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흔적은 깨끗하게 지워야 하지만, 어떤 상처는 그대로 보존하여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어떤 걸 지우고 어떤 걸 남겨야 할까? 우리는 그걸 정하기 위해 역사를 배우고, 토론하고, 미래를 검토한다.
영화의 무대가 되는 국가는 브라질이다. 우리나라 극장에서 서양과 일본, 중국이 아닌 나라의 영화를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쿠라우>가 개봉했던 이유는 기막힌 작품성 때문이라 할 수 있겠다. 영화의 내용은 아마존과 관련이 없으나, 이야기의 중심부로 들어가다 보면 자연히 아마존 원주민을 향한 기업과 정부의 만행이 떠오른다.<바쿠라우>의 공식적인 장르는 미스터리임에도 불구하고 웬만한 공포영화보다 두렵게 느껴졌던 이유를, 며칠 전 뉴스를 보다가 문득 깨달았다. 이게 남 일이 아니다. 지구 반대편 남미 대륙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38선 너머의 공산국가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동두천 성병관리소는 보존하여 교훈으로 삼아야 할 유산이다. 그 어렵다는 공무원 역사 시험까지 통과해 공무원이 된 이들이 토론과 검토를 거쳐 내놓은 결과가 이모양이라니 심히 공포스럽다. 아, 이것이 시장과 구의원을 비롯한 정치인들의 소행일까? 성병관리소의 "문화적 가치에 대해서는 말을 아끼는" 동두천시는 그저 투자유치니 개발사업이니 하는 명분만 내세울 뿐이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시 내부에서 저런 발언을 하는 이들을 흔적도 없이 깨끗하게 지워내고 싶다. 어쩌면 내가 분노하는 대상은 자본주의라는 차디찬 이념 그 자체일지도 모른다. 부디 기념석이 아닌 살아숨쉬는 현장을 보존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