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리를 잘하는 편은 아니다. 집도 그렇고 생각도 그렇고. 필요성은 항상 느끼지만 귀찮음을 넘어서지는 못한다. 날씨가 추워졌는데 아직 여름옷들을 넣지도 않았다. 다음에 해야지가 벌써 두 달이나 지났다. 생각도 마찬가지다. 머릿속에 뭔지 모를 생각들이 가득 차있긴 한데, 갑자기 누군가 "무슨 생각하고 있어?"라고 물어보면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다.
계기라는 게 참 중요하다. 필요성을 행동으로 만들어주는. 어느 순간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침대를 정리해 놓는 게 습관이 됐다. 어렸을 땐 남의 집에 가서 자고 와도 이불을 개지 않는 기본적인 예의도 없었을 정도였다. 그러다 어느 순간 집은 쉼터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밖에서 에너지를 많이 쏟고 오니 집에서는 에너지를 충전하는 곳이었으면 했다. 집이 어질러져 있으면 에너지가 충전이 되지 않았다. 이러한 생각이 들자마자 나도 모르게 아침에 집을 정리해 놓고 나가는 습관이 생겼다.
생각도 마찬가지다. 억지로라도 시간을 내서 생각을 정리하려고 하지만 역시나 귀찮음이 앞선다. 생각은 정리하지 않으면 그대로 날아가버린다. 내가 굳이 정리를 하지 않아도 시간이 지나면 알아서 깔끔해지기 때문에 이 귀찮음을 꺾는 게 더 힘들다. 그런데 이렇게 하나둘씩 생각들이 사라져 가는 게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무언가 열심히 보고 듣고 느낀 게 있을 텐데
역시 계기 중 가장 좋은 것은 고통인듯하다. 역시 사람은 아픔을 느껴봐야 정신을 차린다. 아직 정신을 못 차린 거 보니 나는 아직 아프지 않은가 보다. 그렇다고 스스로 아픔을 자처하긴 싫다. 이렇게 또 이도저도 아닌 상태가 된다.
그냥 지금에 충실해서 살면 되는 것이다.
일본 기차 예매하기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