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딧물이 물이라면

반딧불은 불이다.

by 웅토닌

꽃이 오래가고 향이 좋다 하여

꽃댕강을 입양했다.

큼지막한 화분도 마련해 정성껏 심었는데

며칠 지나지 않아


화분 주변 바닥이 끈적였다.

진딧물이었다.

꽃댕강에 잔뜩 달라붙어

감로액을 흘리고 있었다.


조금 전까지는 반딧불 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진딧물이라니.

점심으로 라면 한 자락 하려다

‘딧션’의 딕션이 재미있어

이야기를 적어본다.


옛날에 한 선비가

꽃댕강나무 아래서 낮잠을 자다가

꿈을 꾸었다.


꿈속에서 누군가 물었다.

“진딧물이 물이라면 무엇이 되겠는가?”

선비가 답하였다.

“그렇다면 반딧불은 불이 되겠지요.”


그 목소리가 다시 물었다.

“반딧불이 불이라면

불가사리는 무엇이겠는가?”

선비는 잠시 망설이다

웃으며 말했다.

“불가사리는

불가의 사리일 뿐이오.”


목소리는 다시 물었다.

“그렇다면

우리가 먹는 라면은 무엇이겠는가?”

선비는 한참을 생각하다

이렇게 답하였다.

“라면은

나라면, 너라면, 우리라면.

우리라면은

함께 삶아 먹는 삶이오.”


그 순간

솥에서는 진딧물이 국물이 되고

반딧불은 불꽃이 되어

솥을 데웠으며

불가사리는 사리가 되어

국물 속에 떠올랐다.


선비는 젓가락을 들어 라면을 먹었고

맛은 진국이었으며

그 속에서

삶과 죽음의 경계는

조용히 사라졌다.


잠에서 깨어난 선비가

중얼거렸다.



진딧물이 물이라면~


진딧물이 물이라면

반딧불은 불이요


불가사리 사리 되어

라면 속에 잠기니


나라면 너라면 우리라면

이런 불겠네, 어서 오게나!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