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고등학교를 나왔고, 대학도 이제 곧 졸업한다.
약 7년 정도. 꽤 오래 있었다.
7년 동안 중국이 어떠했는지 반추해보면, 정말 한 세번정도 나라가 통째로 바뀌었던것 같다.
고등학교 1학년 중국에 처음 발을 디뎠을 때, 학교 앞 작은 식당에서 처음으로 QR코드 주문을 했다.
위챗을 켜서 스캔하면 메뉴가 뜨고, 누르면 주문이 끝난다. 결제도 위챗페이로 끝.
그런데 중요한 건 이 식당이 잘나가는 프랜차이즈가 아닌,
마을 거리에 있는 작은 우육면 兰州拉面(란저우 라미엔) 집이었다는 것이다.
간판도 허름한 그 가게에 이미 QR 주문 시스템이 들어가 있었다.
중국을 이해하려면 대도시가 아닌 작은 마을을 꿰뚫어 보아야 한다.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고 그 기술이 시장에 스며드는것.
그 기술의 침투력을 분석하기 위해서는 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1선 도시를 보면 안 된다.
下沉市场(샤천스창), 즉 3~5선 도시와 농촌까지 기술이 얼마나 빠르게 내려가느냐를 보아야한다.
핀둬둬(拼多多)가 불과 3년 만에 MAU 7억을 찍을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다.
알리바바와 징동이 대도시에서 북치고 장구치는 동안,
핀둬둬는 4~5선 도시와 농촌의 아주머니들에게 '친구 3명모아오면 반값'이라는 공동구매 모델을 위챗 미니프로그램에 배포하기 시작했다.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도 안 깔린 시골 촌구석에서 소셜커머스가 먼저 터진 격이다.
2021년 펜데믹 시절 베이징에 입국할때, 3주정도 호텔에서 격리를 했던것이 문득 기억이 난다.
음식을 로봇이 가져다주고 휴대폰 어플로 매일매일 우리의 몸상태를 입력하여 제출했다.
격리가 끝나고도, 우리는 코로나 검사를 하고 매일 健康码(건강코드)라는것을 업데이트해야했다.
내가 놀랐던 건 健康码의 전개 속도에 있었다. 알리바바가 항저우시 정부와 합작해서 만든 이 시스템이 72시간 만에 개발됐다는 건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중국에서 내가 감탄했던 건 다른 것이었다. 그 코드가 모든 중국 인구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학교 출입, 단지 출입, 지하철 탑승, 마트, 택시까지, 그리고 위챗에 내장되어 타 어플들과 전부 연동되는 데 하루 이틀이면 충분했다. 한국에서 QR 출입 체크 시스템 만드는 데 여러달 걸린 것과 비교하면, 이건 기술력 차이라기 보다는 거버넌스 구조의 차이일 것이다.
중국에서는 기술 기업과 지방정부 사이에 政企合作(정기합작)라는 관행이 일상화되어 있다. 텐센트가 충칭시와 스마트시티 계약을 맺고, 알리바바가 항저우시와 시티 브레인 프로젝트를 운영하고, 화웨이가 선전시 교통 시스템을 통째로 따낸다. 이게 서방에서는 정경유착이나 독점계약 등으로 불려질수 있겠으나, 중국이란 나라의 특성상 새로운 기술이 사회에 접목되는데에 대한 비용을 낮추는데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AI가 요즘 뜨거운 만큼, 중국의 AI도 관심이 커지고 있다.
중국의 AI는 곧 딥시크라고 알려져있지만, 우리는 빙산의 아래를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중국에서 AI는 이미 광범위하게 개발 및 사용되어지고 있다. 특히, 바이트댄스의 豆包(더우바오, Doubao)가 2024년 출시 6개월 만에 MAU 6천만을 넘겼다. 한국이 AI 사용의 선두주자라고는 하지만, 대다수의 개인 사용자들은 ChatGPT로 질문과 답변을 나누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그러나 더우바오는 抖音(틱톡) 생태계와 연동되어 쇼트폼 콘텐츠 자동 생성, 실시간 라이브커머스 스크립트 생성, 상품 이미지 자동 편집까지 수행한다. 무니캔(MiniMax)의 하이랩(Hailuo)은 중국판 소라(Sora)로 불리는데, 이미 광고 업계에서 실무 도구로 쓰이고 있다. 시장이 AI를 개발하고 실질적으로 접목시키는 단계를 넘어 기업과 사용자들이 써먹고 광범위하게 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단계에 와 있다는 것이다.
