잭 호이어의 증언 5
1988년 1월 1일 TAG그룹은 파리의 럭셔리 컨설턴트에게 회사의 운영을 맡긴다. 이후 대규모 선전 비용이 투자된다. 이전에는 잡지를 통해 매출액의 5-6 % 정도가 선전비용으로 사용되었고 수입업자들이 자국 시장에 선전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패션, 향수 등 럭셔리 마케팅에 익숙했던 새로운 경영진은 매출액의 20%를 마케팅에 투자하고, 수입업자들에게 비용을 분담하는 조건으로 선전을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1983년 이후 다이버 시계를 베이스로 하여 태그 호이어 1000, 2000, 3000, 4000, 6000, 아쿠아레이서 시리즈에 이어 링크 모델이 개발되고 엄청난 비용을 투자한 마케팅 덕분에 태그 호이어는 스위스에서 6번째 규모의 매출을 올리는 회사로 성장한다. 그 사이 잭 호이어에게는 또 다른 불행이 닥쳤다. 환갑을 앞둔 59세 때의 일이다.
'1991년 내가 기계가 아니라 살과 피로 만들어진 나약한 인간에 불과하다는 것을 갑자기 깨닫게 되었다. 1991년 봄에 네, 다섯 번 갑자기 오른쪽 귀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뭔가 잘못되고 있었다. 병원의 도움이 필요했다.'
잭 호이어의 오른쪽 뇌에서 작은 종양이 발견되어 취리히의 병원에서 6시간에 걸쳐 수술을 받게 된다. 결국 오른쪽 귀는 들을 수 없게 되었고, 몸의 중심을 잡기 위해 걷는 법부터 새로 배워야 했다. 1992년 친척들과 환갑 파티를 마친 후, 1996년에는 IDT의 유럽 책임자에서 물러나게 된다.
1995년 건강 문제로 컨설턴트 사업에서 은퇴할 무렵 태그 호이어에 근무하던 예전의 비서로부터 연락을 받는다. 태그 호이어가 독일의 유명한 시계 저널리스트인 기스버트 브루너(1947~)에게 의뢰하여 호이어의 역사를 집필할 예정이라는 것이었다. 그즈음 럭셔리 사업의 프로모션을 위해 회사의 역사를 활용하는 마케팅이 막 시작되고 있었다. 현재에는 저널리스트나 작가에게 브랜드 역사를 집필하게 하는 것이 일상적인 일이 되었다.
호이어 가족들의 기록과 회사의 역사에 대한 자료들을 비엔의 공립도서관에 기증한 상태였으므로 도서관에서 브루너를 만나 자료들의 카피를 도와주고 브루너와 인터뷰를 진행한다. 1996년 바젤 페어에서 태그 호이어의 역사에 대한 책이 발표되었다. 한편, TAG 그룹은 1996년 9월 주식을 공개하고 64%의 지배지분만 남긴다.
잭 호이어는 1997년에 바젤 페어에 초대되어 자신이 1963년에 개발했던 '카레라'의 재발매 행사에 참석했다. 기계식 시계의 부활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었다. 1998년에는 모나코가 재발매되었다. 1969년 스티브 맥퀸(1930-1980)의 영화로 유명해졌던 덕분에 모나코의 재발매는 대성공이었다. 1999년 9월 TAG Heuer는 LVMH 그룹에 9억 스위스 프랑에 매각된다.
1995년 태그 호이어의 역사책을 만드는 데 도움을 준 후 바젤 페어에 초대받는 등 TAG 그룹과 관계를 맺게 되고 1999년 LVMH 그룹으로 매각된 지 2년 만인 2001년 태크 호이어의 명예회장직을 제안받게 된다.
'놀라운 제안이었다. 하지만 나는 몇 분간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물론 내가 했던 답변을 지금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그 당시 내가 받았던 취급 때문에 마음에 상처가 남았으며, 그때 생긴 상처가 아직 완전히 아물지 않았다고 대답했다. 그러나 일단 그해 말까지만 해보겠다고 약속했다.'
앰버서더로 활동하면서 환대를 받으며 마음의 상처가 어느 정도 치유되었는지 그 후 12년 동안 명예회장 겸 앰버서더로 활동하게 된다. 그 사이 잭 호이어는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며 500번의 인터뷰를 했다고 한다. 2007년에 라쇼드퐁에 태그 호이어 360 뮤지엄이 개관되었다. 2010년에는 호이어 창업 150주년이었다. 잭 호이어는 2013년 건강 문제로 앰버서더 역할을 중단했지만 그 후에도 태그 호이어의 명예회장으로 남아 있다.
2017년 잭 호이어의 85세 생일을 기념하는 '오타비아' 모델과, 2020년에는 잭 호이어의 88세 생일을 기념하는 '카레라' 모델이 한정판으로 판매되었다.
2020년 모델의 로터에 새겨진
'Time Never Stops, Why Should We?'
(시간은 멈추지 않는데, 우리는 왜 멈추어야 하지?)는 잭 호이어의 좌우명이라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