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사소한 일에만...
오늘 아침 새벽배송받은 식료품을 정리하는데, 낯설고 커다란 상품이 눈에 확 들어온다. 뭐지? 내 손가락이 또 뭘 잘못 누른 걸까? 스마트폰을 열어 주문서를 다시 확인해 보았다. 그러나 역시 내가 주문하지 않은 물건이다. '어떡하지?' 혼잣말을 하니 옆에서 지켜보던 남편이 '그냥 먹으라'고 한다. 어차피 알려줘도 그들이 그걸 가지러 일부러 오지도 않을뿐더러, 배송 실수한 직원만 난감해지지 않겠는가.
냉장식품인 그 물건을 냉장고에 일단 넣었다. 그러나 아침 일상 노동을 하는 내내, 내 마음은 그 잘못 배송된 물건을 맴돈다. 배송 직원이 난감해질 것을 염려해서, (혹시 숫자를 맞춰보고 있을지 모르는) 재고 담당자를 골탕 먹이는 것은 과연 옳은가? 가지러 오지도 않을 것이라고, 잘못 온 물건을, 그것도 아무 말없이, 그냥 먹어버리는 게 맞나? 그러다가 문득 억울하다. 값비싼 물건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 이 아주 사소한 문제에 나는 왜 나의 소중한 시간을 쓰면서 매달려 있는 것인가.
그러다가 내린 나의 사소한 결론. 이 중요하지도 않은 사소한 소란함을 잠재우는 방법은, 다른 이들이 아니라 - 배송 직원 혹은 재고 담당 직원 혹은 옆에서 나를 지켜보던 남편 - 나의 기준에 따라 행동하는 것뿐이다! 그리하여 나는 잘못 배송된 물건을 고객센터에 알렸다. 답변은 금방 왔고, 예상했던 대로 - 이미 남편이 내게 말한 대로 - '그냥 먹으라'였다.
나로 하여금 사소한 문제에 골몰하게 했으니, 불편을 끼친 건 맞다. 그런데 '같은 문제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말에 문득 섭섭해지는 건, 또 뭐란 말인가? 아주 가끔씩은, 주문하지도 않은 사소한 물건이 배달되어, 자그마한 행운에 하루종일 기분 좋은 그런 날이 아예 사라져 버리는 것을, 내가 원했던 것은 결코 아니란 말이닷! (ㅠㅠ)
그런 섭섭한 마음과 함께, 이 사소한 문제를 고객센터에 알린 내 양심이라는 것의 정체가 과연 무엇인지 정말로 궁금해진다. 혹시 '나는 정직한 사람이므로, 내게는 앞으로도 이런 운 좋은 "같은 문제가 반복되도록" 제발 주의를 기울여주세요!' 이런 거였을까? (--;;) 어쨌든, 이 사소한 실수 덕분에 평소 안 먹던 것도 먹어보게 되었고, 이 사소하고 쓸데없는 글도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으니, 제발 같은 문제를 종종 반복해 주시면 안 될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