내가 주목하는 건 중국 AI 산업의 수익화 로드맵이 미국과 완전히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기업용 SaaS와 클라우드 API가 주 수익원이다. 중국은 直播带货(라이브커머스), 숏폼 콘텐츠, 로컬 서비스 및 어플리케이션(메이퇀, 어러머)과의 결합 및 연동이 수익화의 핵심이다. 틱톡의 중국 버전인 더우인(抖音)에서 하루에 발생하는 라이브커머스 GMV가 1억 달러가 넘는다. 이 트래픽 위에 AI가 올라탄다. 상품 추천, 가격 검색, 실시간 번역, 자동 고객 유치 등, 이 모든 것이 하나의 앱 안에서 돌아가는 거대한 AI 응용 시장이 구축되어 있다.
미국의 AI와 중국의 AI는 추구하는 바에 있어 결이 다르다.
미국 AI 시장을 보면서 중국 AI를 유추할 수 없다. 수익화 구조, 소비자들의 사용방식, 규제 환경 등이 전부 다르다. 미국의 AI 기업과 중국의 AI는 다수 다른 밸류에이션 분석을 반영해야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은 더더욱 배타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런데 그 방향성을 우리는 유심히 들여다 보아야한다.
중국이 만들고 있는 건 단순한 중국산 물건이나 기술들이 아니기 떄문이다.
결제를 보자. 미국과 유럽, 한국과 일본 등은 Visa, Mastercard, SWIFT라는 인프라 위에서 돈이 움직인다.
중국은 위챗페이와 알리페이라는 모바일 결제 위에 디지털 위안화(e-CNY)를 올리고, 국제 결제는 CIPS로 돌리고 있다. 미국의 금융 인프라와 다른, 아예 새로운 시스템을 구축했다.
AI도 마찬가지이다. 미국이 OpenAI, Microsoft, Azure 등을 기반으로 기업용 AI 생태계를 만들고 있다면, 중국은 바이두, 알리클라우드, 화웨이클라우드를 축으로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기술 생태계가 효과가 미미하다고 평가받아왔던 一带一路(일대일로) 참여국들에 수출되고 있다. 동남아, 중동, 아프리카 등에서 중국산 AI 솔루션과 클라우드 인프라가 빠르게 깔리고 있기도 하다. 그 확장의 방향이 서방이 아닌 글로벌 사우스라는 것이지만 말이다.
중국과 서방은 Reciprocal(상호작용)한 그 관계의 밀도가 옅어진다고 해서 중국이 고립되는 건 아니라고 보여진다. 중국은 서방과 디커플링하면서 동시에 비서방 세계와의 커플링을 동시에 강화하고 있다.
교육도 빼놓을 수 없다. 중국 대학의 분위기가 바뀌었다. 예전에는 铁饭碗(톄판완, 철밥그릇)이라고 불려지던 공무원이나 은행, 국유기업 등이 최고였다. 지금은 정말 다르다. 내가 있던 대학에서도 학생들이 가장 열광하는 건 双创(솽촹, 대중창업 만중혁신) 프로그램이었다. 난 중관춘이라는 창업특구에 대학교가 있는데, 학교 근처에 인큐베이터가 있고, 지방정부가 대학가에 창업 보조금을 깔아준다. 창업에 실패해도 학점으로 인정해주는 프로그램도 있다.
