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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판 Oct 10. 2023

아이의 지긋지긋한 두드러기 탈출기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될지 몰라 적어봅니다.

  10년도 더 지난 일이지만 지금 생각해도 참 힘든 경험이었다. 내가 발바닥 사마귀로 고생한 시간에 비하면 훨씬 짧은 기간에 호전되었지만, 어린 아들이 겪는 일은 내 일보다 더욱 고통스러웠다. 혹시 지금 아이의 두드러기 때문에 고통받고 계시는 분이 있으시다면 힘 내시라고 격려드리고 싶다. 어떻게든 애를 써봤더니 방법이 생기더라고. 병원 약이 잘 안 들으면 너무 약에만 의지하지 말고 좀 더 적절한 방법은 없는지 찾아보시라고 조언드리고 싶다.


생각해 보면 아이가 알레르기 민감성 체질이 된 데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었던 것 같다. 임신 기간 동안, 직장에서 일했던 공간이 리모델링 한 곳이어서 가구 등에서 냄새가 심하게 나는 환경이었던 것. 아이를 낳고 산후조리 할 때 한겨울이어서 몸을 따뜻하게 한답시고 방을 뜨겁게 유지했더니 아기에게는 너무 더운 온도가 되었던지 태열이 생겨버린 것. 아이가 알레르기체질이 되는데 이 두 가지가 크게 영향을 준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두드러기도 까닭 없이 생긴 게 아니고 결정적인 이유가 있었다. 아이가 처음 두드러기가 생기기 시작한 원인은 나의 부주의 때문이었다.(난 두고두고 이때의 일을 자책했다) 시골집에 친정 엄마가 혼자 살고 계셨는데, 아이와 며칠 다녀온 적이 있었다. 설날 즈음이었는데, 어느 날 아침밥을 먹일 게 마땅치 않아 계란프라이를 해주기로 했다. 아이가 서너 살 때쯤의 일이다. 찾아보니 꽉 찬 계란 한 판 위에 계란이 한두 개 더 놓여있었다. 전에 먹던 계란을 새로 산 계란 위에 얹어놓은 것이었다. 나는 먹던 계란부터 없앤다고 위에 있는 계란을 프라이해서 아이에게 먹였는데 (그때는 과자류도 아이에게 많이 먹이던 때였다.) 과자와 계란 프라이 등을 먹은 아이의 몸에 두드러기가 심하게 올라왔다. 과자를 많이 먹여서인 줄 알고 과자를 일단 안 먹이고 물을 많이 먹이면서 두드러기가 가라앉길 기다렸다. 두드러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얼굴까지 올라오는 것을 보니 안 되겠다 싶어 읍내에 있는 병원에 가서 두드러기 약을 지어서 먹였다. 그랬더니 가라앉았다. 그런데 이후로는 뭘 먹이기만 하면 두드러기가 다시 올라오곤 했다. 배, 가슴, 등, 심하면 팔다리와 얼굴까지 온통 올라왔다. 나중에 알고 보니 시골에서 아이에게 먹인 계란은 친정 엄마의 말에 의하면 몇 달 전에 사서 먹고 남은 계란이었다. 그러면 얼른 먹던가 버렸어야 하는데, 엄마는 버리지 않고 남겨놓았고 나는 그것도 모르고 새로 산 계란이 아닌 오래된 계란을 아이에게 먹인 것이다. 계란 프라이를 할 때는 큰 차이를 못 느꼈다. 노른자가 완전히 풀려서 나온 정도? 그런데 상한 계란이었던가보다. 엄마는 다 먹인 뒤에야 새로 산 계란을 먹이지 그랬냐고 오래된 거였다고 말해서 나를 당황시켰다. 추측하건대 아이는 오래된 계란을 먹고 식중독 증상으로 구토나 설사가 아닌 두드러기를 일으켰던 것이었다. 게다가 너무 많은 과자류도 한몫했을 것이다. 이후로는 과자류를 먹으면 바로 두드러기가 올라왔다. 집에 돌아와서도 약을 계속 먹였는데, 병원에서는 5일을 빼먹지 말고 꼬박꼬박 먹이라고 했지만, 중간에 증상이 좋아졌다고 그만 먹인 게 또 실수가 아니었나 생각한다. 아이의 두드러기는 약을 먹으면 잠시 가라앉았다가 뭘 먹으면 다시 올라왔다. 이때부터는 두드러기를 일으킬만한 음식을 안 먹이려고 애쓰면서 민간요법도 써보면서 계속 노력을 해보았다. 시골 엄마는 탱자를 끓인 물이 좋다 했다고 탱자를 따서 말려서 보내주기도 하고, 쇠비름 끓인 물이 좋다고 또 쇠비름을 캐서 말려서 보내기도 했다. 두드러기 조절이 좀처럼 안 되자 나는 그냥 두면 안 될 것 같은 불안감에 대학병원에 가보기로 했다.


