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아범 일기 Jan 16. 2024

#4 우리들의 토이 스토리

(605일째 기록)

 

 You've got a friend in me.

초등학생 때, 뜻도 모르고 흥얼거렸던 애니메이션에 흐르던 음악. '장난감이 움직인다면 어떨까?' 라는 단순한 질문이 내 인생 영화가 되었다. 놀이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어서. 그들과 언제 헤어졌는지 기억하지도 못해서. 그 순간을 모르는 것이 괜스레 미안해서. 'Toy story' 시리즈가 오래도록 사랑받는 거라 생각한다. 물론 내가 캐릭터인 우디를 닮아서 끌리는 것도 부인할 수 없다.(!) 어른이 되고 나서야 주제곡의 멜로디가 제대로 들렸고, 가사가 눈에 들어왔다. 함께 놀았던 장난감 안에 친구가 있다는 말. 그 시절, 움직이지 않았던 친구들이 따뜻해지면서 위로가 되었다.



 친구같은 아내가 고마웠다.

두 시간을 통화해도 할 말이 남아있었던 시기를 지나, 몇 마디만 주고받아도 편안해지는 분위기가 좋았다. 바쁜 출근 중에도 아내가 누른 취사버튼 덕에, 저녁에 퇴근해서 먹는 밥 한그릇의 뜨끈함이 든든했다. 금요일 밤마다 '한 주 고생 많았다.'는 말을 주고 받으며, 이유식과 만드는 저녁이 고마웠다. 3년이 넘는 말과 밥상, 행동이 말해주는 것 같았다. 넌 친구가 있다고. 그게 가족이라고.


 


 그래서, 친구같은 아빠가 되고 싶었다.

체력을 더욱 길러서 친구만큼 재밌게 놀았다. 아이가 달리면, 더 빨리 달려 까꿍! 외쳤다. 까르르 웃는 아이의 모습에 신이 나서 땀흘리는 줄 몰랐다. 한 글자씩 말을 알려주면서 노래를 불렀다. 슬며시 웃음이 나면 간질이면서 함께 웃었다. 기절하듯 잠들더라도 좋았다. 이 시간이 길지 않음을 알기에. 아이가 성장하고, 학원에 다니고, 함께 하는 시간이 줄어들수록 아빠보다 친구를 찾을 것을 알기에.



 초등학생이었던 내가 아끼던 장난감을 버렸던 때를 기억 못하듯, 아이도 아빠와 거리가 생기는 때를 기억 못하겠지. 그래도 괜찮다. 장난감 우디가 그 순간을 마음에 새기고 멋지게 손을 흔드는 것처럼, 내가 기억하고 곁에 있을테니까. 설령 멀어진다고 해도, 다시 가까워질 그 순간을 기다리고 기대하며.


#봄아범일기 #결혼기념일 #우디세요? #우디입니다 #버즈세요? #아기입니다 #인형이세요? #인형입니다 #토이스토리코스튬 #코스플레이 #woody #bopeep #woodycosplay #buzzcosplay #bopeepcosplay #disney #pixar #toystory #jamesarah

작가의 이전글 #3 아기를 웃기는 방법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