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이루비

나를 음미하는 것은 꽤나 방대한 일이다.

가만히 앉아 나를 생각해 보면, 음미할 부분이 꽤나 많다는 것에 놀랍기도 하다.

내가 이토록 방대한 존재였나라는 멋쩍은 생각까지 하게 되니 새삼 나를 음미한다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임을 발견한다.


한 인간을 음미한다는 것은 우주를 알아가는 것과 같을지도 모른다.

단지 그게 나라서가 아니라, 그 누군가여도 똑같다.

인간은 참으로 복잡다단한 존재이다.


이런 인간을 복잡하게 만드는 것엔 내면의 수많은 감정들과 생각들이 있다.

나 또한 하루에도 수십 번, 여러 감정들의 생과 사를 지켜본다.

그런 감정의 변화들이 예전에는 참 버거웠는데, 요즘의 나에겐 참으로 흥미로운 연구 대상 중 하나이다.

특히, 부정적인 감정을 놓아버리는 것은 최근 나의 가장 즐거운 취미가 되었다.


그런 취미 만큼 내가 좋아하는 나의 모습은 생각보다 귀여운 내 자신이다.

사람들은 나를 차분하다고 자주 생각하는데, 나는 생각보다 귀엽다.

그리고 생각보다 헐렁하고 생각보다 거침없고 생각보다 게으르다.


나는 주로 사색에 잠겨있는데, 사실 그런 내 모습도 꽤나 좋아한다.

가만히 홀로 생각하는 시간은 잔잔히 채워지는 잔처럼 나를 평안의 시간으로 데려간다.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으로 채워지는 시간이 좋다.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에서 나는 말하는 것 보단 듣는 것을 좋아한다.

내 이야기를 하는 게 어색해서 인지 잘 모르겠지만 가끔은 나에 대해 말하는 것이 쓸데없는 짓이라는 자각이 일어날 때가 있다.

내 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이 지금 무슨 쓸모가 있고, 무슨 소용이 있는가 라는 현타를 느낄 때도 있다.

그래서 그냥 타인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이 가끔은 참 편하다.


하지만 나와 있는 시간에는 난 무조건 나의 이야기를 듣는다. 그것이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결국 내가 타인의 이야기를 듣게 하는 힘이 된다. 내가 나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기에 타인을 마주할 때, 타인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역시 사람은 자고로 본인을 위하는 마음이 있어야 타인과 관계를 돈독히 할 수 있다.


그런데 또 가끔 그런 사람이 있다. 마냥 내 이야기를 늘어놓고 싶은 사람.

상대가 듣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내 이야기를 맘껏 하게 되는 그런 사람이 있다.

어쩌면 나도 내 말을 들어주는 사람 앞에서는 나를 이야기를 하고 싶은 그런 단순한 사람인지 모르겠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무엇을 음미하고 싶은 걸까

어쩌면 지금까지 기술한 것처럼 난 모순덩어리일지 모른다.

그래서 첫번 째 음미 대상을 나로 시작하고 싶은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글들은 내가 나를 알고 싶어서 시작한 나 자신의 탐구 일지인지도 모른다.


과연 글을 써가는 마지막 즈음엔 내가 나를 좀 더 알 수 있을까

그리고 당신은 무엇을 느끼게 될까


적어도 지금 내가 원하는 것이 당신도 같이 당신 자신을 음미하길 원한다는 것만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