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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요니 Mar 02. 2024

방학만 오면 있지도 않은 둘째가 그립네

외동 엄마가 바라보는 아이 둘의 필요성

겨울 방학이 끝나자마자 설을 보냈고 설을 보내자마자 아이가 역시나! 또! 감기에 걸려서 가정보육을 하였다. (하하하 이때부터 웃음만 나온다) 그렇게 감기로 인해 가정보육을 며칠 더 한 뒤 유치원에 보냈는데, 보낸 지 이틀차에 다시 봄방학을 한다고 유치원에서 연락이 왔다.


사실 길고 긴 방학 기간을 지금도 보내고 있을 초등학교 엄마들에 비하면 이 유치원 방학이 얼마나 껌인지 나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


그러나 사람은 원래 내가 겪고 있는 일이 제일 힘들고 고통스럽지 않겠는가?

특히나 에너지가 넘쳐흐르는 만 5세 외동아들을 키우고 있는 엄마로서는 이 길고 긴 방학이 그저 즐겁고 행복한 여정은 분명히 아닐 것이다.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한 것이 이렇게 방학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둘째를 가진 엄마들이 은근히 부러워진다는 것이다.


왜인고 하니 아이들이 나이가 들수록, 그리고 서로 나이 터울이 많이 나지 않을수록 자매나 형제, 남매인 아이들은 집에서 서로 노는 시간이 많아지는 모습을 보여 주는데 솔직히 말해서 외동 엄마로서는 그 모습이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나는 아직도 아이와 이상한 소리를 내며 로봇 놀이를 하고 지리한 칼싸움을 하며 시간을  때우고 있는데 아이 둘이 있는 엄마들은 나처럼 이렇게 놀아줄 필요가 없는 것이다!


한 번은 아이의 친구 엄마와 티타임을 한 적이 있었는데 내가 볼멘소리로 방학이 너무 길어 힘들다며 이번엔 뭘 하며 놀아줘야 하나 걱정이라고 하니 자신은 한 번도 아이와 따로 놀아준 적이 없다고 하여서 무척 놀란 적이 있다.


그 친구네는 자매를 키우고 있었는데 나이도 6살 4살이라 터울도 적당하니 둘이서 소꿉놀이를 하거나 그림 그리기를 하면서 뭘 하든 둘이서 논다는 것이다. 나는 그럼 엄마는 뭘 하냐 물어보니 그 엄마는 어깨를 으쓱하며 둘이 싸우면 중재를 해준다고. 그것도 힘들다고 말하더라.

 



 물론 아이 둘을 낳고 키우는 과정이 얼마나 힘들었을지 나 또한 잘 알고 있다.


아이 하나도 근근이 키우던 나와 남편이었기에 둘은 언감생심이었고 둘을 키우는 친구들을 보며 나는 경외심과 함께 왜 굳이 그 힘든 일을 다시 하는지 약간의 의구심도 가졌었다.


특히 아이가 어린이집에 등원하고 난 뒤 나의 시간이 많아지면서 역시 아이 하나만 낳고 키우길 잘했다며 나 자신을 셀프 칭찬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고 아이가 자라면서 아이에게 부모라는 존재도 물론 중요하지만 자신과 비슷한 나이의 또래, 물론 자주 싸우지만 그만큼  서로 화해하고 또 잘 놀 수 있는 그런 존재가 여러모로 필요함을 느꼈다. 아이에게 형이나 동생은 부모 이외의 또 하나의 사회를 열 수 있는 창구와도 같은 것을 이제야 깨달은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이라도 둘째를  낳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아주 속 시원하게 해결책을 내릴 수도 있겠으나 결론적으로 우리 부부는 더 이상 둘째를 낳을 수 없는 몸이다.


아이가 태어나고 100일이 조금 지났을 무렵 남편은 내가 임신 및 출산, 그리고 육아를 너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며 알 수 없는 (?) 미안함을 느꼈고 자신의 사랑을 증명하기 위해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홀로 병원에 찾아가 차가운 수술대에 누웠기 때문이다.


어쩌면 내가 이렇게 때때로 둘째를 바라보는 동경? 이 있는 것은 내가 정말 둘째를 가질 수 없는 몸이기에 그런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든다. 원래 사람은 자신이 절대 가질 수 없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있다고 하지 않은가?


나는 오늘도 그리고 내일도, 아이와 태권도 놀이를 하고, 승자가 이미 정해져 있는 게임을 하며 있지도 않은 둘째를 그리워할 것 같다. 아마 아이가 학교에 들어가 또래의 친구를 스스로 사귈 때까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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