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은 휴무다!

by 미르mihr


고창을 떠난 우리 셋의 다음 목적지는 공주였다. 작년에 홀로 공주 여행을 했던 나의 추천으로 정해진 루트였다. 친구들은 내게 숙소 선택을 맡겼다. 나는 혼자 가기에는 좀 비싸서 그냥 지나치기만 했던, 깔끔하게 리모델링된 아담한 한옥 숙소를 추천했다. 아주 비싼 한옥 숙소들처럼 완전한 독채식으로 된 곳은 아니지만, 그래도 숙박객들의 공간이 서로 독립적으로 분리되어 있고 인테리어도 감성적이어서 친구들도 마음에 들어 했다.


더 좋은 점은, 그 숙소와 제휴된 공주 파스타 맛집에서 식사를 하면 기본 메뉴 하나를 제공하고, 또 제휴된 공주 커피 맛집에서 숙박객 할인이 적용된다는 점이었다. 우리 셋은 예약을 하는 동안에도, 또 공주로 향하는 동안에도, 예쁜 숙소와 풍성한 제휴 서비스에 마음이 설렜다.



도로 위에서 기대를 품고서, 우리는 숙소에서 제휴된 맛집의 메뉴를 검색해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네X버'에서 알려주는 영업시간란에 '곧 영업 종료'라는 빨간색 글자가 떠 있는 게 아닌가? 지금 오후 3시인데, 영업 종료라고? 믿고 싶지 않았지만, 야속하게도 일요일은 제휴된 파스타 맛집이 오후 3시에 문을 닫는 게 분명해 보였다. 그럼 내일 가야겠네라고 말하려는 찰나, 그 아래 '월요일 휴무'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아하하, 파스타가 뭐가 맛있겠니? 그래도 맛집 커피는 할인되잖아."


사실 작년 여행 때 맛봤던 그 집 요리는 진짜, 수준급이었다. 친구들에게 그 맛을 알려주고 싶었으나, 그저 미안하고 무안해진 나는 재빨리 제휴되는 커피 맛집의 영업시간을 검색한다. 그러나 그곳도 일요일은 6시에 문을 일찍 닫는다! 그렇지만 커피는 내일 아침에 마시는 게 더 좋으니까라고 말하려는데 그 역시 '월요일 휴무'라는 글자가 또렷이 박혀있다!




그렇게 제휴 서비스는 물 건너갔지만, 그래도 숙소는 아주 예뻤다. 나도 친구들도 모두 감탄하면서 숙소의 이곳저곳을 둘러보았다. 그런데 각자 욕실에 들어가 보고 돌아 나오는 표정이, 셋 모두 똑같이 뭔가 석연치 않다. 샤워부스처럼 보이는, 공간은 있되 그곳에 샤워기가 없었다. 대체 샤워기는 어디에? 둘러보니 의외로 욕실 문을 열면 문에 가려지는 문 아주 가까운 벽에 샤워기가 매달려 있었다. 잠시 쉬다 주변을 둘러보려 숙소를 나오면서도, (서로 말은 안 했지만) 우리들 뇌 한편에서는 숙소의 욕실 샤워기 위치에 대한 의문이 계속 떠올라오고 있었다.


공주 구 시가지의 이곳저곳 구경하며 걸어 다니다가, 친구가 찾아낸 한옥 찻집에서 커피보다 몸에 좋은 대추차와 밤라테를 마시며 제휴 서비스에 대한 아쉬움을 달랬다. 또 파스타와는 전~혀 딴판인 생선구이로, 저녁까지 든든히 먹고 쉬면서 여독을 풀기 위해 숙소로 들어갔다. 그런데 제일 먼저 욕실에 들어간 친구 1이 예상보다 오랫동안 나오지를 않았다. 이상한데? 친구 2와 나는 욕실문 밖에서 서성이며 귀를 기울였다. 그러자 친구 1의 커다란 한숨소리가 욕실문 밖으로 새어 나오는 것이 아닌가. 무슨 일이지?


"하아... 샤워기가 정면을 향해 있어."


한참 만에 지친 기색으로 나온 친구 1에게 더 물을 수 없어, 궁금증을 못 참는 친구 2가 다음 차례로 욕실로 향했다. 역시나 욕실 문밖으로 한숨 소리가 새어 나왔다. 나는 그렇게 한숨을 쉬고 싶지 않았기에, 한숨 유발 원인에 대한 상세한 조사에 나섰다.


샤워기가 일단 문과 (맞은편에는 변기가 있는) 세면기의 좁은 사이에 어색하게 자리 잡은 것도 이상한데, 거치대에 고정된 샤워기에서 물이 (아래쪽으로 비스듬하게 나와야 하는데) 수평방향으로 뿜어 나왔다. 머리통이 샤워기와 딱 맞아떨어지면 좋겠지만, 샤워기가 고정된 곳은 우리들 키보다 더 높았다. 머리가 긴 친구 1은 할 수 없이 아래쪽에 달린 수도꼭지로 허리를 잔뜩 구부리고 머리를 감았고, 허리가 안좋지만 다행히 머리는 짧은 친구 2는 샤워기를 한 손에 들고 한 손으로만 머리를 감았다. 그 모든 정보를 수집한, 머리가 길지도 짧지도 않은 나는, 그냥 세수만 하기로 했다.


*


잠들기 전 우리 셋은, 숙소의 욕실과 샤워기에 대해 진지한 토론을 벌였다. 욕실 맨 안쪽 샤워부스처럼 만들어 놓은, 아무것도 없지만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빈 공간은 대체 무엇일까. 샤워기를 문 앞에 달아 놔서 문이 금방 썩을 텐데 어쩌면 좋을까. 샤워기 거치대는 왜 수평으로 물을 뿜게 고정되어 있는 것인가? 샤워부스처럼 만들어 놓은 공간에 아마 샤워기를 달려고 계획했으나, 오래된 한옥이라 물을 끌어가거나 배수로를 이을 수 없었던 것일까.


이런 정답을 알 수 없는 의문과 추측이 난무하다가 내린 결론은, 아무튼 이 집주인이 최종적인 욕실에서 직접 샤워를 해보진 않은 것 같다였다. 만약 여기서 매일 생활해 봤다면, 얼마나 불편한지 금방 알 수 있었을 테고, 그러면 어떻게든 좀 더 편안한 샤워를 할 수 있는 수단을 도모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의문인 건, 숙소 후기에는 왜 이런 욕실에 대한 자세한 후기가 없었을까? 다들 수평으로 물을 뿜는 샤워기와 키가 딱 맞았던 것일까?

제휴 맛집 휴일 정보를 제대로 알아보지 않았던 나는, 또다시 예쁘장한 숙소 사진과 보고 싶은 리뷰만 보고 결국 친구들로 하여금 한숨 섞인 샤워를 하게 만들고 말았던 것이다. 그리하여 자책에 빠진 나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결심했다.


"다시는 친구들에게 여행 가자고 해서, 쓸데없이 고생시키지 말아야지."


그런데 집에 도착하자마자, 친구 2가 그 모든 맘고생을 한 뒤에 무심코 찍힌 내 사진 한 장을 보내주었다. 응? 아니 근데 대체 왜 이렇게 흐뭇하고 행복하게 웃고 있는 거지? 설마 또 갈 건 아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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