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증명서 사건: 일본식 회피의 미학

공손하게 빠져나가는 기술

by Y GUASI

9월쯤 보낸 코분샤(光文社) 증명서 메일,

오늘 드디어 답이 왔다.

그때는 그냥 문득,

‘증명서 하나 받아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이젠 본업 모드로 살아야 하니까.

먹고는 살아야지.

그러려면, 공식 증명서가 필요하다.

공모전이든 뭐든

결국, 이력서는 필요하니까.


메일을 보내고 잊고 있었다.

2주면 오겠거니 했던 게 어느새 한 달.

역시, 메이저 출판사는 다르다 싶었다.

기대 반, 설렘 반으로 메일을 열었는데

‘저자증명서’가 아니라 ‘협력자증명서’.

뭐야, 또 이건.

순간 헛웃음이 났다.

“아, 일본은 진짜 INFJ스럽네.”


요즘 매일 심리 분석 글을 쓰다 보니,

이젠 이런 일조차 무의식적으로 해석부터

하게 된다.


일본은 조용하고 신중하다.

남에게 피해 주는 걸 극도로 싫어하고,

책임엔 철저하지만 동시에 부담은 피한다.

겉으론 깔끔한 듯하지만, 깊이 보면

회피형의 미학이 탑재된 사회다.
그게 일본의 품격이자,
어떤 의미에선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적
성향이자,몸에 밴 오래된 습관 같은 것이다.

코분샤(光文社)의 시작 — 문학보다 기록에서
출발한 출판사
1945년, 전후 혼란기의 일본에서 창립되었다.
당시 창간한 종합지 『光(히카리)』는 문학이나 예술지가 아니라,
시사·보도 중심의 사회 다큐형 잡지였다.

즉, 코분샤의 뿌리는 소설보다 취재와 기록, 저널리즘적 시선에 더 가까웠다.
이후 『여성자신(女性自身)』, 『FRIDAY』 등
보도·논픽션 계열의 주간지들이 연이어 창간되면서‘기록과 탐사’라는 정체성이 확립되었다.

초창기에는 사회 다큐멘터리와 논픽션이 중심이었지만,현재의 코분샤는 변화와 확장을 거쳐
일본을 대표하는 소설가들의 작품을 함께 출간하며 대형 종합 출판사로 자리 잡았다.

• 히가시노 게이고 (東野圭吾)
대표작: 《용의자 X의 헌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クスノキの番人(녹나무의 여신,녹나무의 파수꾼 두권으로 출판)》

• 야마자키 도요코 (山崎豊子)
대표작: 《하얀 거탑》, 《운명의 사람》

•요코미조 세이시 (横溝正史)
대표작: 《팔묘촌》, 《본진 살인사건》

•시마다 소지 (島田荘司)
대표작: 《점성술 살인사건》

• 이케이도 준 (池井戸潤)
대표작: 《한자와 나오키》, 《루즈벨트 게임》

지금의 코분샤는 단순한 출판사가 아니다.
IP를 기반으로 콘텐츠를 영상화하며,
활자에서 화면으로 확장하는 중이다.

일본 유학 시절 그들과 인연이 닿아
한 프로젝트에 공동저자 자격으로 참여한

적이 있다.


메일 내용에 따르면, 당시 함께 작업하던
담당자가 이미 퇴사했다고 한다.
일본기록은 남아 있고, 원고료도 받았지만,
직접적인 담당자 부재로 인해 ‘협력자증명서’
대체 발급된 셈이다.그 문장은 일본식이다.
최대한 공손하면서도, 책임선은 단단히 지키는 톤.
내용에는 감사 인사도 있었지만,결론적으로는

“저자로 명시하기엔 법적 리스크가 있다”

뜻이었다.


사실, 협력자증명서 자체도 흔한 건 아니다.
쉽게 말해 ‘간접적 저자증명서’쯤 된다.
내부적으로는 공동저자임을 인정하되,
공식 명시는 피한다.
즉, 법적 책임에서 한 발 물러서는 방식이다.
당시 담당자의 퇴사와 부재는 그 논리를 더욱

공고히 했다.

아마 그래서일 것이다.
이런 구조가 내 안의 트리거를 자극한다.
감정이라기보다, 이해되지 않는 논리가

나를 흔든다.
나는 결국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논리의

단절에 더 민감한 사람이다.
그래서 인간관계에서도 이런 방식이 반복되면
피로감 끝에 조용히 선을 긋는다.

하지만 나도 작가다.
이대로 물러날 내가 아니다.
‘협력자증명서’가 나왔다는 건, 이미 내부에서

인정이 이루어진 셈이다.

이제 남은 건 논리와 말빨의 싸움뿐.

코분샤 편집장에게 다시 메일을 보낼 예정이다.
대형 출판사 편집장 vs. 그 출판사 작가의 말빨.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일이라도 상관없다.
어쩌면 계란탕이라도 만들어
질려서 물러날지 누가 아나.
그래서 그냥 해볼 생각이다

가만 생각해보면, 이게 좀 웃기지 않나?
코분샤가 세계 상위권 출판사다.
거기서 책 한 권 내는 것도 쉽지 않은데
나는 이미 거기 출간 작가다.

한마디로, 그 부모에 그 자식


내가 이걸 그대로 인정할 거라 생각했나?

참나, 세상 나를 너무 순진하게 봤네.


피골이 상접하더라도,

한 번 꽂히면 끝까지 파고든다.


이건 감정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이해되지 않으면 머릿속이 가만있질 못한다.

끝까지 파고들어야 납득하고,

납득해야 비로소 멈춘다.


이해는 감정 위가 아니라 구조 위에 서야 한다.

나의 뇌가 그렇다 한다.
그러니 나는 감정이 아니라 구조로 쓰는,
작가 그게 맞다.

ㅇㅇㅇ 님이 년 월 일, 당사(코분샤)에서

발행한 아래의 저작물 제작에 있어
자료 제공 및 집필 등의 협력을 하셨음을

증명합니다.


(타인의 개인정보는 블러 처리합니다.)


2025년 10월 17일


주식회사 코분샤(光文社)

제2편집국 서적편집부 편집장 고마쓰 겐(小松 現)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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