 대학병원 소아과에 가서 진료를 받으니 일단 알레르기 검사를 해보자고 했다. 피검사와 소변검사, 대변검사 등을 했다. 어린아이의 피를 빼는 모습을 보는 것은 고통스러웠다. 검사결과는 어떤 음식물이 원인인지는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으나 알레르기 체질일 가능성은 80프로가 넘게 나왔다. 그만큼 아이가 알레르기 체질이라는 뜻이었다. 두 가지 종류의 항알레르기 약이 처방되었다. 내 기억으로 씨잘과 다른 종류 한 가지 더해서 두 종류의 항알레르기 약과 위장약 등이었다. 처음에는 무척 효과가 좋았다. 금방 다 나을 것 같았다. 그런데 음식을 조금만 다양하게 먹으면 금방 다시 올라왔다.  병원에 갈 때마다 약의 용량은 계속 늘어났다. 반 알 주던 것이 한 알로 늘었고, 하루 한 번 먹던 약을 두 번 먹는 식이었다. 나중에는 약국의 의사도 약의 용량이 너무 센 것 같다고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이대로 계속 약의 용량만 늘리는 것은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졌다. 두드러기에 대하여 여러 가지 정보들을 인터넷에서 수도 없이 찾아보았다. 면역력에 좋은 음식, 영양제 등 할 수 있는 것들은 다 해보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맨밥에 된장국만 먹이면 좋아진다던가, 공기가 좋은 곳에서 지내면 좋아진다는 얘기들도 있었지만 쉽지 않은 방법이었다. 아이는 입이 짧고 편식도 심했다. 고민고민하던 나는 그즈음 알로에가 면역력에 좋다는 것을 알고 알로에즙을 먹여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인터넷을 뒤져서 식용 알로에 겔을 사서 먹여보기로 했다. 아이는 두드러기가 심하게 올라올 때는 레몬향이 약간 나는 알로에 원액도 꾹 참고 잘 먹었다. 본인도 두드러기로 인한 얼굴의 부은 모습과 몸의 가려움증이 꽤 힘들었던 것이다. 알로에 겔을 하루 두 번 아침저녁으로 30cc가량 먹였는데, 신기하게도 두드러기가 가라앉기 시작했다. 너무 기뻐서 감사기도를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 나는 약의 용량을 점점 줄이고 알로에를 조금씩 자주 먹이기 시작했다. 엄청나게 많은 양을 한 번에 먹인 건 아니었고, 30~50cc쯤을 하루 두세 번 먹였던 것 같다. 포도주스에 타 먹이기도 하고, 나중에는 레모네이드 가루를 섞어서 먹이기도 했다. 두드러기가 생기고 6개월쯤 지났을 즈음에는 병원약은 완전히 끊고 더 이상 병원에 가지 않았으며, 알로에겔 꾸준히 먹이고 인스턴트 음식과 과자류를 최대한 안 먹였다. 이후로는 두드러기가 올라오면 바로 알로에겔을 먹였다. 시골에 갈 때나 여행을 할 때도 알로에겔은 꼭 챙겨갔다.


처음 알로에겔을 살 때는 미국의 텍사스에서 재배한 알로에라고 광고하는 H사의 알로에겔을 사서 먹였는데, 가격이 상당히 비쌌다. 500ml에 4만 원가량 했던 것 같다. 아이 두드러기가 낫기만 한다면 돈이 문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꾸준히 사서 먹였는데, 나중에는 가격이 부담돼서 좀 더 저렴한 제주도에서 생산되는 알로에겔을 사서 먹였다. 큰 차이는 없었던 것 같은데, 알로에 겔을 구하기 힘들던 시절 H사의 알로에 겔은 무척 큰 힘이 되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어쨌든 알로에겔을 꾸준히 먹이면서 아이의 두드러기는 거의 잡혔다. 다만 이후에도 인스턴트식품이나 과자류를 너무 많이 먹거나, 갑자기 온도차가 심한 환경에 노출되거나, 달리기 등을 해서 몸에 열이 나면 얼굴이 빨개지면서 두드러기가 올라오곤 했다. 나이를 먹어가면서는 면역력이 좋아져서인지 중학교 이후에는 어린 시절에 비하면 두드러기 생기는 횟수가  훨씬 줄어들었다. 혹시나 해서 지금도 알로에겔은 하나씩 집에 구비해놓고 있는데 유통기간이 지날 때까지 쓸 일이 없어 버리기도 한다. 건강에 좋으라고 먹이고도 싶지만 아이는 몸 컨디션이 좋아지니 알로에겔을 먹고 싶어 하지 않았다.


이런 일을 겪고 나서는 알로에가 얼마나 몸에 좋은지, 면역력 향상에 얼마나 좋은지를 기회가 있을 때마다 지인에게 말하곤 한다. 아무리 좋은 식품이나 영양제도 본인의 필요와 맞아떨어져야 하고, 꼭 필요한 절실한 상황이 아니면 아무 의미가 없기는 하다. 하지만 혹시 아이의 두드러기 때문에 고통 중에 있는 분들이라면 알로에를 하나의 옵션으로 적용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나 자신이 그 끔찍한 아이의 두드러기로부터 탈출하는데 가장 큰 힘이 된 식품이었기 때문에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약도 필요에 따라서는 꼭 써야겠지만 약으로 조절이 안될 때는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이의 두드러기 때문에 힘들었던 시절 알로에를 알게 돼서 얼마나 감사했던지, 지금도 그때만 생각하면 너무너무 감사하다. 아이도 아이지만 엄마로서 죄책감과 근심으로 괴로워하던 시간을 탈출할 수 있었기에.


고 1이 된 아이는 두드러기는 거의 안 생기는데, 환절기만 되면 눈물, 콧물, 재채기가 심하게 나서 괴로워한다. 혹시나 싶어 오랜만에 알로에겔을 구입해서 먹여보았다. 그랬더니 감사하게도 증상이 많이 가라앉았다. 사람이나 상황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우리 아이에게는 몹시 효과적인 식품인 건 틀림없는 듯하다. 이사 올 때 식물을 다 버리고 온다는 남편을 설득해서 알로에는 챙겨 왔다. 화상을 입었을 때 외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지만 그래도 집안에 알로에 식물이 있는 것이 위안을 주기 때문이다. 굳이 말하자면 알로에는 나에게 반려식물인 셈이다. 힘든 시절의 추억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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