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민'만큼 무서운 사랑은 없다

드라마 <은중과 상연>

by 지선우
다운로드 (1).jpg 류은중(왼쪽)·김상학(오른쪽)/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

사람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영화 속 완벽하고 복잡한 현상처럼 그려내지만, 실상 우리는 흥분과 사랑조차 잘 구분하지 못한다. 1974년 도널드 더튼과 아서 아론이 쓴 '흥분-전이 과정' 연구를 보면 흔들다리 위 남녀가 사랑에 빠질 확률이 극적으로 높아진다. 다리가 흔들리며 분출되는 아드레날린과 사랑의 감정을 혼동한다는 것이다. 사랑할 때 느끼는 감정을 다른 방식으로 경험하면 우리는 이를 사랑으로 받아들인다.


드라마 <은중과 상연>은 그 지점을 명확히 보여준다. 극중 류은중(김고은 분)과 천상연(박지현 분)은 친구다. 고등학교 이후 한동안 연락하지 않던 둘은 대학교에서 재회한다. 재회 당시 은중은 사진 동아리 선배 김상학(김건우 분)과 연애 중이었다. 문제는 상연도 상학이를 좋아하고 있었다. 상연의 오빠가 죽고 무너졌을 때, 우연히 PC통신에서 만난 '오맹달'이 그의 삶을 살렸기 때문이다. 오맹달은 상학이 고등학교 때 쓰던 닉네임이다. 이후로 상연은 상학 모르게 그를 따라다녔다.

다운로드 (3).jpg 천상연(왼쪽)·김상학(오른쪽)/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

상연은 자신의 마음을 숨기려 했지만 어느 순간 멈출 수 없었다. 상학과의 접점도 늘어났다. 상학이 그토록 찾던 닉네임 '무니'가 상연의 오빠임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둘이 무니의 죽음에 다가갈수록 은중에게 숨기는 비밀도 늘어났다. 상학도 처음에는 무니에 대해 알기 위해 상연과 만났지만 어느 순간 마음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누구보다 연약하지만 강인한 척하는 상연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고 연민을 느낀 것이다.


연민은 사랑하는 상대에게 느끼는 감정과 가장 유사하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힘들지 않게 도와주고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연민하는 상대에게도 비슷하게 발현된다. 상학은 상연을 연민했고 더는 아프지 않게 지켜주고 싶었던 것이다. 상학과 은중이 헤어지던 순간 상학은 이렇게 말했다. "너에 대한 마음이 달라진 게 아니야.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누군가에게 연민에 빠져 흔들리는 감정은 어쩌면 사랑보다 더 무서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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