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 주가를 전망한다는 것은
중국 시장을 지탱하는 여러 공룡 빅테크들.
2025년 텐센트의 연간 총매출은 전년 대비 15% 증가한 165조, 영업이익은 18% 증가한 61조, 영업이익률은 35%에서 37%로 올라섰다. 알리바바는 매년 AI에 30조가량을 투자하겠다고 발표했고, 클라우드 매출은 34% 급증했으며, AI앱 큐원은 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운로드 수 3천만을 돌파했다. 비단 텐센트와 알리바바뿐만 아니라 징동, 핀둬둬를 비롯한 이커머스 기업들, 수많은 소부장 기업들 모두 전반적으로 재무적 성과가 크게 개선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역대급 장밋빛 기업 성과에, 왜 주가는 튀어오르거나 꾸준히 상승하지 않고 코로나 고점에서 여전히 반토막 넘게 빠진 채 고전하고 있을까.
주가는 EPS(주당 순이익)에 멀티플을 곱한 값으로 산출된다. 실적을 보여주는 EPS는 텐센트도 알리바바도 정말 잘 찍어내고 있다. 문제는 시장이 회사에게 부여하는 멀티플이다. 미국 빅테크가 PER 30배에서 40배를 아무렇지 않게 받는 동안, 알리바바의 Forward PER는 10배 언저리에서 놀고 있는 상황이다.
회사가 주당 같은 1달러의 이익을 창출한다고 하면, 시장은 미국 테크에게 3배 비싸게 값을 매기고 있다. 차이나 디스카운트, 까놓고 보면 중국 기업은 언제 뒤통수 맞을지 몰라서 비싸게 못 사겠다는 뜻이다.
주변 사람들이 중국 경제를 전망한다고, 기업 성과를 전망한다며 하며 여러 지표들을 제시한다. GDP, PMI, 수출입데이터 같은 거시지표부터 EPS, PER, FCFF, DCF 등.
그런데 난 개인적으로 중국의 경제전망을 자유/민주, 자본주의 국가들의 경제모형 및 지표로써 분석하고 평가하고 전망하는것은 큰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있다.
중국을 분석하고자 한다면, 중국의 시장 구조를 먼저 이해해야한다.
중국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으로 자본주의 시스템을 일부 도입하였지만, 뿌리는 공산주의 국가라는것을 기억해야한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경제지표나 분석 도구들은 자본주의를 전제로 설계된 것이다. 시장이 가격을 정하고,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고, 자본이 국경을 넘나들고, 정부는 그저 심판석에 앉아있다는 전제 위에 세워진 틀이다.
중국은 이 전제가 온전히 성립하지 않는 나라이므로,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모형에 적용될 수 없다.
중국 공산당은 필요하다 싶으면 언제든 개입한다. 기업의 실질적 1대 주주가 당인 경우가 허다하고, 민간 기업들도 당 위원회를 내부에 두고 있다. 자본적 지출(CAPEX)을 조절하거나 투자금을 늘리거나 해외에 진출하는 등 중요한 기업 활동은 대부분 당의 허가를 필요로 한다. 시장 경제라는 축구 경기가 있다면, 중국 정부는 심판이면서 동시에 선수고, 구단주고, 리그 운영자인 셈이다. 마음에 안 들면 경기 규칙을 경기 도중에 바꾸기도 하는데, 2020년 앤트그룹이 역대급 IPO 이틀 전에 강제 중단된 사건이 바로 그 예시라고 할 수 있다.
