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를 감시가 아니라 채집으로 쓰기로 했다
혼자 요리를 하다가 갑자기 삘이 올라왔다.
괜히 몸이 리듬을 타고, 말도 안 되는 표정이 나오고, 쓸데없이 과장된 제스처를 했다.
그래서 영상을 찍어봤다.
누가 보는 환경은 아니었다.
그래서 더 그랬을지도 모른다.
영상을 돌려봤다.
엉뚱했고, 약간 과했고, 생각보다 부산스러웠다.
귀엽기도 했고, 낯설기도 했다.
‘나는 왜 이렇게 깝죽댈까?’
웃으면서도 조금은 힘들었다.
나는 편안하다고 느끼는 사람들 옆에서 유독 많이 움직였다.
장면을 만들고, 과장하고, 삘 받는 대로 튀었다.
그들은 재밌어 했지만, 가끔은 조금 버거워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걸 이제야 상상해본다.
그래서일까.
나는 요즘 자꾸 나를 찍는다.
내가 어떻게 보이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는지 점검하고 싶어서.
그런데 문득 생각이 바뀌었다.
카메라는 감시 도구가 아닐지도 모른다.
채집 도구일지도 모른다.
무슨 뜻인지 완전히 설명할 수는 없지만
‘채집’이라는 말이 이상하게 편안했다.
판단하려는 게 아니라, 그냥 순간을 담아두는 것.
이상한 몸짓도, 갑자기 튀어나온 감정도
잘못이라기보다 기록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보아하니 나는 머릿속이 조금 만화 같다.
상황을 장면처럼 그리고, 감정을 이야기처럼 만든다.
그걸 드러내고 싶은가 보다.
요즘은 예전보다 덜 깝죽대는 것 같기도 하다.
에너지가 줄어든 건지, 아니면 내가 나를 의식하게 된 건지 잘 모르겠다.
통제되지 않는 내가 불안해서일 수도 있고,
그게 전부는 아닐 수도 있다.
영상 속 나를 보며
부끄러움도 있었지만, 귀여움이 더 컸다.
나는 나를 귀엽게 봐주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그래서 먼저, 내가 나를 그렇게 보려고 한다.
완벽하게 통제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감시하지 말고, 채집하자고.
지금의 나는
그렇게 나를 다루는 연습을 하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