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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판 Jun 16. 2023

층간소음

새 아파트 들어올 적에

몇 가지 기대한 것이 있었다


그중 가장 벼르던 것이

층간소음 없이 사는 것

그래도 새 아파트인데

층과 층 사이의 두께를 더 두껍게 했겠지

벽과 벽 사이의 소음차단에 신경 써 주었겠지

기대했다


입주를 하고 지냈다

창밖에서 종종 들리는 소음은 공사 소리였다

창문을 닫으면 거의 들리지 않는, 주변 공사장의 소리

역시 새 아파트의 새시는 소음차단 기능이 월등하구나!

감탄했다


하지만

위층에서 내려오는 소음은?

화장실에서 물줄기가 떨어지는 소리, 물 내리는 소리

샤워실에서 나는 물소리

쿵쿵 걷는 소리, 미는 소리, 끄는 소리


어제는

자지러지는 아기 울음소리가 어찌나 크게 들려오던지

소란한 웅성거림 소리를 들으며

나도 한걱정해 주었다


가끔씩

우리 집 바닥은 아랫집의 천정이라는

그러니 이것도 조심하고 저것도 조심해 달라는

안내방송이 나온다

걷는 것도 조심스럽고

의자를 끄는 것도 조심스럽다

내 집에서 는 소음도 아래층에 그대로 전달될 테니


차라리

전에 살던 집이 더 나았다고 푸념하게 만드는

새 아파트의 층간소음

정녕 줄일 수 있는 기술이 없는 것일까

비용 때문에 제대로 지을 수 없는 것일까

아파트에서 맘 편하게 뛰어다닐 날은 오지 않는 것일까


어쩌면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는 삶이 감당해야 할 

숙명이리라


땅을 바닥 삼아, 하늘을 지붕 삼아 살아야 하는데

남의 집 천장을 바닥 삼아, 남의 집 바닥을 지붕 삼아 살고 있으니

소음을 일으키고, 소음을 으며 사는 일상은

편리에 길들여진 삶의 응보인지도 모르겠다고

한탄 섞인 수긍을 하며 견디어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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