가령 부동산 시장 등이 터질 것 같으면 터지게 놔두는 게 자본주의의 교과서적 해법이라고 알려져 있다. 슘페터의 창조적 파괴. 부실을 도려내고, 가격을 바닥까지 떨어뜨리고, 새 자본이 싼값에 들어와서 다시 사이클을 돌리는 것. 그러나 중국은 폭탄이 터지게 절대 두지 않는다. 헝다가 사실상 파산 상태라는 게 공공연한 사실이 된 지 몇 년이 지났는데도 불구하고, 시장은 여전히 질질 끌려가고 있다. 공식 파산 선고도, 대규모 청산도, 채권자들의 실질적인 손실 인식도 이루어지지 않는다. 지방정부가 미분양 아파트를 그대로 인수하고, 국유은행이 만기를 연장해주고, 당은 사회 안정이라는 명목으로 모든 걸 봉합해버린다.
사람들이 지적하는 중국의 좀비 기업들도 같은 맥락이다. 우리는 흔히 이자비용조차 못 버는 회사는 시장에서 퇴출되어야 자원이 생산적인 곳으로 재배분된다고 알고 있지만, 중국의 국유기업 상당수는 수년째 적자를 내면서도 멀쩡히 공장을 돌리고 있는 실정이다. 은행이 대출을 연장해주고, 지방정부가 보조금을 바로 꽂아주고, 당이 "이 기업은 전략적으로 중요하다"고 선언하면 문제가 사라진다. 철강, 석탄, 시멘트, 조선 등, 지난 10년간 과잉생산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업종인데, 우리 눈에 문제투성이인 기업들이 사실 중국에서는 문제가 없다.
자본주의 기업들과 달리, 중국의 기업은 이윤 극대화를 궁극적 목표로 삼지 않는다. 중국 당국이 극대화하려는 건 이윤이 아니라 당의 존속과 통제력이기 때문이다. 당은 지나친 정부 개입이 초래하는 비효율의 대가를 정확히 알고 있지만, 그 대가를 기꺼이 지불한다. 왜냐하면 대안이 더 비싸기 때문이다. 부동산을 터뜨리면 수억 명 중산층의 자산이 증발한다. 가계 자산의 70퍼센트가 부동산에 묶여 있는 나라에서, 그건 단순한 경기침체가 아니라 정권 정당성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는 문제이다. 좀비 기업을 청산하면 수천만 명의 실업자가 거리로 나온다. 천안문의 기억을 공유하는 공산당에게, 대규모 실업은 숫자가 아니라 공포인 셈이다.
중국 기업에 투자하고 싶은데 그럼 도대체 난 뭘 봐야 하냐고 묻는다면,
내가 생각하는것은 첫 번째는 당의 정책 방향이다. 중국 주식을 리서치한다는 것은 사실상 당이 지금 무엇에 돈을 쓰고 싶어 하는지를 읽어내야 일이기도 하다. 5개년 계획, 양회, 정치국 회의, 그리고 시진핑이 직접 언급하는 키워드들이 실질적인 투자 나침반으로 작용해왔다. 최근 몇 년만 봐도 공산당의 시책이 큰 방향성을 주도했는데, 공동부유(共同富裕)가 발표될때 플랫폼 기업이 박살났고, 신질생산력(新质生产力)이 나올때 AI 반도체와 로봇 관련주가 크게 올랐고, 국산화 이야기가 나오면 소부장 기업들이 날아올랐다. 미국에서는 연준 의장의 말 한마디가 거시 시장을 흔든다면, 중국에서는 당 기관지의 사설 한 편이 섹터 전체를 재편한다. 인민일보와 신화통신의 논조 변화를 꾸준히 추적하는 건 차트 분석보다 유용할 때가 많다.
두 번째는 권력자의 몸짓이다. 2023년 말, 시진핑이 민영기업 좌담회에 잠적하던 마윈을 다시 불러낸 사건이 있었다. 그런데 그때 찍힌 사진 한 장이 알리바바 주가를 수십 퍼센트 끌어올렸고, 시장은 앤트그룹 사태 이후 3년간 풀리지 않던 플랫폼 규제 공포가 사진 한 장으로 해소된 것으로 해석했다. 이런것들은 재무제표로는 도저히 설명되지 않는 흐름인데, 중국은 꽤나 이런 부분들이 크게 작용한다. 당의 용서를 받았다는 메시지, 그리고 시장은 그것을 즉각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중국 시장에 투자하고자 한다면 이런 정치적 변수들이 분기 실적보다 훨씬 큰 변수로 작용한다는 기억해야한다.
