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3일 전의 기록)
기록의 힘으로 기억을 유지하는 순간이 있다. 결혼을 하는 부부에게 축복의 말을 넘치게 해주지만 정작 신랑, 신부는 그 순간을 정신없이 넘기기 쉽다. 그래서 사람은 기록을 한다. 햇수로 4년이 지난 지금, 서랍 속에 잠자고 있던 일기를 꺼내듯이 결혼의 순간을 들춘다. 종종 결혼식 사회를 볼 때, 새 부부에게 전했던 축복의 말. 그게 우리를 향한 말이었음을 기억하며. 아래는 우리의 혼인성사에 주례 사제가 전한 강론 전문.
결혼 축하합니다. 잘 사세요.
두 사람이 행운이 따라다니는 사람 같아요.
코로나가 심해져서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가 진작에 시행되고 결혼을 못할 수 있었는데요.
두 사람 결혼 날짜를 감안해서 결혼을 하게 된거라 생각합니다.
엄혹한 상황에서도 혼인을 잘 치를 수 있었듯이
앞으로도 두 사람이 혹시 힘든 일을 겪더라도 잘 피해가고 좋은 기운이 함께할 겁니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늘 그랬으면 좋겠네요.
여기 이 자리에서 새로운 가정이 탄생하게 됩니다.
우리는 새로 탄생한 이 가정을 축하하기 위해서 이렇게 함께 모였습니다.
가정을 이룩한다는 것은 인생의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마치 정처없이 나그네가 고향을 찾는 것과 같고 정착할 곳을 발견하는 것과 같다고 하겠습니다.
우리 천주교회는 이제 두 분이 서로 갈라질 수 없다고 가르칩니다.
이 가르침은 우리를 속박하고 우리에게 짐을 안겨주는 가르침이 아니라
결혼 생활에서 오는 불안을 해소시켜주는 고맙고 안심스러운 가르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서로가 몸과 마음을 온통 상대방에게 의탁하는 것이 결혼이라 하겠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오늘 두 분의 결혼을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동시에 하느님의 축복이 늘 함께하기를 바랍니다.
오늘 저는 이 자리를 빌어서 두 분께 딱 두 가지 당부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첫째. 두 사람은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십시오.
어머니가 자기 자식을 아끼고 돌보는 것은 그 자식이 누구보다 잘 낫기 때문이 아닙니다.
누구보다 똑똑하기 때문도 아닙니다.
그저 내 자식이기 때문에 아끼고 귀여워하고 사랑합니다.
마찬가지로 지금부터 옆에 있는 사람이
누구보다 잘났기 때문에도 아니고 누구보다 똑똑하기 때문에도 아니고
이 사람이 내 남편이고 내 아내이기 때문에 아껴주고 이해해 주고 하느님이 주신 것이라 생각하기 바랍니다.
가장 어리석은 사람은 비교하는 사람입니다.
이 세상에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하나밖에 없는 자기 짝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십시오.
둘째. 두 분은 서로 상대방을 용서하실 줄 알아야 하겠습니다.
가까이에서 함께 살다 보면 서로에게 잘못하는 일이 무지 많습니다.
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는 게 하나 있는데요.
사람이 한 평생을 살면서 자식이 부모한테 죄를 제일 많이 짓는다고 생각을 합니다.
그렇지 않아요.
남편은 아내에게, 아내는 남편에게 죄를 많이 가장 많이 짓습니다.
함께하는 시간이 가장 많기 때문입니다.
지금 살아온 세월보다 앞으로 두 배를 더 사실 거잖아요.
그러니까 서로에게 죄를 더 지을테니까 서로 용서하면서 사셔야 합니다.
우리 인간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 정도로 완전한 존재가 못 됩니다.
그 때문에 남편은 아내를 필요로 하고 아내는 남편을 필요로 하는겁니다.
상대방의 잘못을 꼬치꼬치 들추어내기 시작하면 한도 끝도 없습니다.
서로의 잘못을 품고 용서하는 것이 행복한 가정을 꾸리는데 비결이라는 사실을 명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두 분이 서로 상대방을 있는 그대로 받아주시고 그리고 또 용서하면서 살면
두 분의 가정은 정말 사랑의 보금자리가 되고 행복의 안식처가 될 겁니다.
이 과정에 하느님의 축복이 내려질 겁니다.
두 분, 그렇게 하실 수 있겠죠.
(대답 : 예!)
쉽지 않습니다. (웃음) 죽을 때까지 노력하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이 두 사람의 결혼을 축하하기 위해서
정말 어려운 시간을 함께해 주신 가족과 친척, 친지 친구 여러분께도 제가 당부 하나 드리겠습니다.
우리는 이 두 사람 결혼의 증인입니다.
오늘 우리가 이 새로운 가정의 탄생을 지켜보았다면
이 가정이 혹시라도 어려운 일을 당할 때 우리가 그 옆에 있어 주어야 하겠습니다.
그 분과 함께 염려하고 걱정해 주는 것이 여기에 함께 모인 우리들의 업이라고 하겠습니다.
남은 시간 동안, 새로 탄생하는 가정을 위해서 함께 기도해 주시기 바랍니다.
#봄아범일기 #결혼 #결혼식 #혼인성사 #가톨릭 #사제 #신부 #주례사 #있는그대로사랑하는것 #용서해주는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