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능교정 다이어트』12회 차

피죽 다이어트(외전) - 가난의 밥상에서 미래의 슈퍼푸드로

by 웅토닌

피죽 다이어트 죽[연재를 마치며]피죽 다이어트 다이어트

자취방을 나서면 농수로를 따라가야 하는데 왼쪽은 제초제를 뿌렸나 부다
논에 그 흔하던 미꾸라지 물뱀들이 사라지는 이유를 알 것 같다.

며칠 전만 해도 농수로 양쪽이 모두 푸르렀는데

여름 논밭을 걷다 보면 농부들의 한숨이 들린다. 벼를 키우는 손보다 더 억세게 자라나는 존재, 바로 잡초 때문이다. 벼는 익을수록 고개를 숙이지만, 피는 붉은 고개를 뻣뻣이 들고 선다. 마치 “나는 지지 않는다”라고 말하는 듯한 모습이다. 얄밉게 보이지만, 그 당당함에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강피(논피) 벼 가운데 키가 큰 놈
물피(털이 있음)
돌피 털이 없고 피 중에서 키가 작다

피는 C4 식물이다. 지구상의 대부분 식물이 C3 광합성 체계를 사용하는 데 비해, 피와 왕바랭이 같은 잡초들은 고온과 가뭄, 척박한 환경에서도 살아남는 C4 시스템을 갖추었다. 광합성 효율을 극대화하도록 진화한 결과다. 농부들에게는 골칫거리지만, 생명력만큼은 감탄을 자아낸다.

흥미롭게도 이 눈엣가시 같은 잡초는 한때 사람들의 생명을 이어준 식량이었다. 흉년이 들면 사람들은 피를 배어 알곡을 털어내고, 쌀이나 보리와 섞어 밥이나 죽을 지어먹었다. 강아지풀 역시 조의 원조 격 식물로, 극지를 제외한 전 세계 어디서나 자라 생존 식품으로 활용됐다. 맛은 담백하다 못해 심심하고, 약간 비릿한 향이 돌았다고 전해진다.

쌀이 귀하던 시절, 피죽 한 그릇은 생존 그 자체였다. 전남 구례의 ‘피아골’이라는 지명 역시 배고픔을 견디기 위해 피를 심어 먹었던 사람들의 기억을 품고 있다. 소화가 잘되지 않고 영양가도 낮았던 탓에, “사흘에 피죽 한 그릇도 못 얻어먹은 듯하다”라는 말은 가난의 상징처럼 쓰였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면서 피죽의 의미도 달라졌다. 영양 과잉과 비만이 만성질환으로 불리는 오늘날, 과거의 단점은 오히려 장점이 되었다. 소화가 더디니 포만감은 오래가고, 열량은 낮다. 체중을 줄이려는 이들에게는 더없이 매력적인 조건이다. 이른바 ‘피죽 다이어트’다.

한때는 생존을 위한 최후의 선택이었지만, 이제는 건강을 위한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는 음식. 풍요의 시대에 과잉이 병을 만들고, 부족이 약이 되는 역설이 여기에도 있다. 농부들이 뽑아내느라 골머리를 앓던 잡초가, 언젠가는 우리의 몸을 가볍게 해주는 슈퍼푸드로 돌아올지도 모른다.

가난의 밥상이었던 피죽은, 과연 미래의 밥상에 다시 오를 수 있을까.

注)
C3 식물
→ 광합성 최초 산물이 3 탄소 화합물이며, 광호흡이 발생해 고온·강광·저 CO₂ 환경에서 효율이 낮다.

C4 식물
→ 4 탄소 화합물로 CO₂를 먼저 고정해 광호흡을 억제하며, 고온·강광·저 CO₂ 조건에서도 광합성 효율이 높다.

CAM 식물
→ 밤에 CO₂를 흡수해 저장하고 낮에 이용함으로써 수분 손실을 최소화하는 건조 환경 적응형 광합성이다.


이 글을 끝으로 『본능교정 다이어트』 연재를 마칩니다.


의지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반응으로 몸을 바라보는 관점이,

각자의 삶에서 조금이라도 덜 흔들리는 선택으로 남기를 바랍니다.


연재에 담지 못한 실전 이야기와 질문에 대한 답은 다른 자리에서 조금 더 차분히 이어가려 합니다.

그동안 이 질문 앞에 함께 머물러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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