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바다

제 1화 우리의 이야기

by 리리

한 치 앞을 모르는 저 바다의 수평선처럼 우리의 삶도 그러하다. 지금 이 순간도 누군가는 탄생할 것이고 누군가는 삶의 마지막을 향해 달려 나가고 있을 것이다.


아직 동이 트지 않은 새벽, 조용한 서울

청소차의 소리만이 시끄럽게 느껴지는 이 시간

가로등 불빛 사이로 출근을 하는 내 옆으로 방금 장례식장에서 출발한 운구차가 지나간다. 운구차 앞 전광판으로 보이는 고인의 이름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생명과 죽음이라는 상반되는 단어가 공존하는 이곳에서 근무하는 나는 상급종합병원의 간호사다.

3교대 근무 중 데이 출근을 하면서 종종 운구차를 보았다. 아마 지방에 장지가 있는 경우 일찍 출발해서 그러겠지.

처음 신규 간호사 때 출근하면서 운구차를 보면 기분이 이상했다. 나는 누군가의 생명을 지켜내기 위해 출근을 하는 것인데 누군가는 이 세상에서의 생명이 꺼져갔다는 것이다. 가족과 친구가 아닌 타인의 죽음을 보지 못했던 나는 운구차가 지나간 것을 처음 본 순간, 타인의 죽음에 대해서도 볼 수밖에 없겠구나라는 생각을 잠시 하게 되었다.

잠시밖에 하지 못한 이유는 신규 간호사로서 2시간 조기출근을 해 환자 파악을 해야 하고 *프리셉터 선생님을 만나기 전, 이전에 배운 내용을 숙지하고 있어야 했기 때문이다.


내가 글을 쓰게 된 이유는 간단했다. 신규로 일할 때, 나는 내 앞가림하기 바빴다. 당장 주어진 업무를 숙지하기 바빴고, 수많은 질환과 주어진 다양한 상황들을 대처하는데 급급했다. 1년 정도가 지났을까? 주어진 업무를 수행하는 것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주변을 돌아볼 수 있게 된 것이었다. 가장 가까운 환자, 보호자 그리고 함께 일하는 동료 선생님들과 의사 선생님들까지도.. 심지어 병동으로 올라오는 엘리베이터 앞을 지켜주는 보안관리팀 선생님, 청소하시는 여사님들까지…

이 이야기는 내과 간호사로 일했고 그리고 정신과 간호사로 일하고 있는 간호사의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우리의 이야기를 써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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