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성, 다이어트, 진보와 보수

몸과 사회를 움직이는 하나의 원리

by 웅토닌

30년째 다이어트 중입니다

다이어트가 왜 이렇게 어려울까요?

의지가 약해서일까요? 아닙니다.


저는 생물학, 동•서의학, 심리 상담을 전공하고

치유 현장에서 30년을 보내면서 한 가지 확신을 갖게 됐습니다.

다이어트는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항상성’의 문제입니다.


1. 항상성이란 무엇인가

항상성(Homeostasis)은

1926년, 미국 생리학자 월터 캐넌이 정리한 개념입니다.

쉽게 말하면 이겁니다.

“몸은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이 가장 정상이라고 믿는다.”


지금의 체중, 지금의 식습관, 지금의 생활 리듬

이 모든 것이 몸에게는 ‘안전한 상태’입니다.

그래서 바꾸려고 하면 몸은 위기 상황이라고 판단하고 저항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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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다이어트가 실패하는 이유

우리는 다이어트를 시작하면 보통 이렇게 말합니다.

“이번엔 진짜야.” “이번엔 확 줄일 거야.”

그런데 몸은 이렇게 반응합니다.

“비상사태다.” “지금 저장해 두지 않으면 죽는다.”

그래서 생기는 것이 바로 요요 현상입니다.


다이어트가 어려운 이유는

지방을 빼는 게 아니라, 기존 항상성을 깨야 하기 때문입니다.


3. 장내 미생물, 몸 안의 정치 구조

여기서 하나 더 중요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바로 장내 미생물, 마이크로바이옴입니다.

장에는 수많은 세균이 살고 있고,

이들은 우리의 소화, 면역, 기분, 심지어 사고방식에도 영향을 줍니다.

이 미생물은 크게 세 종류입니다.

• 유익균, • 유해균, • 중간균

그런데 놀라운 사실이 있습니다.

중간균이 가장 많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 중간균은

어느 쪽이 우세한 지 보고 그쪽으로 붙습니다.

몸도 민주주의가 아니라,

사실상 ‘힘의 균형’으로 움직이는 셈입니다.


4. 사회도 똑같다

이 구조는 사회와 너무 닮아 있습니다.

사회에도 변화를 원하는 힘, 유지를 원하는 힘

그리고 그 사이의 다수가 존재합니다.


보통 우리는 진보와 보수를 도덕의 문제로만 보지만,

사실은 항상성을 둘러싼 힘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유지하는 쪽은 에너지가 적게 듭니다.

바꾸는 쪽은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변화는 언제나 어렵습니다.


5. 진보는 왜 힘들고, 보수는 왜 편한가

진보는

현재의 항상성을 깨야 합니다.

몸으로 치면 식습관을 바꾸고

근육을 만들고 생활 리듬을 바꾸는 일입니다.


반면 보수는

그냥 지금대로 가면 됩니다.

그래서 나이가 들고, 기득권이 되고,

자리를 잡을수록 사람은 점점 보수적으로 변합니다.

이건 성향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입니다.


6. 건강한 다이어트의 조건

그렇다면 건강한 다이어트란 무엇일까요?

갑자기 줄이지 않습니다

근육을 먼저 만듭니다.

에너지 소비 구조를 바꿉니다

천천히 줄입니다. 오래 유지합니다.


그래서 몸이 이렇게 말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아, 이 체중이 정상인가 보다.”

그때 비로소

새로운 항상성이 만들어집니다.


7. 사회도 같은 원리다

사회도 마찬가지입니다.

잘못된 관습이 오래 지속되면 그게 곧 ‘정상’이 됩니다.

불편하지만 익숙한 것, 불공정하지만 안정적인 것,

그게 항상성이 됩니다.


그걸 바꾸는 일은

고통스럽고 저항을 동반합니다.

하지만 그대로 두면 몸이 병들듯

사회도 병이 듭니다.

8. 결론 – 멈추지 않는 조정


진보란

한 번 앞서 나가는 게 아닙니다.

멈추지 않고 조정하는 과정입니다.


다이어트도

한 번 빼고 끝나는 게 아니라

평생 관리해야 하듯,


사회도

끊임없이 점검하고 조정하지 않으면

언제든 병들 수 있습니다.

다름을 받아들이고, 불편함을 감수하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힘.


그것이 결국

개인의 건강을 지키고 사회의 행복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행복을 보수하기 위해서 라도,

우리는 진보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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