중국의 대학생들은 실질적인 기술 역량을 갖추고 있다. 중국 대학의 AI 관련 커리큘럼은 이미 여러 성과들로 증명이 되어지고 있는데, 특히 칭화대의 智班(즈반, 야오치즈 교수의 AI 클래스)에서 나온 졸업생들이 DeepSeek, Moonshot, Zhipu AI 등의 핵심 인력이다. 매년 이공계 졸업생 470만 명이 쏟아지는데, 그 중 AI 관련 전공자가 급격히 늘고 있고, 이 인재 파이프라인의 규모 자체가 중국의 큰 경쟁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에게 큰 산이 존재한다.
금융이다.
미국 증시 시총이 55조 달러가 넘는다. 중국 A주 전체가 12조 달러 수준이다. 이건 단순한 숫자 차이를 넘어 중국이 자본시장을 어떻게 바라보는지의 구조적 차이에서 오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스타트업이 시드 단계에서부터 글로벌 VC 자본에 접근할 수 있고, 상장하면 나스닥에서 전 세계 투자자의 돈을 끌어올 수 있다. 여태껏 이 거대한 '자본의 깔때기', 즉 나스닥 등을 필두로 한 거대한 자본시장이 미국 기술 기업의 가장 큰 경쟁 우위로 작용해왔다.
기술로는 중국이 너무 잘나가는데, 그에 반해 금융이 너무 열악하다.
최근 중국 VC 투자 총액이 전년 대비 30% 넘게 줄었다. 共同富裕(공동부유)라는 시책이 천명된 이후 민영 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크게 강화되면서, 알리바바와 텐센트의 시총이 고점 대비 반토막 났고, 외국 투자의 이탈이 가속화됐다. 항셍테크지수가 2021년 고점에서 지금까지 약 60% 넘게 빠져 있는 상태이다.
이 약점을 타파하기 위해 정부 주도 산업 펀드로 그 약점을 메우려 하고 있다. 국가집성전로산업투자기금(빅펀드) 3기가 3,400억 위안 규모로 출범했고, 각 성급 정부 역시 AI 전용 산업기금을 만들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정부 주도 자본은 시장이 원하거나 필요한 곳이 아니라 정부가 원하는 곳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시장참여자들의 실적과 자유경쟁보다 공산당이 던지는 주사위에 따라 성패과 좌우될 수 있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기술 경쟁은 결국 자본의 지구력 싸움이기도 하다.
중국이 기술발전이 아무리 빨라도, 미국의 압도적인 자본시장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는지가 장기전의 승부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요즘 젊은 세대 사이에서 반중정서가 팽배하고 실제로 중국의 우량한 기업들이 우리 대한민국의 산업을 위협하면서, 중국에 대한 분석이 객관성보다는 극단으로 가고 있다는 느낌이 있다.
첫째는 중국 위협론이다. 중국의 기업들이 기술들을 훔치고 뭐든 다 집어삼킬 것이라고 겁준다.
두번째는 중국 붕괴론이다. 중국이 과도하게 쌓인 부동산쪽의 부채를 이기지 못하고 상승하는 청년실업률을 해결하지 못해 경제가 무너질것이라고 한다.
나는 둘 다 사실과 떨어져있다고 생각한다.
현실은 이렇다.
중국은 기술을 사회에 접목시키는 속도와 제조업의 공급 능력에서 세계 어느 나라보다 빠르고, 자원과 에너지가 중요한 AI 시대에 그 이점은 더 커질 것이다. 그러나 자본시장의 구조적 한계와 정부 주도 경제의 비효율성이라는 약점도 명확하다. 이 두 가지가 공존하고 있고, 다양한 변수가 존재하는 자본시장은 '그래서 누가 이기는데'가 아니라 섹터별로 작용할 우위들을 조목조목 분석해야한다.
하드웨어, 제조, 응용 레이어에서는 중국이 빠르게 치고 올라올 것이다.
기초 연구, 반도체 설계, 자본 집약적 인프라에서는 미국을 따라갈 자가 없을것이다.
이 구도를 섹터별, 밸류체인별로 쪼개서 보는 게 합리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