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22
누구나 어떤 일에는 다음 스텝을 생각한다.
저는 아무 생각이 없습니다.라고 했다 쳐도 정말 아무 생각이 없을 리 없을까, 며칠 전 나도 그랬다. 그것도 아주 좋은 의도로... 내가 생각한 오늘은 일은 내 예상에 단 0.1%도 없었다.
나는 식물을 좋아한다.
누구처럼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크게 돈이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들지도 않는다. 반면에 나에게 주는 힐링은 이루 말할 것이 없다. 매일을 들여다보게 된다. 하루아침에 자랄 리 없는 식물인 것을 알지만 같은 공간 같은 위치에 놓인 그것을 매일같이 쳐다보며 살핀다.
힐링인지도 사실 잘 모르겠지만 이것 또한 우리 집에 왔으니 내 마음 한구석의 책임감이었으려나?
며칠 전 날파리가 날아다녔다.
화분을 들인 지 얼마 안 되어서 벌레가 생긴 것이라 단순하게 생각했다. 검색하고 구매하고 하라는 대로 뿌리고 물을 흠뻑 주었다. 먹는 채소를 기를 때도 뿌리는 거라니 의심이 없었다.
화분 표면에 성의껏 덜어 얹어놓고 물을 흠뻑 주었다. 몇 해가지 지나면 꽃도 핀다는 올리브 작은 나무에 보양식이라도 준 듯한 기분이었다.
다음, 그다음은 아무 일도 없었다.
파리가 보이지 않았다. 역시 많은 리뷰만큼 효과가 좋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오늘을 마주했다. 올리브 나무가 저 세상을 건넌 것 같았다.
책임감이건 마음의 안정이건 기쁨이건. 그게 무엇이든지 내가 매일을 집중해 10초 남짓 시간을 할애하며 굳이 허리를 굽혀 살펴보았던 시간들.
이럴 수가, 내가 이러려고 약을 뿌린 건 아닌데!
돈을 주고 사서 시간을 내어 뿌리고 물을 주고, 너에게 독약을 정성껏 준 것과 같은 결과가 되어버린 걸까?
미안함 같은 단순한 마음으로는 표현이 안된다.
물론 미안하지, 왜 미안하지 않겠어. 멀쩡히 잘 자라고 있던 너를 이렇게 만들었으니 말이다.
이러려던 게 아닌데...
하루아침에 달라진 모습을 마주하면서 느끼는 나의 무지함이 원망스러웠다. 너무 멍청했다랄까? 너도 살아있는 식물인데 이렇게 단순하게 다룰 것이 아니었는데 너무 너를 단순하게, 강하게 보았던 탓인가.
살다 보면 생각보다 이런 일은 많았다.
편견이나 선입견이 더욱 많은 나로선 그러려던 게 아닌데, 혹은 그럴 의도였는데 전혀 다른 의도로 흘러가버리는 일들이 종종 있었다. 매사 신중하고 조심해야 하는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다. 나의 예측은 자주 빗나가기 마련이니까.
단순히 축 쳐져 초록빛을 잃고 타버린 갈색잎의 올리브나무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나의 다음 스텝과 다르게 흘러가는 일들에 대한 당혹감을 사람도 아닌 식물에게서도 느낄 줄은 몰랐었다.
신중함이 지나치면, 시뮬레이션을 너무 세세하게 돌리다 보면 더디고 느려진다. 결국 하지 못하는 경우의 일이 생기기도 한다. 신중함과 그 반대의 어디쯤에서는 누구도 적정한 시기와 방법을 알려주지 않으니까 결국은 내 감이 내 선택에 오롯이 진행이 된다.
사람 사는 일과 마찬가지로 나의 올리브나무에도 일어나 버렸다. 이렇게 죽어버린다고 해도 사실 나는 할 말이 없다. 용량을 고려하지 않은 방법이었고 누구도 나에게 요청한 바가 아닌 순전히 나의 방법대로 선택해서 한 일이니까.
식물이 죽어서 마음이 아픈 것도 맞다. 그런데 어떻게 보면 나만 알고 지나가버리면 그만인 일. 그러니까 이런 소소한 작은 일에도 의도한 것과 다르게 다른 결과가 나타난다.
인생 참 어렵네. 올리브에서 인생을 연결시켜 버리는 나의 세계관이 도 웃프지만 뭐 하나 쉬운 일이 없네 라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밤이었다.
다른 때보다 오래 이리저리 둘러보았다. 하루아침에 너도 참 아팠겠고 힘들었겠구나. 진심으로 미안해. 그럴 의도는 아니었어.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