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아과 오픈런을 바라보는 시선에 대하여
현재 일어나고 있는 소아과 대란에 대해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원장이라는 대단한 사람이 쓴 글이 아주 장안의 화제다.
그 회장이라는 사람이 쓴 글에 따르면 오전 소아과가 매우 붐비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가 있는데 첫 번째는 워킹맘이 많아져서이고, 둘째는 젊은 엄마들이 아이를 얼른 기관에 보내고 자신은 브런치를 먹기 위해 소아과에 일찍 간다는 것이다.
그 기사를 보면서 정말 화가 난다는 표현 그 이상으로 분노를 느꼈다. 엄마들이 브런치를 먹기 위해 오전 일찍 병원 문도 열기 전에 현장접수를 하기 위해 기다린다고? 평상시 의사들이 아이를 키우는 엄마와 아빠들을 어떻게 봤는지 참 알 수 있는 대목이라 생각한다.
지금도 내 아이는 종종 아프다. 코로나에 이어 독감도 두 번이나 걸렸고, 한 번은 상태가 심각하여 병원에 입원도 하였다. 그럴 때마다 나와 남편은 밤새 아이 열 보초를 서고 난 뒤 다음날 병원 오전 진료가 마감이 될까 매번 오전 8시 전에 나가서 현장접수를 하기 위해 먼저 줄을 서서 기다렸다. 왜 그렇게 일찍 나가서 줄을 서냐고?
아시다시피 지금 소아과는 전쟁 중이다. 코로나가 끝나지 않았고 독감은 언제나 기세가 등등하며 중국 폐렴도 슬금슬금 들어오고 있는 중이다. 그래서 소아과에 조금이라도 늦게 가면 오전 진료는 마감이 되어 버린다.
그럼 오후 진료를 보면 되지 왜 굳이 오전 진료를 보냐고요? 그렇게 묻는 것도 참 웃긴 게 내 아이가 지금 당장 열이 나고 힘없이 축 늘어져 있는데 한 시간이라도 빨리 진료를 보고 싶은 게 당연한 부모 마음 아니겠는가.
내 몸이 아프면 아무 약이나 입에 털어놓고 집에서 조금 쉬다가 한산한 시간에 가면 되지만 아이는 그렇지 않다. 증세가 갑자기 더 심해지는 경우가 종종 있고 내가 의사나 약사가 아니라 아이에게 함부로 약을 먹일 수도 없다. 조금이라도 아이를 빨리 낫게 하고 싶어서 그 짧은 진료 시간 3분을 위해 수많은 아빠 엄마가 이 추운 날 이른 아침부터 병원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병원 현장 접수를 성공한다 해도 기다림의 연속이다. 몸이 아파 징징 거리는 아이를 데리고 아픈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병원에서 기본 한 시간 이상은 기다려야 한다.
밤새 아이 열 보초 선다고 잠은 한숨 못 잤지, 아침 7시부터 챙겨서 병원 앞에서 현장접수 하기 위해 줄 서서 기다렸지, 씻지도 못하고 아픈 아이 챙겨서 병원에 데려왔지. 까치집인 남편의 머리도, 기름기가 잔뜩 낀 내 얼굴도 모두 처참하지만 그저 아이 아픈 것에만 신경이 곤두서 있어 화장실 가서 씻을 시간도 없다.
힘들게 진료를 보고 나오면 오전이 훌쩍 지나있다. 그 와중에 아이 밥은 먹였지만 나나 남편은 아침밥은 무슨, 물도 한 모금 제대로 못 마셨기에 이리저리 배를 채울 음식을 찾아 헤매는데 그게 브런치로 보이는가? 그래, 빈속에 차디찬 아이스 아메리카노 한 잔 마시며 속을 달래는데 그것도 브런치라면 브런치겠지.
현재 대한민국은 OECD 국가 중 저출산 국가 1위를 위해 맹렬히 달려가고 있다. 1년에 0.57명의 아이를 낳는다고 하니 정말 초 저출산 국가라고 불릴 만하다. 때문에 정부에서는 해마다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몇 조원의 돈을 들이붓고 있단다. 그런데 막상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는 정부의 이러한 정책이 전혀 피부에 와닿지 않는다.
아기를 낳고 키우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의료시스템이 구축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 아이가 안전하게 건강을 보장받을 권리 말이다. 그러나 작고 연약한 아기가 기댈 곳은 점점 없어지는 추세고 그것마저도 오전 일찍 가면 눈치 보는 세상이 되었다. 평소 환자를 진료하고 치료하는 의사도 이렇게 부모들을 바라보는데 다른 사람은 어떻게 보겠는가.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부모의 무한한 희생과 책임감이 가장 기본이 되어야 하겠지만 그걸 뒷받침해 줄 국가의 노력과 사회의 전반적인 이해 또한 필요하다. 그저 낳는다고 해서 그냥 크는 아이는 이 세상에 단 한 명도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