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인의 녹스 Ⅳ — 결국 사랑을 놓치다〉

붙잡고 싶었지만, 다룰 줄 몰랐다.

by Y GUASI
사랑을 잃은 게 아니라,
감정을 느끼지 않으려 한 순간부터 이미 멀어지고 있었다.
회피형 애착은 사랑을 다 잃고 난 뒤에야
그것이 사랑이었음을 뒤늦게 깨닫는다.


다음날, 비온은 출근하지 않았다.
비온 씨 오늘 무슨 일이지? 출근 안 했어요?”


루인이 에린에게 묻자, 에린이 놀란 듯 대답했다.


“팀장님 모르셨어요? 어제 일찍 퇴근하셔서…

모르셨구나.
비온 대리님 오늘부터 연차예요. 발령 전까지.”

( 발령이라니… 비온이가? 왜?)

루인은 잠시 말을 잃었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아니… 됐어요.”
.

.

.
그는 곧장 부장실로 향했다.
“부장님, 저 모르게 발령이라니요?”


“자네는 팀원이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고

요즘 왜 그러는가.
비온 대리가 전부터 신청했어. 미국 지사로

발령 났네.”

루인은 대답 대신 숨을 삼켰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저… 외근 좀 나가겠습니다.”

문이 세게 닫히는 소리가 복도에 울렸다.




그 시각, 비온은 짐을 정리하고 있다.
박스 안엔 서류와 인형, 그리고 작은 카드 한 장.
친구가 도와주며 물었다.

“루인한테는 말했어?”
비온은 잠시 멈칫하더니 옅게 웃었다.
“굳이 말할 필요 있을까? 회사에서 알겠지.”

“그래도 루인은 아직 미련이 많아 보여.”
“나도 알아. 그래도 그건 루인이가 겪어야

할 일이야.”

비온은 그렇게 말하며 짐 가방을 덮었다.





루인은 회사를 나와 차에 올랐다.

운전대 위 손끝이 하얗게 질렸다.


그는 비온의 집 앞으로 갔지만,

차에서 내리지 못했다.


마음은 향했지만, 행동은 멈췄다.

늘 그랬듯, 그게 그의 방식이었다.




“비온… 왜 이렇게까지 잔인해…”

목소리는 금방 쉼표처럼 끊겼다.

그는 고개를 떨어뜨린 채 한참을 움직이지 못했다.




공항.
비온은 라운지 창가에 앉아 있었다.
뉴욕행 탑승 방송이 울리고,
그녀는 커피잔을 두 손으로 감쌌다.

“이젠 괜찮다고, 그렇게라도 믿어야지.”

그녀는 무릎 위의 거북이를 쓸었다.

연애 때, 루인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전하며 남겨준 작은 인형이었다.

그 인형엔, 말보다 조심스러웠던 그의 온기가

아직 남아 있었다.


한때는 그걸 보며 울던 자신이,

이제는 조용히 웃으며 떠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창밖 비행기의 불빛이 반짝였다.
그녀는 눈을 감았다.
긴 숨이 한 번, 천천히 흘렀다.




아침 출근길.
라디오 소리도, 신호등도 의미가 없었다.
비온이 오늘 떠난다는 사실만이
머릿속을 반복했다.

(아직일까… 아니면 이미 늦었을까…)

그 순간, 루인은 핸들을 꺾었다.
출근길을 벗어나
공항 쪽으로 차를 몰았다.

가야 했다.
가서 단 한 번이라도
그녀를 봐야 했다.

숨도 고르지 못한 채 달려왔지만,
탑승구 앞엔 정적만 남아 있었다.

비온은 떠났다.
아무 말 없이, 아주 멀리.

루인은 한참을 서 있었다.
세상이 멈춘 듯, 모든 소리가 사라져 있었다.



그날 이후, 루인은 알게 되었다.


그가 지금껏 해온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 통제였다는 걸.


감정을 느끼지 않으려 한 순간,

이미 사랑은 떠나 있었다.”


비온은 이제 루인 안에서 산다.

떠난 사랑이 아니라, 남은 미련 속에서.


첫사랑은 — 그렇게

너무 늦게 도착했다.

회피형의 사랑은 떠나는 순간보다,
잡지 못한 채 바라볼 때 가장 고통스럽다.
붙잡지 못한 게 아니라,
붙잡을 ‘용기’를 끝내 배우지 못한 것이다.
그들은 후회를 사랑의 증거로 착각한다.
하지만 그것은 감정이 아니라,
통제 실패의 잔향이다.


© Y.GUASI | Record&Narrative


이미지는 작가가 서사의 감정 톤에 맞춰 직접 연출·생성한 시각화입니다.실제 인물 및 사건과는 무관하며, 글의 이해를 돕기 위한 서사 연출 이미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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