움직임

나를 구성하는 것들

by 이루비

손 끝에서부터 시작되는 아름다움이 있다.

가끔 나는 내 손끝에서부터 시작되는 움직임을 바라본다.


뭐랄까, 손 끝에서부터 살짝씩 꺾이는 마디마디 관절로 이뤄지는 손가락의 모양이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투명한 손톱부터 이어지는 손이라는 신체 부위가 왜인지 내 일상을 아름답게 한다.


이렇게 타자를 치는 순간도, 나는 내 손 끝의 움직임을 음미하고 있다.

나에게 있어 이 행위 자체가 나의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것과 같다.


내가 나의 움직임을 음미하는 순간들이 있다.

그건 아주 찰나의 짧은 순간들일 때가 많다.

주로 침대에 누워있을 때라던가, 거리에서 신호를 기다리면서 자세를 바로 할 때이다.

무엇보다 내가 제일 동경하는 아름다운 움직임은 음식을 먹을 때이다.


침대에 누워있을 때, 나는 주로 오른쪽으로 돌아 눕는다.

두 다리를 가지런히 붙이고, 두 손도 가지런히 놓는다.

두 팔과 손을 맞닿은 채로 마치 숲속의 공주가 된 듯이, 고요히 누워있으면 나란 존재가 아름답다는 감각이 조금씩 깨어남을 느낀다.


아름다움은 아주 작은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또는 버스를 기다리거나, 서서 대기를 하는 순간에도 짝다리로 인해 척추가 무너지는 것을 발견하면 주로 이전에 배운 발레의 기본자세를 생각한다.


발을 살짝 벌리고 다리를 붙여 엉덩이에 힘을 준다.

배에 힘을 주고 어깨를 힘껏 올렸다가 최대한 내린다. 엉덩이가 힙업이 되는것을 느끼며, 내 몸이 가꿔지는 것을 느낀다.


신호등에서 대기하다가 그 상태로 횡단보도에 걸음을 내딛을 때는 최대한 무릎과 무릎이 스치고 발끝이 벌어지지 않도록 걷는다.

척추와 내 몸이 바로 세워져 있는 느낌을 잃지 않고 다리를 일자로 스치면서 걸으면

마치 뉴욕 거리의 커리어 우먼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렇게 만든 자세는 내 하루의 시작을 당당하게 해 주고, 나 자신을 더 일으켜준다.


가끔은 이런 나를 지구의 어떤 장소에 던져 놓아도, '누가 봐도 멋있는 사람'이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렇게 자세는 내면에 어떤 힘을 일깨운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종합 예술같은 움직임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요리할 때, 그리고 음식을 먹을 때이다.

요리는 내가 매우 사랑하는 삶의 요소 중 하나이다.

야채를 씻고, 다듬고 요리하는 움직임도 소리도 다 음미의 대상이다.

색깔, 향, 맛, 소리, 공기, 엄마가 걸어오는 말, 조카가 걸어오는 이야기, 내게 떠오르는 창의성


하지만 사실을 고백하자면, 난 음식을 먹을 때, 그렇게 우아하게 먹는 사람은 아니다.

주로 아무 생각 없이 음식을 먹어서, 그렇게 먹고 난 내 자신을 후회하는 편이다.


그러나 내 주변 지인 중에는 음식을 정말 천천히 먹고 한입 씩 꼭꼭 씹어먹는 사람이 있다.

급하지가 않다.

왜 급하지가 않지?

...

그럼 난 왜 급하지?


이런 질문이 웃음과 함께 어이없게도 튀어나온다.


나를 분석해 보자면, 아마 내 음식을 사수하기 위해, 뺏기지 않기 위해, 노력해 온 자매의 역사를 거쳐왔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 그럴 것이다.


난 천천히 먹는 사람들을 동경한다.

특히 음식을 음미할 줄 아는 사람들.


그래서 나도 일부러 노력한다.

'오늘은 꼭 한번 먹으면 무슨 맛이 나는지 일일이 느끼겠어, 50번을 씹겠어'


하지만 식탁에서의 음미는 사실 맛부터가 아니라, 가지런히 놓인 음식을 감상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숟가락과 젓가락으로 나타나는 다른 형태의 움직임을 즐기는 것도 매력이다.


충분히 감상하고 그 중 젓가락으로 하나를 들어, 입에 가져온다.

입 안에서 홀연히 느껴지는 맛을 느끼며 오물오물 씹는다.

맛 하나하나를 음미한다.

요즘은 채소가 그렇게 맛있다.

특히 쌉싸름한 쌈과 갈치 속젓의 조화는 어쩜 그렇게 잘 어울리는지, 신선하고 초록하다.


매 재료가 그 자리에서 빛을 발하도록, 천천히 움직이며 음식을 먹을 때, 그 순간의 기쁨은 어느 정도의 쾌락과 가깝기까지 하다.

맛있는 음식, 그걸 즐기며 먹는 행위, 그 다채로운 종합 예술의 현장을 음미한다.

일상이 예술이라는 말은, 바로 이런 것 때문이지 않을까


그래서 잘 못하지만 음미한다.

음미하다보면, 빠져든다.


그러면 재밌게도 그런 내가 점점 좋아진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나는 매 순간의 나의 움직임을 음미하고 싶다.

내 움직임을 음미한다는 것은 그 시간과 시간 사이를 사랑한다는 것과 같다.


내가 하늘을 바라볼 때, 한 발 한 발바닥을 내딛을 때, 상대에게 무언가를 건넬 때,

하물며 커피를 내리고, 사랑하는 조카의 머리를 쓰다듬을 때에도

움직임은 그 자체로 아름답다.


나와 서로를 위해 움직이는 시간은 찬란하기 그지없는 더없이 아름다운 음미의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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