세 번째는 누가 당의 편에 서 있느냐를 지켜보아야한다. 같은 빅테크라도 당의 국가 전략에 편승하는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의 운명은 완전히 갈린다. 코로나 고점 대비 폭락했던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최근 살아나는 이유는 실적이 좋아서도 있겠지만, 아마 AI와 클라우드라는 당이 밀어주는 전략 산업의 한가운데 서 있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사교육 때려잡기와 사교육 기업 전면 비영리화에 나선 중국에서 사교육 기업들은 지금도 바닥을 갱신하고 있다.
네 번째는 자사주 매입과 배당이다. 멀티플이 과소 반영되어 있는 시장에서 주가를 끌어올리는 가장 정직한 방법은 기업이 직접 유통주식수를 줄이는 것이다. 텐센트는 매년 수백억 홍콩달러 규모의 자사주를 소각하고 있고, 알리바바도 비슷한 규모의 전략을 이어나가고 있다. 중국 기업들의 멀티플이 과소평가되어도, 기업이 주식수를 줄이면 주당 가치는 기계적으로 오르게 된다. 중국 시장처럼 마냥 상승을 기다릴 수 없는 환경에서, 매출 성장률보다 자사주 매입 속도와 그에 상응하는 전략을 들여다 보아야 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다섯 번째는 자금의 흐름이다. 구체적으로 남향 자금(Southbound)이라고 알려진 본토 자금이 홍콩 주식을 얼마나 사들이고 있느냐를 추적해야한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정학적 변수로 인해 중국에서 발을 뺀 상태이고, 당분간 전면적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낮다. 또, 2021년 이전까지 글로벌 EM 펀드의 기본 포지션은 중국시장에 비중을 크게 두었으나, 지금은 아니다. MSCI EM ex-China 지수가 따로 나와 있고, 실제로 많은 패시브 자금이 거기로 옮겨간 상황이다. 그렇다면 남은 매수 주체는 결국 본토 개인과 기관, 그리고 이른바 국가대표팀(国家队)이라 불리는 국유 펀드들인데, 이들이 홍콩 H주를 매집하기 시작하면 시장 바닥이 확인되는 경우가 정말 많았다. 실제로 2024년 이후 항셍지수의 반등도 대부분 이 남향 자금의 대규모 매수세 이후 끌어올려진 것으로, 앞으로의 주가 상승을 예측하고자 한다면 본토 자금의 발걸음을 관측해야 한다는 뜻이다.
정리하자면, 물론 중국 주식을 전망하는 일은 EPS와 멀티플 공식에서 시작해야 하지만, 그 멀티플을 움직이는 진짜 변수는 시장이 아니라 당이라는 사실을 인지하는 데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DCF는 유용하지만, 할인율에 정치 리스크라는 것을 얼마나 반영할 것인지, 종말 가치(Terminal Value)를 산정할 때 당의 방향성이 바뀌지 않을 거라는 가정을 어디까지 믿을 것인지, 이런 질문들이 어쩌면 숫자보다 먼저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중국 기업들의 실적은 이미 너무 좋고 기업은 제 할 일을 다 하고 있다. 실적도, 주주환원도, 신사업 투자도 부족한 게 없지만, 전반적인 당의 방향성이 발목을 잡고 있는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어쩌면 중국 증시가 다시 크게 오를 수 있고, 우리가 지난 몇 년간 외면했던 가격이 다시 만나기 힘든 바겐세일이었다는 사실을 맞딱드려야 할지도 모르겠다. 다만, 그것을 분석하고 예측해내는 일은, 아쉽게도 우리가 배운 재무제표가 아니라 전혀 다른 언어를 읽어내는 능력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