서다. 정청래 대표가 연일 전국을 돌며 존재감을 키우는 것과 달리, 장 대표는 현장 행보에 제약을 받는 모습이다. 수원 현장 최고위원회는 지역 당의 요청으로 취소됐고, 어렵게 성사된 인천 일정마저 부담으로 남았다.
지방선거 현장 분위기도 이례적이다. 출마자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를 요청하기는커녕, 오히려 방문을 부담스러워하는 기류가 감지된다. 장 대표의 방문이 표심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일부 후보들은 당을 상징하는 붉은색 대신 흰 점퍼를 입고 선거운동에 나서고 있다. 107석을 보유한 보수 제1당의 현주소다.
결국 현장으로 나서지 못한 장 대표는 미국행을 택했다. 공화당 인사들과 미국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반전의 계기를 마련하려 했지만, 기대만큼의 성과를 거뒀다고 보기도 어렵다. 그가 미국에서 올린 밝은 표정의 SNS 게시물은 오히려 국내 보수 지지층의 답답함을 키웠다. 그 사이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는 확정됐고, 대구시장 후보 간 갈등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보수와 진보는 상호 견제 속에서 정책의 균형을 만든다. 그러나 한쪽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할 때 정치의 균형은 쉽게 무너진다. 지금 보수 진영에 필요한 것은 외교 일정이 아니라 국민과의 접점이다. 비판과 냉소를 감내하지 못한다면, 진영을 이끌 지도자로서의 자격도 흔들릴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