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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Pick] 사람의 최소한의 도리란

논란 속의 논란, 노이즈 마케팅에 대하여

by COMMA MAGAZ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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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3일 오후 10시 20분경, 윤석열 대통령의 긴급 계엄 선포령이 우리를 공포에 몰아넣었습니다. 새벽 1시경부터 계엄군들의 출입 금지를 뛰어넘어 국회 내부로 들어선 190명 국회의원의 긴급한 계엄 해제 요구 표결을 통해 약 두세 시간여만에 암흑 같던 계엄령의 공포를 차츰 수그러지게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부결 및 야당의 지속적 추가 표결 표명, 그로부터 이어지는 탄핵을 표방한 양당의 정치권력 싸움 등 혼란하거나 어려운 상황들이 지속되고 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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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상황 속에서 극렬한 비난을 받은 광고가 있었습니다. 바로 ‘계엄 마케팅’이라고 불리는 크롤노티라는 실시간 최저가·특가 알림의 커뮤니티형 앱의 광고 알림이었는데요.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로 국회가 마비된 그때, 한 개발자가 앱 이용자들에게 “계엄령 대비 생필품 주문 타이밍”이라는 푸시 알림을 보냈던 것입니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이를 접한 누리꾼들은 "선을 넘었다", "광고로 쓸 게 따로 있지", "계엄령이 장난이냐" 등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와 함께 "쿠팡 법무팀에서 이 게시글 다 따갔을 것", "쿠팡에서 소송 들어올 수도 있다" 등 예상을 내놨죠.


이렇듯 소비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광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일명 ‘노이즈 마케팅’, 대중에게도 매우 친숙한 개념입니다. 일각에서는 ‘나쁜 마케팅’이라고 명명하기도 하는데요. 부정적인 이슈를 일부러 조성해 구설에 오르도록 함으로써 소비자들의 관심을 끄는 마케팅 기법을 일컫습니다. ‘계엄 마케팅’으로 논란을 일으킨 크롤노티 개발자가 일부러 이를 의도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결과를 보았을 때 노이즈 마케팅의 양상을 띤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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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탄핵 집회가 왕성히 이어지고, 계엄선포령으로 비롯된 정계에서의 잇따른 논란 및 조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크롤노티의 계엄 마케팅은 대중의 매서운 뭇매를 맞고 있는데요. 하지만 노이즈 마케팅이 항상 대중의 비난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구설수’에 오르는 것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를 소비자에게 각인시키고 광고 메시지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기도 하죠. 이러한 측면에서 아주 오랜 시간 동안 뜨거운 감자로서 존재하는 광고 캠페인이 있습니다. 바로 베네통의 ‘United Colors of Benetton’입니다.


1965년 설립된 이탈리아 의류 브랜드인 베네통은 ‘아방가르드’, ‘파격’, ‘관습에 저항’이라는 키워드를 가장 많이 달고 다닌 브랜드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베네통은 1990년대부터 매우 파격적인 광고들을 내놓았는데요. 당대 사회가 침묵하였던 무시와 차별, 사람을 사람답지 않게 만드는 폭력 등을 과감하게 광고 캠페인으로서 알려왔습니다. 그를 통해 ‘베네통은 묵시하지 않는다, 우리의 제품은 소비자를 차별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해왔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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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가장 잘 보여주는 베네통의 광고는 바로 위의 이미지이죠. 베네통이 '언헤이트' 캠페인으로 내세운 이 광고는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오바마 미 대통령, 이명박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그리고 메르켈 독일 총리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 등 불편한 관계의 각국 지도자들이 키스하는 합성 사진을 시리즈로 공개한 것입니다. 베네통은 관용의 문화를 장려하고자 이 같은 캠페인을 기획했다고 밝혔는데요. 2011년 광고 공개 당시 다소 지나치게 직관적이고, 외설적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광고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그러나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베네통이 전하고자 하던 가장 본질적인 메시지인 ’화합의 도모‘가 대중들에게 전해졌죠. 이후 해당 광고의 연작으로 공개된 캠페인 광고들 역시 구설수와 비난에 휩싸이다가도 곧잘 그 본연의 계몽적인 메시지를 사회에 전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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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계엄 마케팅과 동일하게, 민감한 사회적 이슈를 통해 광고 메시지를 드러내고자 하는 시도가 베네통의 캠페인 시리즈 중에서도 존재했습니다. 해당 사진은 2018년 공개된 베네통의 ‘United Colors of Benetton’ 광고입니다. 2018년의 베네통은 당시 가장 민감한 사회적 이슈였던 ‘난민’에 대한 문제를 꼬집고자 했죠. 사진 속 아프리카 난민들은 프랑스 자선단체에서 운영하는 난민 구조선에 탑승하여 이탈리아를 향하다가, 입항 거부로 스페인으로 회항하는 중이었는데요. 해당 광고에 대해 자선단체 ‘SOS메디테라네’는 “지중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간적 비극은 어떤 상업적 목적으로도 사용되어선 안 된다”고 비판했습니다. 난민 구조선의 이탈리아 진입 불허 결정을 내린 마테오 살비니 내무장관은 "나만 이 광고가 '추잡하다'고 느껴지는가"라는 트윗을 게시하며 불쾌감을 드러냈고요. 결국 살비니 장관이 속한 극우 정당 '동맹'은 난민을 주인공으로 한 광고를 선보인 베네통에 불매 운동을 선포했습니다.


그러나 정치적인 논란에도 불구하고 점차 인명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는 NGO의 노고를 용기 있게 알리는 베네통의 광고가 칭찬받아 마땅하다는 주장이 제기되었습니다. 이는 베네통의 난민 소재 광고가 단순히 자극적 소재로 소비자들의 이목을 끄는 것이 아니라, 다소 충격적일 수 있는 소재를 통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분명하고 명확하게 배치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단순 노이즈 마케팅이 아닌 이를 통해 대중들을 계몽시키고자 하는 의식까지 잠재된 것이죠.


에디터는 사회적 이슈를 표방한 노이즈 마케팅적 광고들의 본질이자 목적의식은 단순 브랜드 이미지 각인 같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앞서 말한 듯 민감한 사회적 이슈를 다룰 때는 대중에게 건강하고 유익한 계몽 의지를 촉구할 수 있어야 합니다. 여러분들이 생각하시는 광고 만들 때 최소한의 인도적 도리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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