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자격증 취득러
나의 첫 자격증은 조경기능사다.
고등학교 때 전공으로 따두었다. 이 후 졸업 전까지 지게차 기능사를, 대학에서는 태권도 단증, 공수도 단증과 심판자격증, 장애인활동보조인, 청소년 지도사 자격증을 땄다.
사회에 나와 사회복지사를 딴 후 나는 취직에 성공했다.
그것으로 자격증 인생은 끝이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내 적성과 딱 맞는다고 할 수 없지만 그럼에도 나름 안정적인 직장, 나를 소개할 이름이 있다는 것을 다행이라 여겼다.
하지만 그 생각은 얼마가지 못했다. 과도한 업무량, 최저 시급에 맞춰진 월급, 셀 수 없이 이어진 야근은 사회초년생이던 나를 궁지로 몰며 포기라는 깃발을 들게 했다.
따박따박 들어오던 월급이 끊어지자 불안이 엄습했다. 당장 뭐라도 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전 직업은 절대 하고 싶지 않았다. 다시 공부하기 시작했다.
퇴사 후 1년 가까이 시간을 할애한 덕에 보육교사자격증, 평생교육사자격증을 더 땄다. 이만하면 좋은 직장에 취직할 줄 알았는데 쉽지 않았다. 자격증을 향한 내 믿음은 흔들리기 시작했다.
파일을 두둑하게 채운 자격증을 바라보며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머리 가득 차올랐다.
내가 과연 뭔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인가? 라는 의구심이 들며 남들은 다 해내는 것을 견뎌내지 못한 자책에 빠져들었다.
일단 돈이라도 벌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집 근처 카페에 취직했다.
커피를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빨리 적응하고 싶었다. 그때 생각한 것이 바리스타 자격증이었다.
동네 주민센터에서 주2회 교육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곧장 신청했다.
그런데 하다 보니 가는 날이 기다려지고 즐거웠다. 이전과 다른 느낌이었다. 예전에 자격증을 준비할 때는 강박과 부담이 가득했는데, 이번에는 재미있고 궁금했다.
부담이 줄어드니 온전히 그 시간에 빠져들었다. 교육을 잘마치고 바리스타 자격증을 취득했다.
카페 아르바이트가 단순한 돈벌이가 아니라 왠지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듯 한 느낌이 들었다.
일을 할 때 느끼는 보람도 컸다. 이제야 비로소 내 자격증이 의미 있게 느껴졌다.
남들이 묻는다.
자격증이 많은데 왜 쓰지 않고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냐고.
그 물음에 그냥 웃고 말지만, 나는 안다. 나는 그 시간들이 행복하지 않았음을.
내가 나를 몰랐음을. 뭘 하고 싶어 하는지, 내가 가진 재능이 무엇인지, 일을 할 때 즐거운지.
정작 중요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내게 필요한 것은 안정적인 직장과 돈 많이 버는 직업, 불안함을 이기기 위한 자격증이 아니라
나의 나 됨을 찾아가며 내게 주어진 하루를 감사히 여길 줄 아는 마음의 성숙이 먼저라는 것을
비로소 깨닫는다.
이 사실을 일찍 알았더라면 자격증만 따는데 급급하지 않고 내 자신을 파악하는데 좀 더 많은 시간을 쓰지 않았을까 자문해본다.
하지만 이제라도 알았으니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바라는 것이 있다면 내 자격증들이 빛을 보는 것이다.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알려줄 수 있는 기회가 있다면 내가 가진 지식, 자격증 취득 과정에서 잃기도, 얻기도 했던 것들, 그 당시의 감정들을 담백하게 나눠보고 싶다.
그날이 오기를 기다리며 내 소중한 자격증들을 어루만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