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5/23
시동생 입원이 3일로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에 휴가는 3일만 내고 목요일인 오늘 시동생 집에서 원격 근무를 하게 되었다. 할 일이 많지는 않을 것 같다는 예상을 깨고 아침 첫 미팅을 시작으로 점심 먹을 시간도 없이 미팅과 일이 계속 이어졌다.
항상 일이 주어졌음에 감사해야 함을 알지만서도, 사실 속마음은, 일은 별로 하기 싫고 시동생 퇴원은 몇 시에 하는지, 집에 오면 어떤 죽을 끓여줄지, 거실에 있는 강아지는 잘 있는지 따위가 궁금했다. 그런데도 어른이니까, 짐짓 진지한 표정을 짓고서는 굉장히 관심이 있는 척, 그리고 중요한 일을 하는 척 연기를 한다.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 다들 내면에 숨겨진 아이를 그럴싸하게 숨기고 어른의 얼굴을 하고서 직장에 다니는 걸까. 그런 비슷한 얘기를 들은 적이 있기는 한데 다들 숨기는 데에 도가 튼 건지 나는 아무리 봐도 잘 모르겠다.
2. 강아지 아치의 좋은 날
오늘은 시동생 강아지 아치가 좋은 하루를 보냈다.
아침에는 밥맛도 없는지 밥도 안 먹고 그렇게 좋아하던 공 놀이도 관심이 없고 내내 우울하더니 오후에 시동생과 시동생 남편이 돌아오니 기뻐서 난리 부르스를 추고 집 나간 밥맛이 돌아왔는지 그제야 밥을 먹었다. 저녁에는 나랑 남편이 사 온 닭고기 맛이 나는 맛있는 강아지 밥과 통조림 간식도 먹고 저녁에는 엄마 아빠랑 산책을 나갔다.
집안사람들은 이런저런 사정이 있어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그런 속사정을 알 리 없는 강아지니까 앞으로 몇 날 며칠 엄마 아빠를 못 보는 날이 종종 있어도, 잘 모르는 이상한 사람들이 와서 집안에 있어도, 최대한 밝게 잘 지냈으면 좋겠다.
점심은 남편이 파네라에서 스프와 샐러드를 사 왔는데 미팅 중간중간에 정신없이 먹느라 사진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